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은행권에 가계대출 관리 선제 대응 주문
7월 예정된 DSR 3단계 규제 앞두고 수요 몰릴 수도
은행권 “금리 내리라더니…” 일단 핀셋 규제 나설 듯
지난달 가계대출이 폭증하며 비상등이 켜진 가운데 오는 7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 규제를 앞두고 상반기 가계대출이 폭증할 가능성은 남아 있는 상황이다. 연초 가계대출 금리 인하 압박을 받아온 은행권에서는 대출 문턱을 다시 높이라는 당국의 주문에 딜레마에 빠진 모습이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가계대출은 전월대비 4조3000억원 증가했다. 지난 1월 9000억원 감소했다가 한 달 만에 다시 증가세로 전환한 것이다. 주택담보대출은 5조원 증가하며 가계대출 증가세를 견인했다.
이달 신학기 이사 수요 등이 줄어들면서 가계대출 증가폭은 주춤하는 모습이지만, 서울 일부 지역 집값이 과열 양상을 보이면서 대출 증가폭이 커질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토허제 해제 이후 강남을 중심으로 집값이 오르고 있어 부동산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기 때문이다.오는 7월 시행 예정인 DSR 3단계 규제를 앞두고 서둘러 대출을 받으려는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대출 규제가 더 강화되기 전에 미리 빚 내 집을 사려는 심리가 커질 수 있어서다. 앞서 당국이 지난해 7월 도입하기로 했던 스트레스 DSR 2단계 규제를 그 해 9월로 연기하면서 대출 막차 수요가 몰려 7~8월 가계대출이 폭증한 바 있다.
서울시가 토허제 재지정 가능성까지 열어둔 상황이라 규제 강화 전 ‘막차 수요’가 더 몰릴 수 있다. 앞서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17일 한 방송에서 “정말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규제를 풀기 직전에 서울 부동산 시장이 확실하게 하향 안정화 추세였고 거래 건수도 감소하고 있어 타이밍을 아주 적절하게 선정했는데, 생각보다 시장에 영향을 크게 미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와 지속적으로 협의하며 예의주시하고 있다. 3~6개월 정도 지켜보겠다“며 재지정 가능성을 내비쳤다.
대출금리가 내려가고 있는 점도 가계대출 증가세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등으로 시장금리가 내려가면서 은행권 변동형 대출금리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 금리도 5개월 연속 하락해 지난 2월 기준 2.97%로 떨어졌다. 코픽스가 2%대로 떨어진 건 지난 2022년 8월 이후 2년 반 만이다. 올해 한은이 기준금리를 한 두 차례 추가 인하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대출금리 하락세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금융당국은 은행권에 선제적인 가계대출 관리를 주문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7일 국토교통부, 금융감독원, 5대 은행이 참석한 가운데 가계부채 점검회의를 열고 주택담보대출 신청·신규 취급 추이 등을 세분화해 면밀히 모니터링해 나가기로 했다. 특히 가격이 급등한 강남권 등 일부 지역의 주담대에 대해서는 리스크 수준에 미치는 영향을 점검하고, 실수요자 중심으로 자금을 공급하기로 했다.권대영 금융위 사무처장은 ”올해 안정적인 가계대출 관리를 위해 금융권 스스로 3월 시장 상황에 대한 판단을 바탕으로 선제적으로 대응해 나갈 필요가 있다“며 ”각각의 상황별로 ’운용의 묘‘를 살린 금융사 스스로의 자율관리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고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연초 대출금리를 인하하라는 당국의 압박에 따라 줄줄이 가산금리를 내리던 은행들은 또 다시 혼란에 휩싸이게 됐다. 가계대출 금리가 내려가면, 대출 수요가 늘어날 수 밖에 없지만 증가율을 1~2%대로 조여야 하는 딜레마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금리를 낮추라면서 가게대출을 억제하라고 하니 난감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은행권은 갭투자 등 투기성 수요를 억제하기 위해 조치부터 들어갔다. 가장 먼저 NH농협은행은 오는 21일부터 서울 지역 내 조건부 전세자금 대출 취급을 중단하기로 했다. 지난해 9월 조건부 전세대출 취급을 중단했다가 올 1월 재개했으나 두 달 만에 다시 대출을 막은 것이다. 가계대출 증가세가 지속될 경우 다른 시중은행들도 자체 ’핀셋 규제‘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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