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패션’이라고 하면 몸에 걸치는 옷이나 장신구, 신발과 가방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신간 ‘몸은 어떻게 스타일이 되는가’는 진정한 패션은 옷이 아니라 몸 자체였다고 말한다. 무엇을 입느냐가 아니라 몸 자체가 이미 패션의 무대였다는 의미다. 몸은 욕망과 규범 사이에서 충돌하는 하나의 ‘장소’였음을 이 책은 말한다.
과거엔 ‘점’도 패션이었다. 우리가 ‘미인점’이라고 말하는 인위적인 점 말이다. 피부에 점을 붙이는 행위가 유행한 건 17세기 무렵이었다. 지금처럼 의료 기술이 뛰어나지 않던 때였으니, 당대인은 실크나 벨벳 등 어두운 색상의 고급스러운 천을 둥근 원형 모양으로 잘라 신체에 부착했다. 이를 프랑스어로 ‘무슈’라고 했고, 무슈를 보관하는 상자까지도 있었다. 무슈가 발달하면서, 아예 다이아몬드로 장식한 화려한 점까지 등장했다. 흥미로운 점은 붙이는 무슈가 여성의 전유물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18세기 영국의 한 군인은 오른쪽 눈 밑에 입은 총상을 가리기 위해 천을 잘라 점을 만들어 붙이고 다녔다.
허리도 자신의 미를 드러내는 전장이었다. 허리는 단지 몸통의 윗부분과 아랫부분을 잇는 신체 부위가 아니라, 인간의 욕망과 사회적 억압이 극명하게 충돌하는 지점이었다. 코르셋은 고대에도 있었지만 당시엔 잘록한 허리를 강조하려는 게 아니라 가슴의 지지대 역할을 했고, 이후 14세기를 넘어서면서 ‘허리를 똑바로 세우면서 가슴을 받쳐주는’ 기능으로 나아갔다. 특히 코르셋에 사용된 재료는 ‘고래 뼈’였고, 코르셋 제작 때문에 고래 사냥이 증가할 정도였다. 포획량이 폭증하자 유럽 북쪽 바다에 서식하던 고래들이 북극까지 이동했다고 책은 전한다.
좀 민망한 이야기지만 남성의 중심 부위도 한때 남성성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패션’ 부위였다. 16세기 남성들의 인물화를 보면 유독 ‘그 부분’이 강조된 그림이 적지 않은데, 성기 부분을 돌출시킨 낭심 보호대 디자인은 남성의 권력과 지위를 나타내는 상징이었다. 현대인의 시각으로 보면 눈을 감고 싶을 만큼 충격적인데, 과거엔 크기가 곧 정력을 가늠하는 기준이었기에 이런 디자인이 나왔다고 책은 전한다. 책은 목, 털, 가슴, 손, 발 등도 면밀하게 들여다본다.
김수영 지음, 곰출판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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