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가 내년 최첨단 3나노미터(㎚·1㎚=10억분의 1m) 기반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출시를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양산은 중국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체 SMIC가 맡는다. 미국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반도체 자립’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5일 중국 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화웨이는 내년 출시를 목표로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기반 3나노 AP 칩 개발에 돌입했다. GAA는 TSMC와 삼성전자가 활용하는 차세대 트랜지스터 기술이다. SMIC도 화웨이의 계획에 맞춰 3나노 공정 도입을 준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초미세 공정 구현에 필수적인 ASML의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의 대중 수출을 2019년부터 금지하고 있다. EUV 장비 없이 제조할 수 있는 칩의 수준은 7나노가 한계로 여겨졌으나 화웨이와 SMIC는 구형 심자외선(DUV) 장비를 이용해 5나노 칩 양산에 성공했다.
화웨이는 3나노 구현을 위해 기존 실리콘 트랜지스터 대신 탄소나노튜브 등 ‘2차원(2D)’ 소재를 활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통해 전력 소비를 줄이고 연산 성능을 높였다는 게 반도체 업계 분석이다. 설계 기술과 소재 혁신을 통해 EUV 장비의 부재를 메운 것이다.
미국 정부가 지난 4월 엔비디아의 저사양 AI가속기 H20 수출 통제를 가하자, 보란 듯이 자체 AI가속기 어센드 920을 공개했다. SMIC의 6나노 공정으로 생산된 이 제품은 엔비디아의 고성능 AI 칩 ‘H100’과 비슷한 성능을 갖춘 것으로 업계는 파악하고 있다.
화웨이 반도체 가치사슬의 핵심 기업인 SMIC는 지난해 매출의 95%인 설비 투자에만 76억7000만 달러(약 10조8800억 원)를 썼다. 중국 정부의 지원이 없다면 불가능한 투자다. SMIC는 지난해 대만 UMC를 제치고 처음으로 세계 파운드리 점유율 3위로 올랐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