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쇄신안 마련 TF 가동
안건소위 강화 등 보강안도 거론
이르면 7월 결론후 법 개정 전망
최근 제재 결정 법원서 줄패소
소송건수·비용도 급증추세
금융위원회가 지난 1월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의 금감원 공공기관 지정 유보 결정에 따른 후속 쇄신안 마련 작업의 일환으로 금융감독 제재 절차 개편을 검토하고 있다. 최근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중징계 처분이 대법에서 잇따라 취소되면서 부각된 제재 실효성 제고를 위한 것으로, 제재안건이 금융위에 회부되기 전 단계에 별도 심의기구를 신설하는 안도 거론된다.
27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는 지난달부터 상임위원을 중심으로 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격주 단위로 회의를 열고 쇄신안 마련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TF는 이르면 7월까지 결론을 내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 보고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결론 도출과 함께 관련 법령 개정 절차도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여러 안을 놓고 검토하는 단계로 공운위 보고 시한이 있어 7~8월까지는 마무리 지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운위는 지난 1월 29일 금융감독원 공공기관 지정을 유보하면서 검사·인허가·제재 등 금융감독 업무의 투명성과 공정성 등을 강화할 쇄신안을 조속히 마련해 시행할 것을 주문한 바 있다. TF는 이 주문에 대응한 종합 패키지를 만드는 역할을 맡고 있고, 그 안에서 다루는 검토 항목 가운데 하나가 제재 실효성 제고 방안이다. 전임 이복현 금감원장 시절 논란이 됐던 검사 중간 발표 관행을 어떻게 정비할지도 함께 들여다보고 있다.
제재 실효성 제고 논의에 무게가 실린 데에는 최근 법원 판단 흐름도 영향을 미쳤다. 옵티머스 사태 관련 정영채 전 NH투자증권 대표의 문책 경고와 라임 사태 관련 박정림 전 KB증권 대표의 직무정지 3개월 처분이 최근 대법원에서 잇달아 취소되면서 금융위 제재의 법적 안정성에 대한 의문이 불거진 상황이다. 최근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를 거쳐 은행권에 1조4000억원대 과징금이 통보된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안에 대한 결론 처리에도 시간이 소요되고 있다. 이는 안건소위원회 단계에서의 부담을 보여주는 사례로 거론된다.
금융위 행정제재에 대한 법적 불복도 급증하고 있다. 금융위가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금융위 행정제재를 상대로 제기된 신규 행정소송은 2021년 29건에서 지난해 85건으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 행정소송 비용도 1억6525만원에서 9억원으로 늘었다. 일각에선 공정위처럼 금융위에서도 제재에 대한 행정소송 제기가 만성화되는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제재 대상이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하면 법원은 처분의 법적 근거와 절차, 입증, 양정의 비례성 등을 다시 따져 보게 된다. 이 때문에 결론에 이르는 절차가 얼마나 ‘단단한지’가 제재의 실효성을 좌우한다는 것이 관련업계 진단이다. 한 법조계 인사는 “절차에 빈틈이 있으면 처분이 사후 취소돼 시장에 주는 메시지도, 소비자 보호와 내부통제 강화라는 정책 목적도 함께 흔들린다”고 지적했다.
현재까지 검토 방향은 크게 두 갈래다. 금감원 제재심을 거친 안건이 증권선물위원회 또는 안건소위에 회부되기 전 단계에 별도 심의기구를 두는 안, 안건소위 심의팀 인력을 보충하거나 안건소위 운영을 효율적이고 충실하게 강화하는 안 등이다.
금감원은 2018년 제재심에 대심제를 도입해 검사부서와 제재 대상자가 함께 출석해 심의위원의 질문에 답변하는 방식으로 방어권을 강화했고, 금융위도 2020년 안건 사전열람 기간을 제재심 3일 전에서 5영업일 전으로 확대하고 참고인 진술 신청권을 부여하는 한편 권익보호관 제도를 명문화하는 등 권리 보호 개선안을 발표한 바 있다. 이번 TF 논의는 이런 정비 흐름의 연장선에서 금융위 최종 의결 직전 단계의 실질 심의를 어떻게 보강할 것인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금융위 안팎에서는 그동안 제재심이 사실상의 1심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누적돼 왔다. 제재심은 법령상 금감원장의 자문기구로 금감원장의 결정을 보조하는 성격에 그쳤다. 결과적으로 사실상 1심 기능을 금융위 안건소위가 떠안는 구조를 만들었다. 반면 과거 금감원에 있다가 금융위로 이관된 자본시장조사심의위원회와 감리위원회는 증선위 의결 전 단계에서 일종의 1심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특히 최종 행정제재를 결정하는 증선위와 금융위 정례회의에서 ‘사실관계 확인’부터 해야 하는 사례가 빈번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증선위와 금융위 정례회의는 본래 사실관계가 정리된 상태에서 법 위반 여부와 적용 법규를 가리는 자리다. 이에 제재심을 거쳐 올라오는 안건 가운데 사실관계나 법리 검토가 부실한 사례가 적지 않다는 불만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심의기구 신설이든 안건소위 강화든 결국 징계 확정까지 걸리는 시간이 지금보다 더욱 늘어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 같은 우려에 금융위 관계자는 “절차가 잘 정비돼 효율적 운영이 가능해지면 오히려 처리 속도가 더 빨라질 수 있을 것” 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TF의 검토 범위는 금감원 제재심을 거쳐 금융위로 올라오는 제재 라인에 한정되며 특정금융정보법에 근거한 금융정보분석원(FIU) 자체 제재심은 별도 트랙인 만큼 논의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다만 FIU 제재도 최근 두나무가 영업 일부정지 처분 취소소송 1심에서 승소하는 등 패소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어 별도 정비 논의로 확장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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