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대형 교통사고를 조사하다 보면 차량 결함에 의한 ‘급발진’을 주장하는 사고 운전자들이 적지 않다. 무거운 처벌이 두려워 일단 거짓말부터 하는 이도 있겠으나, 워낙 찰나의 순간이라 본인이 밟은 게 액셀러레이터인지 브레이크인지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더 많을 것이다. 그러나 법정에서 이들의 주장이 받아들여져 차량 결함으로 결론이 난 적은 아직 한 번도 없다. 2018년 고속도로에서의 운전자 부부 사망 사건을 둘러싼 민사소송에서 항소심이 급발진을 사고 원인으로 인정했지만, 대법원이 이를 다시 뒤집었다.
▷삼성화재에 따르면 언론에 보도된 페달 오조작 ‘의심’ 사고는 2021년 66건에서 작년 153건으로 급증했다. 사망자는 같은 기간 15명(12건)에서 51명(39건)으로 늘어났다. 특히 2021∼2025년 5년간 페달 오조작이 원인으로 보이는 사고의 70%가 60대 이상이 운전한 경우였다. 운전 경력이 길수록 도로 상황을 판단하는 능력이 좋을 수는 있는 반면, 위기 상황에 대처하는 순발력은 떨어져 ‘행동 오류’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최근에는 ‘페달 오조작 급가속 제어 장치(ACPE)’ 같은 안전 보조 장치가 기본 탑재된 신차가 꽤 있다. 사람이나 장애물이 가까이 있으면 가속 페달을 잘못 밟아도 시속 8km 이하로 속도를 제어하는 식이다. 유럽은 올해부터 차량 안전평가 항목에 이 장치 탑재 여부를 반영하고 있고, 일본은 2028년 9월 이후 생산하는 자동차에 ACPE 설치를 의무화한다. 한국도 2029년부터 이런 안전 장치를 신차에 반드시 탑재하도록 작년에 시행령을 개정했다.▷하지만 기존에 운행 중인 차들에 대해서는 기술적으로 뾰족한 수가 없다. 이미 거대한 전자장치로 진화한 자동차에 ACPE 같은 소프트웨어를 추가하는 건 타이어 교체처럼 간단한 일이 아니다. 기존 장치들과 충돌을 일으키면 더 위험한 상황이 빚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지금 당장은 제도 보완을 통해 도로 안전을 지킬 수밖에 없다. 인지 능력과 신체 반응 속도가 떨어지는 운전자들의 대체 이동수단을 확대하면서 운전대를 내려놓도록 유도하는 것도 그중 하나일 것이다.
김창덕 논설위원 drake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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