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대 서울 명동의 카페는 예술가들의 아지트였습니다. 김환기, 이중섭, 박서보와 같은 화가들이 드나들었고 박인환, 김광균, 조지훈, 김수영 등 시인들도 이곳을 찾았습니다. 당시의 명동 다방을 논할 때 빠지면 서운한 예술가가 한 명 있습니다. 바로 화가이자 작가로 10권이 넘는 수필집을 낸 천경자입니다.
천경자는 원색의 체크무늬 코트를 입고 명동을 활보하던 멋쟁이였습니다. 오늘날로 치면 명동 ‘인싸’였던 셈입니다. 그는 화가뿐만 아니라 문인들과도 우정을 나눴습니다. ‘토지’의 소설가 박경리와 특히 친하게 지냈죠. ‘광장’을 쓴 최인호는 그의 재능을 부러워하기도 했습니다.
인기 수필가였지만 천경자는 근본적으로 화단의 슈퍼스타였습니다. 전문가 집단에게 인정받았을 뿐만 아니라 대중성도 겸비했습니다. 천경자의 개인전에는 많은 인파가 몰렸고, 관객들은 그에게 싸인을 받기 위해 긴 줄을 서야 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