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용성 기자]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커질수록 투자자들의 손은 쉽게 떨린다. 이에 금융사들은 마이너스 수익률의 공포를 완화하기 위해 손실을 방어해주는 ETF와 펀드 등 상품을 내놓으며, ‘중위험·중수익’을 추구하는 투자자들의 수요를 공략하고 있다. ‘수익은 제한적이지만 손실은 줄인다’는 콘셉트의 투자 전략이 불확실성 시대의 새로운 투자 해법으로 자리 잡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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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국투자증권은 손익 차등형 펀드인 ‘한국투자한미핵심성장포커스’가 1194억원 규모의 모집 설정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또한 지난 10일부터 단독 판매한 손익 차등형 공모펀드 ‘한국밸류 라이프 V파워공모펀드’는 약 1012억원을 모집했다. 안정적 수익을 추구하면서도 손실에 민감한 투자자 성향이 반영된 결과다.
손익차등형 펀드는 투자자 고객을 선순위로 두고, 운용사 등 기관투자자가 후순위로 참여해 손실을 먼저 떠안는 구조다. 선순위 투자자는 일정 구간까지 손실을 방어 받는 대신 수익률은 제한되며, 후순위 투자자는 위험을 부담하는 대신 더 큰 수익을 추구할 수 있다. 불확실성이 커진 시장 환경 속에서 ‘중위험·중수익’을 원하는 투자자들의 눈길을 끄는 상품이다.
예컨대 최근에 설정을 완료한 ‘한국밸류 라이프 V파워공모펀드’는 펀드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15%까지는 후순위 투자자(한국투자금융지주 등)가 손실을 먼저 반영한다. 즉 15% 하락까지는 투자자가 직접 부담하는 손실은 0%인 셈이다. 이익이 발생하면 각 사모펀드의 수익 10%까지 선순위, 후순위 투자자가 85대 15 비율로 수익배분하고, 10%를 초과하는 이익부터 선순위와 후순위 투자자가 60대 40 비율로 나눠 가진다.
원금 손실 가능성을 제한한 상품은 ETF에도 있어 손쉽게 거래할 수 있다. 삼성자산운용은 올해 ‘KODEX 미국S&P500버퍼3월액티브’와 ‘KODEX 미국S&P500버퍼6월액티브’ 두 개의 ‘버퍼형 ETF’ 상품을 냈다. 3월 버퍼형 ETF는 S&P500지수 5650선을 기준으로 상장 당시 -10%대 수준인 5075선 버퍼 하단이며, 수익률 상단을 의미하는 캡수준은 16.4%인 6575선이다. 6월 버퍼형 ETF의 하단은 수준인 5350선으로, 캡은 7000선 설정됐다. S&P500이 급락해 5000선 부근까지 떨어진다고 해도 손실이 일정 부분 커버되는 셈이다.
키움운용도 올해 ‘KIWOOM 미국테크 100 월간 목표 헤지 액티브’를 선보였다. 기초자산과 풋옵션을 매수하는 프로텍티브 풋 전략을 활용하는데 방점은 ‘헤지’에 찍혀있다. 키움운용에 따르면 해당 ETF는 주가 하락 시 평균 -3%의 수준에 방어 효과가 있고, 상승할 시에는 70% 이상 시장 참여율을 추구한다.
이처럼 각 금융사는 ‘중위험·중수익’을 원하는 투자자들의 니즈를 겨냥해 손실 방어형 상품을 속속 내놓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불확실성과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 속에서 관련 수요를 빠르게 포착한 셈이다.
다만 손실 방어형 상품이라고 해서 완전하게 원금 보장이 되는 것은 아니다. 상품별 방어 범위를 초과하는 낙폭이 발생하면 투자자도 손실을 피할 수 없다. 또한, 구조가 복잡해 이해하기 어렵고, 강세장에서 수익 상단이 제한된다는 점은 단점으로 꼽힌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투자 전 반드시 상품 설명서를 꼼꼼히 확인하고, 본인의 투자 성향에 맞는지 따져보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