기소·수사권 분리 못 박은 李대통령…“검찰개혁은 자업자득, 추석 전 얼개 만들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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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소·수사권 분리 재차 강조
“檢잘 아는 인물이 개혁 주도”

공직사회를 ‘태권V’에 비유
“누가 조종하느냐에 달려”

감사원 기능, 국회 이관 의지
“가능하면 당장 넘기고 싶어”

“특검, 내란 완전히 종식할것”

이재명 대통령이 3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첫 공식 기자회견 ‘대통령의 30일, 언론이 묻고 국민에게 답하다’에 참석해 기자들의 질문을 경청하며 메모하고 있다. [김호영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3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첫 공식 기자회견 ‘대통령의 30일, 언론이 묻고 국민에게 답하다’에 참석해 기자들의 질문을 경청하며 메모하고 있다. [김호영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검찰개혁은 자업자득”이라며 수사·기소권 분리를 밀어붙이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과거 문재인 정부 때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반대하는 여론도 적지 않았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검찰개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는 주장도 펼쳤다.

3일 이 대통령은 취임 30일을 맞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검찰·사법개혁 청사진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기소를 목표로 수사하고 사건을 조작하는 일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된다”며 검찰 행태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범인 10명을 놓치더라도 억울한 사람 1명을 만들어선 안 된다는 법언도 곁들이며 검찰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억울한 범인을 만들어서 구금 생활을 하게 한다”며 “권력의 힘으로 그러는 게 더 나쁜 것이고 원시국가”라고 꼬집었다.

윤석열 정부가 검찰을 이용해 이 대통령과 주변인을 탄압했다는 발언으로 풀이된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 때만 해도 (검찰 수사권을) 왜 뺏느냐는 반론이 꽤 있었는데 지금은 많지 않다”며 “수사·기소권 분리에는 이견이 없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검찰에게 자정할 시간이 충분히 있었으나 쇄신을 이뤄내지 못했다는 지적인 셈이다. 검찰이 자기반성과 혁신에 실패한 만큼 이재명 정부가 손댈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는 논리다. 여권에서는 검수완박을 넘어서서 검찰 조직 자체를 분쇄해야 한다는 강경론까지 쏟아지고 있다.

검찰개혁에 착수할 시기로는 추석 전을 꼽았다. 박찬대·정청래 등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들과 같은 맥락이다. 이 대통령이 구체적인 검찰개혁 시간표를 제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이날 수사·기소권 분리를 바탕으로 한 검찰개혁의 얼개를 추석 전까지 짤 수 있다는 설명을 내놨다.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자신의 최측근인 정성호 의원을 지명하고, 검찰 출신인 봉욱 대통령실 민정수석을 기용한 까닭도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검찰을 잘 이해하는 사람이 맡는 게 유용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검찰 등 공무원 조직을 향해선 “직업 공무원은 선출된 권력 의사에 따를 수밖에 없다”며 “안 따르면 바꾸면 된다”고 뼈 있는 말을 남겼다.

이날 회견에서는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묻는 질문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자 이 대통령은 “여대야소는 국민이 선택한 건데 민주당이니 문제라고 지적하는 건 그리 옳지 않다고 본다”며 “전임 대통령은 되게 힘들었을 것 같은데 그렇게 제왕적이지 못하다”고 항변했다.

그러면서도 “감사원 기능은 지금이라도 국회로 넘길 수 있으면 넘겨주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 5월 이 대통령은 개헌 방향을 언급하면서 감사원의 국회 이관을 내세운 바 있다. 당시 이 대통령은 “감사원이 대통령 지원 기관이라는 의혹과 우려를 낳아선 안 된다”며 “국회 소속으로 이관해 독립성을 부여하고 국회 결산과 회계감사 기능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통합과 포용을 강조하면서도 공직사회 기강을 다잡았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을 유임했듯이 성향이 다소 다르더라도 능력만 있다면 기용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이 대통령은 “직업 공무원은 지휘자 인사권에 따라 움직이게 돼 있다”며 “기본 소양만 있으면 된다”고 말했다.

만화 ‘로보트 태권V’를 사례로 들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공직사회 자체는 태권V처럼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다”며 “조종간에 철수가 타면 철수처럼 행동하고, 영희가 타면 영희처럼 행동한다”고 설명했다. 결국에는 대통령 리더십에 따라 공직자들이 움직인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보수 인사를 비롯해 이전 정부에서 일했던 사람들을 품겠다는 메시지도 재차 냈다. 그는 “시멘트·자갈·모래·물을 섞어야 단단한 콘크리트가 될 수 있다”며 “골라낼 수도 없고 골라내서 한쪽만 쓰면 결국 끝없는 전쟁이 벌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한쪽 편만 쓰면 조금 더 편하고 속도도 나고 갈등은 최소화될 수도 있다”며 “저는 야당·여당 대표가 아니고 대한민국 전체를 대표하는 대통령 직무를 수행하기 때문에 우리 국민이 하나로 모일 수 있는 통합의 국정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야당과의 영수회담 정례화에는 선을 그었다. 필요하다면 야당과도 자주 만나겠으나 자칫 정쟁의 소재로 쓰일 수 있다며 경계하는 태도를 보인 것이다. 이 대통령은 “타협과 야합은 명확하게 구분해야 한다”면서 일방적으로 야당에 양보하는 상황은 없을 것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이 대통령은 “매년 10개를 훔쳐 왔는데 앞으로는 8개만 훔치자, 아니면 2개 훔치자는 것은 허용하자는 것은 양보라고 할 수 없고 야합”이라고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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