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리걸테크' 하비도 국내 상륙…세종에 AI 서비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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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리걸테크 기업인 하비가 국내 5대 로펌 중 하나인 법무법인 세종에 생성형 인공지능(AI) 서비스를 제공한다. 국내 대형 로펌이 해외 리걸테크의 AI를 사용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미국 렉시스넥시스의 법률 특화 AI 솔루션 출시를 시작으로 ‘글로벌 공룡’들의 한국 시장 공략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글로벌 리걸테크' 하비도 국내 상륙…세종에 AI 서비스 제공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세종은 최근 하비의 생성형 AI(하비 AI)를 일부 법률 자문 업무에 시범 도입해 활용하기 시작했다. 하비 AI는 챗GPT 개발사인 오픈AI의 기술을 기반으로 제작한 법률 전문 AI 솔루션이다. 세종은 검토할 자료가 많은 해외 자문 업무에서 하비 AI를 적극적으로 사용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비 AI는 전 세계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법률 AI 중 하나다. 다층 보안 장치로 별도 공간에 수만 건의 문서를 저장하고 AI가 고도화된 검색 기능으로 문서 내용뿐 아니라 문서 간 관계까지 분석한다. 판례와 규제 검색뿐 아니라 계약서 초안 작성과 실사 내용 분석·요약, 자료에 보완해야 할 내용 제안 등의 업무까지 가능하다.

2022년 설립된 미국 스타트업인 하비는 기술력을 앞세워 빠르게 영토를 확장하고 있다. 앨런앤드오버리 셔먼 스털링(A&O Shearman), 애셔스트 등 세계 최상위 로펌을 포함해 250여 개 기업이 이 회사 AI를 이용 중이다. 하비는 지난 2월 3억달러(약 4250억원) 규모 시리즈D 투자를 유치하면서 기업가치를 30억달러(약 4조2500억원)로 인정받았다.

리걸테크 분야에서 글로벌 공룡으로 꼽히는 렉시스넥시스에 이어 하비까지 한국 시장에 등장하자 국내 업계는 긴장하고 있다. 규모의 경제를 갖춘 글로벌 기업이 리걸테크의 잠재 주력 고객인 변호사들을 선점하면 국내 리걸테크 기업은 순식간에 경쟁에서 밀릴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렉시스넥시스는 작년 3월 법률 분야 전문 대화형 AI 솔루션인 ‘렉시스플러스AI’를 한국에 출시했고, 1년 만에 현대자동차, 삼성SDS 등 굴지의 국내 대기업을 고객사로 확보했다.

법률 AI 전문 기업인 인텔리콘연구소의 임영익 대표는 “토종 리걸테크가 싹을 크게 틔우지 못한 상황에서 해외 기업을 연이어 경쟁자로 맞는 형국”이라며 “해외 기업들이 한국법 학습을 끝낸다면 더 큰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공격적으로 보폭을 넓히는 글로벌 리걸테크와 달리 국내 리걸테크는 변호사단체와 반복적으로 갈등을 겪으며 발이 묶여 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지난 3년간 로앤컴퍼니의 로톡, 법무법인 대륙아주의 AI 챗봇 서비스를 잇달아 징계했다.

정부의 리걸테크 규제 기준은 여전히 불명확하다. 법무부는 2023년 11월 ‘변호사제도개선특별위원회’를 발족해 AI 법률 서비스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가시적인 결과물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지난해 두 차례 회의만 열렸을 정도로 진척이 더디다. 리걸테크산업협의회장인 구태언 법무법인 린 변호사는 “규제 등에 억눌려 아직도 유니콘 기업이 없는 게 국내 리걸테크업계의 현실”이라며 “글로벌 기업이 공격적인 영업을 펼치거나 유망한 토종 기업을 인수하면 단숨에 한국 시장을 장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진성/박시온 기자 jskim102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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