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비극을 판소리로…국립극장의 파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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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비극을 판소리로…국립극장의 파격

2026~2027 시즌 8월 개막
클래식 지휘자가 국악 지휘봉
오이디푸스, 女 주연 창극으로

지난해 열린 국립국악관현악단의 '2025년 작곡가 프로젝트' 공연 모습.  국립극장

지난해 열린 국립국악관현악단의 '2025년 작곡가 프로젝트' 공연 모습. 국립극장

"서양음악과 국악으로 장르를 나누는 것 자체를 이제 파괴해야 할 시점이 왔다고 생각해요."

서양 클래식 지휘자가 국악관현악단의 지휘봉을 잡고, 그리스 비극은 판소리로 무대에 오른다. 국립극장이 최근 발표한 2026-2027 레퍼토리시즌은 전통과 현대, 동양과 서양이 충돌하고 뒤섞이는 무대들로 채워졌다.

국립극장의 이번 시즌 화두는 '새로운 시대를 여는 전통의 울림'이다. 다음달 21일부터 내년 6월 27일까지 311일간 신작 19편 등 총 75편이 오른다. 김석일 국립극장장 직무대리는 "지금까지 시즌이 전통을 어떻게 계승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엔 인공지능(AI) 시대에 전통 예술이 왜 필요한가에 중점을 뒀다"고 밝혔다.

동서양의 만남이 뚜렷하면서 가장 많은 기대를 모으는 무대는 11월 25일 공연하는 국립국악관현악단의 관현악시리즈 '2026 디스커버리'다. 독일음악협회가 '미래의 마에스트로'로 선정한 홍석원 지휘자가 이끈다. 지난해 국립극장 광복 80주년 기념음악회에서 국악관현악단과 처음 호흡을 맞춘 뒤 1년 만이다. 홍 지휘자는 "서양음악과 전통음악을 융합시켜 얼마나 새롭고 혁신적인 것을 보여줄 수 있느냐에 중점을 두고 싶다"고 말했다.

국립창극단은 서양 고전을 판소리의 언어로 다시 쓴다. 유은선 예술감독은 "고전을 중심에 둔 이유는 시대가 바뀌어도 사라지지 않는 인간의 감정과 질문을 품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11월 개막하는 신작 '오이디푸스'는 소포클레스 비극을 배삼식 극본, 최진아 연출로 풀어내며 오이디푸스를 여성으로 설정하는 파격을 택했다. 내년 6월에는 요나 김 연출이 춘향가를 재해석한 '춘향'이, 4월에는 영국 올리비에 어워즈 연출상 후보에 올랐던 '리어'가 돌아온다.

9월 무대에 오르는 무장애 음악극 '옹옹옹'은 옹고집전을 전통 마당극으로 시작해 테크노 등 현대음악으로 깨뜨려가는 구성으로 풀어낸다. 백상예술대상 젊은연극상 수상자 강훈구가 연출을 맡았다. 국립무용단의 시즌 첫 무대는 10월 개막하는 '더블빌: 시나위'로, 거장 배정혜와 신예 배진호가 세대를 마주 세운다.

[구정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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