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 급등으로 커진 안전자산 수요가 불법 채굴과 폭력 자금 조달을 부추기고, 미국과 캐나다 조폐국까지 그 공급망의 끝단에 놓이게 됐다는 조사가 나왔다.
28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국과 캐나다 조폐국이 콜롬비아 마약 카르텔에서 나온 금을 사들인 사실을 확인했다. 금은 전쟁과 테러, 금융 불안이 커질 때 자금을 피신시키는 대표적 자산으로 여겨지지만, 동시에 그 자체로 불안정의 동력이란 평가다. 금값이 충분히 높아지면 불법 채굴된 금을 녹이고 섞어 합법 금괴로 세탁하는 산업으로 각종 범죄 세력이 몰려든다는 것이다.
이 연결고리가 가장 직접적으로 드러난 사례가 콜롬비아의 라 만딩가 광산이다. 현장에서는 고압 호스와 굴착기로 땅을 헤집고 수은으로 금을 분리하는 방식의 채굴이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 콜롬비아 최대 카르텔인 '클란 델 골포'는 지난 8년간 이 광산을 장악해왔고, 누구도 카르텔 허가 없이 채굴할 수 없으며 모두가 대가를 내야 한다. 카르텔은 기사 보도 뒤 낸 입장문에서 이를 “세금”이라고 표현했다. 카르텔은 그 수익으로 살인과 폭탄 공격을 통해 지역 지배력을 유지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문제는 이런 금이 제도권 기관으로도 흘러들어 갔다는 점이다. 미국 조폐국은 투자용 금화를 미국에서 채굴된 합법 금으로만 만들어야 하지만, 실제로는 수십 년 동안 외국산 금, 그중 일부는 비윤리적이거나 불법적인 출처의 금이 뉴욕주 웨스트포인트 공장으로 들어와 녹여졌다고 NYT는 보도했다. 조폐국은 멕시코와 페루 전당포에서 나온 금, 중국 정부가 일부 지분을 가진 콩고 광산의 금으로 '자유의 여신상' 금화를 만들었고, 일부 금은 광석을 캐내기 위해 원주민 묘지를 파헤친 온두라스 업체에서 왔다. 이는 공급망에 있는 외국산 금 공급업체가 미국산 금도 함께 사들이면 이를 사실상 “미국산 금”으로 다시 정의하는 식의 기술적 편법 덕분에 가능했다는 설명이다.
캐나다도 예외는 아니었다. NYT는 산지 추적 첨단 기술을 내세워온 캐나다 왕립조폐국 역시 같은 방식으로 카르텔 금을 사들였다고 전했다. 이런 관행이 널리 퍼진 배경에는 금 산업의 낮은 마진 구조가 있다. 조폐국에 금을 공급하는 대형 정련업체들은 국제 시세 이상을 요구하기 어렵고, 공급망 하단의 광부들은 소량의 금을 캐내며 국제 시세의 약 90%를 받는다. 그 사이에는 소규모 중개상, 콜롬비아 수출업체, 보안·운송업체, 텍사스 중간상 등이 붙는데, 각 단계가 가져가는 몫은 크지 않다. 결국 더 많은 돈을 벌려면 광부에서 중개상, 정련업체까지 모두 더 많은 물량을 처리해야 하고, 이 구조에서는 출처가 의심스러운 금도 쉽게 거부되지 않는다고 NYT는 짚었다.
이같은 현상의 배경에는 25년째 이어진 금 투자 열풍이 있다. 이 흐름은 최근 금을 직접 판매하는 터커 칼슨 같은 미디어 인물뿐 아니라 중앙은행과 대형 자산운용사 같은 제도권 기관도 함께 키워왔다. 투자자들은 전쟁이나 테러 같은 불안정 속에서 주식과 채권, 심지어 달러조차 가치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금으로 몰리고 있다. NYT는 "이 같은 열풍은 파괴적 채굴을 늘려 전쟁과 테러 자금원을 키우는 부작용을 낳았다"고 지적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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