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만 좀 베껴라" 무시했는데…中 브랜드에 털리는 한국

3 weeks ago 21

"그만 좀 베껴라" 무시했는데…中 브랜드에 털리는 한국

지난 3일 중국 완구 브랜드 해이원의 서울 성수동 플래그십 스토어. 다양한 캐릭터 상품이 전시된 260㎡(약 78평) 규모 매장은 구경하러 온 이들로 붐볐다. 매장 앞 전시 공간에서 사진을 찍던 미국인 애슐리 씨(41)는 “중국산이라고 하면 값싼 제품으로만 여겼는데 이렇게 감성적인 캐릭터 상품까지 잘 만들어내는 게 놀랍다”고 말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해이원을 비롯해 52토이즈, 탑토이 등 중국 캐릭터 기업들이 한국 시장에 침투하고 있다. 당장 복수의 국내 복합 쇼핑몰과 대형 편집숍이 해이원 입점 검토에 돌입했다. 주요 유통업체 MD들은 직접 성수 매장에 방문해 이미 한국에서 성공을 거둔 팝마트의 전철을 밟을 수 있을지 분석 중이다.

해이원은 오즈아이라는 캐릭터 지식재산권(IP)을 중심으로 하는 아트토이 브랜드다. 2022년 설립돼 온라인 스토어를 기반으로 운영돼왔는데 지난달 성수동에 첫 오프라인 매장을 냈다. 중국 본토에서도 열지 않았던 대형 플래그십 스토어를 한국에 처음 선보인 것이다. 신창림 해이원코리아 대표는 “처음부터 한국 매장을 가장 먼저 여는 것을 목표로 설립한 브랜드”라고 했다.

"그만 좀 베껴라" 무시했는데…中 브랜드에 털리는 한국

과거 중국산 캐릭터는 퀄리티가 조잡하거나 인기 캐릭터를 슬그머니 베끼는 경우가 많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바뀌었다. 자체 디자인 경쟁력에 자금력까지 갖춘 브랜드들이 ‘제2의 팝마트’를 노리며 한국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글로벌 성공 사례인 팝마트는 주력 캐릭터 라부부가 큰 인기를 끌며 국내 시장에 안착했다. 팝마트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은 1255억원으로 전년(347억원)보다 3배 넘게 불었다.

후발주자인 52토이즈, 탑토이도 한국 공략에 나섰다. 탑토이는 ‘중국판 다이소’인 미니소 산하 브랜드다. 미니소는 강남·홍대·대학로 등 주요 상권에 매장을 열면서 탑토이의 브랜드 인지도도 함께 올리고 있다. 중국 동영상 플랫폼 빌리빌리가 투자한 52토이즈도 더현대 서울 등에서 팝업을 잇따라 열며 본격적인 한국 진출을 타진하고 있다. 단일 캐릭터가 아닌 다수 IP를 동시에 키우며 히트작을 만들어내는 게 중국 캐릭터 기업들의 특징이다.

중국 업체들이 한국에 공격적으로 진입하고 있는 배경엔 한국 캐릭터 IP 시장이 사실상 ‘빈집’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인기 캐릭터로 꼽히는 티니핑, 핑크퐁, 아기상어 등은 수요층이 유아동에 그친다는 한계가 크다. 라인프렌즈, 카카오프렌즈 등 플랫폼 기반 캐릭터 IP도 서비스 수수료를 받는 단순한 구조에 머물러 있다. 완구업계 관계자는 “중국 캐릭터 기업 입장에서 한국은 수요가 넘치지만 경쟁 강도는 낮은 시장으로 보일 것”이라고 했다. 포켓몬, 산리오 등 강력한 로컬 캐릭터 기업이 시장을 장악한 일본과는 상황이 다르다는 얘기다.

중국은 국가 차원에서 IP산업의 해외 진출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박승찬 용인대 중국학과 교수는 “중국 캐릭터가 한국에서 성공하면 동남아나 북미 시장으로 확장할 때도 중요한 레퍼런스가 된다”고 말했다.

안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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