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인 퍼즐’ 주인공 이나役 김다미
‘이태원 클라쓰’ 조이서 닮은 캐릭터
“‘한국판 코난’ 같다는 반응 재밌어
독특한 의상 등 아이디어 내가 제안”
4일 종영한 디즈니플러스 11부작 드라마 ‘나인 퍼즐’에서 주인공 이나 역을 맡은 배우 김다미(30)는 5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천진난만한 웃음을 터뜨렸다. 말투와 의상, 추리 방식까지 만화적인 설정이 강했던 이나를 두고 시청자들은 “한국판 코난 같다”며 좋아했다. 김다미는 “그런 반응이 너무 재밌었다”며 “우리가 만든 캐릭터의 방향이 잘 전해졌다는 뜻”이라고 했다.
“현실에 존재하기 어려운 인물이지만, 오히려 그 모순이 인간적으로 느껴지길 바랐어요. 그게 이나의 매력이죠.”
‘나인 퍼즐’은 살인 사건 현장마다 퍼즐 조각을 남기고 사라지는 범인을 쫓는 미스터리물이다. 한 경찰이 자택에서 살해되고, 그의 조카 이나가 유일한 목격자로 퍼즐 조각 하나를 발견하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사건은 끝내 미제로 남고, 10년 뒤 프로파일러가 된 이나는 다시 퍼즐이 배달되는 연쇄 살인 사건과 마주한다. 촘촘한 트릭과 인물 간 긴장감이 맞물리며 ‘쫀득한 추리물’이라는 평을 받았다.이나는 천재적인 추리 능력을 지닌 프로파일러지만 감정 표현이 서툴고 말투는 어딘가 아이 같다. 강렬한 색감의 옷차림에 독특한 넥타이를 매는 등 외양도 평범하지 않다. 김다미는 “시각적으로도 강렬한 포인트가 필요했고, ‘이건 이나가 입을 법한 옷’이란 느낌을 주고 싶었다”며 “옷차림과 캐릭터 설정에 대해 감독님께 여러 아이디어를 적극 제안했다”고 했다.
지난달 21일 1∼6화가 공개됐을 때만 해도, 이나 캐릭터는 다소 낯설다는 반응도 있었다. 살인 사건 현장에서 계속 웃는 ‘맑눈광(맑은 눈의 광인)’ 이나가 “오글거린다”는 반응이었다. 김다미는 “고민도 있었지만 이나는 원래 그런 인물이라고 믿고 밀어붙이기로 했다. 회차가 거듭될수록 시청자분들도 점점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고 느꼈다”고 했다.
극에서 이나는 타인과 감정을 쉽게 나누지 못한다. 어린 시절 유일한 보호자였던 삼촌이 눈앞에서 숨진 뒤 사람들과 거리를 두고 살아왔기 때문이다. 김다미는 “이나는 겉으로는 무심한 척하지만 누구보다 사랑받고 싶어 하는 사람”이라며 “케이크를 챙기거나 선물로 마음을 표현하는 방식이 그런 이나의 속마음을 보여준다”고 했다. 이나는 김다미가 연기했던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2020년)의 조이서와도 닮은 점이 있다. 두 캐릭터 모두 뛰어난 두뇌를 지녔지만, 감정적인 결핍을 안고 있다. 김다미는 “그냥 똑똑한 사람보다 상처를 안고 있는 천재 캐릭터에 더 끌리는 것 같다”며 “두 작품 모두 감정선을 섬세하게 조율해야 해서 연기하면서 많이 배웠다”고 말했다.김다미는 영화 ‘마녀’(2018년)로 충무로에 등장한 뒤 드라마 ‘그해 우리는’(2021년) 등으로 꾸준히 필모그래피를 쌓아 왔다. 하지만 출연 작품은 비교적 많지 않고, 예능 프로그램 출연도 거의 없다. 내향적인 성격 때문일까. 그는 “하나에 몰입하면 에너지를 다 쓴다. 쉬는 시간이 있어야 다음 작품도 진심으로 할 수 있더라”며 웃었다.
배우로서의 목표를 묻자 그는 한참을 생각하더니 조곤조곤 답했다.
“그냥 ‘연기 잘한다’는 말이나 저에 대한 이미지보다 ‘그 캐릭터 기억나’라는 말이 훨씬 좋아요. 이번 드라마에서도 사람들이 ‘김다미’보다 ‘이나’를 먼저 떠올렸으면 좋겠어요. 기회가 된다면 다음엔 아주 어두운 인물도 도전해 보고 싶네요.”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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