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국내 주요 자산운용사를 대상으로 상장지수펀드(ETF) 구조와 거래 관련 자료 일체를 제출하도록 요청했다.
15일 한경닷컴 취재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 11일 삼성·미래에셋·KB·한국투자·신한·키움·한화·NH아문디·타임폴리오 등 국내 주요 운용사들에게 설정(시딩)과 환매, 스와프(정해진 시점에 약정한 수익률을 제공하기로 하는 일종의 장외파생상품) 구조, 대차거래 내역 등 ETF 운용 핵심 자료 일체를 요구했다.
이번 조사는 앞서 이달 10일 이복현 원장이 주재한 '자산운용사 CEO 간담회'의 후속조치다. 구체적으로 금감원의 요구 자료에는 △합성 ETF의 스와프 담보 내역 △주식 대차거래 내역 △ETF 설정 및 환매 내역 △ETF 괴리율 공시내역 등이 포함됐다.
합성 ETF 스와프 담보 현황을 통해서는 투자자에게 제공되는 담보 자산이 적절한지, 스와프 구조상 신용 리스크가 과도하지 않은지 점검할 방침이다. 최근 운용사 11곳의 ETF 170종에서 실시간 추정 순자산가치(iNAV)가 실제 가치보다 높게 반영되는 오류가 발생한 가운데, 괴리율이 과도한 ETF가 있었는지도 살펴보는 것으로 풀이된다.
운용사와 유동성공급자(LP) 간의 설정 관행 문제도 점검할 수 있을 전망이다. 그동안 업계에선 LP들이 잔고가 소진되지 않았음에도 운용사들 수탁고 경쟁 때문에 일부 운용사로부터 ETF에 대한 설정을 강요받고, 설정을 안 할 경우 특정 ETF에 대한 LP 참여를 제한시키는 경우가 종종 지적됐다.
아울러 △운용사의 보수 전가 △과도한 마케팅 경쟁 △보수 인하 과당 경쟁 등의 업계 문제들도 살펴볼 것으로 풀이된다.
금감원 한 관계자는 "최근 ETF 관련해 사고가 잇따르다 보니 이복현 원장의 지적대로 감독당국 차원에서 현황을 파악할 필요성이 제기됐고, 그에 따라 조사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ETF 시장에서는 사건사고가 끊이질 않았다. 삼성과 미래에셋 양대 운용사를 중심으로 보수 인하 경쟁이 격화하다가 금감원의 개입으로 신경전이 일시 중단되는가 하면, 미래에셋운용은 배당금 축소 지급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해 말에는 신한투자증권에서 ETF 선물 매매 관련 1300억원 규모 대규모 운용 손실이 발생했다. 최근에는 ETF iNAV 산출 오류로 시장이 떠들썩했다. iNAV가 부풀려지면 ETF와 시장가격 간의 괴리가 커져 투자자들은 실제 가치보다 비싸게 사는 셈이 된다.
이에 감독당국에서도 더는 자율규제의 영역에 두지 않겠다고 경고한 상황이다. 이복현 원장은 지난 10일 간담회에서 "일부 회사에서 외형 확대를 위한 보수 인하 경쟁이 과열되고 있다"며 "노이즈 마케팅에만 집중하는 운용사들에 대해선 상품 운용과 관리 체계 전반을 점검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업계에선 금감원의 요청에 대해 사실상 '군기 잡기' 성격이 짙다는 해석이 나온다. 특정 사안을 위한 자료 수집이라기에는 요구 자료들의 범위가 업계 전반에 걸쳐있다는 점에서다.
한 운용사 ETF 담당 임원은 "금감원이 중소형사에까지 ETF 시장 관련 핵심 자료를 일제 요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보수 인하 경쟁 등이 심화되자 금감원이 '군기 잡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운용사 관계자는 "최근 운용가(街)에서 다양한 문제가 드러난 만큼 보수뿐 아니라 ETF 관련 거의 모든 쟁점을 샅샅이 점검하겠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진다"고 말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