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미래로 풀어낸 상실의 고통
‘1인칭 게임 형식’으로 극 진행
근미래 세계의 가상현실을 통해 오늘날 우리들의 ‘상실’을 들여다보는 SF 연극 ‘POOL(풀)’이 관객을 찾는다. ‘POOL’은 2025년 선정된 제18회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 신작 가운데 첫 번째로 공개되는 연극 작품이다.
연극 ‘POOL’은 기억 제거술과 가상 세계 체험이 보편화된 미래를 배경으로, 상실이라는 보편적인 인간의 경험을 어떻게 통과해야 하는지를 질문한다. 작품은 원인불명의 코마 환자가 급증하는 사회에서 출발한다.
주인공인 뇌과학자 ‘나’는 이들을 치료하기 위한 가상 세계 프로그램 ‘POOL’을 개발하고, 공식 출시를 앞두고 직접 테스트에 나선다. 그러나 테스트 과정에서 ‘나’는 데이터 불일치라는 이상 현상에 휘말리고, 가상 세계를 탈출하기 위해 NPC들과의 만남을 이어가게 된다.
공연은 세 명의 NPC를 차례로 만나, 각자가 제시하는 퀘스트를 하나씩 수행해 나가는 구조로 전개된다. 사랑하는 아이돌에게 눈을 선물하기 위해 한라산 등반을 제안하는 극성 팬, 세상을 떠난 고양이를 만나기 위해 우주선을 확보해야 한다는 직장인, 다짜고짜 자신이 잃어버린 구명 튜브를 찾아 나서야 한다는 인물까지 등장한다.
작품은 다소 황당해 보이는 이들 요구의 이면에 자리한 각자의 깊은 상실의 경험을 파고든다. 시대를 불문하고 인류가 반복해 겪어온 이별의 고통과, 그 상실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극은 일인칭 게임의 형식을 차용해 진행된다. 이에 맞춰 객석 배치 역시 관객의 몰입을 고려한 방식으로 구성됐다. 극장 중앙에 무대를 두고 양편에 객석을 배치해, 마치 스타디움이나 체육관에서 경기를 관람하는 듯한 구조를 만든다. 관객은 약 110분 동안 한 방향에서 무대를 바라보는 대신, 가상 세계 속 사건을 둘러싸듯 지켜보게 된다.
미래 공간을 구현하는 방식에서도 기존 SF 연극과는 다른 선택을 택했다. 연출을 맡은 부새롬은 5일 대학로 예술가의 집에서 열린 ‘제18회 공연예술창작산실 기자간담회’에서 “미래 가상 세계를 배경으로 하지만, 흔히 떠올리는 SF 미장센으로 표현하고 싶지는 않았다”며 “오히려 아날로그적인 방식으로, 배우의 몸과 말, 연극적 표현을 통해 세계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연극은 대단히 많은 것을 보여주지 않아도, 배우가 ‘우주’라고 말하는 순간 그 자체로 세계가 성립하는 장르”라며 “사실적인 영상보다는 수공예적이고 은유적인 방식으로 SF를 제시하고자 했다”고 덧붙였다.
SF라는 미래적 장르를 통해 상실이라는 오래된 주제를 다루게 된 이유에 대해서도 부새롬은 “반복적으로 겪어온 사회적 참사들이 작가와 창작자들에게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며 “현실에서 직접 마주하기 어려운 감정을 가상 세계라는 설정을 통해 풀어내고자 했다”고 말했다.
연출을 맡은 부새롬은 극단 달나라동백꽃의 대표로, 고전 텍스트를 동시대의 감각으로 재해석해 온 연출가다. 여성 배우를 햄릿으로 기용해 주목받았던 국립극단 창단 70주년 기념 공연 ‘햄릿’을 연출했으며, 인물의 내면과 감각을 밀도 있게 포착하는 무대 언어를 구축해왔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연극 ‘POOL’은 1월 10일부터 18일까지 약 일주일간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공연된다. 한편 연극 ‘POOL’을 포함한 제18회 공연예술창작산실 1차 시기에는 뮤지컬, 무용, 전통예술, 창작오페라 등 다양한 장르의 신작들이 함께 무대에 오른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동시대성과 다양성, 실험성을 기준으로 작품을 선정해 대본 개발 단계부터 실제 공연에 이르기까지 창작 전 과정을 지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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