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위협이 계속되면서 핵 공약이 21대 대선에서 ‘뜨거운 감자’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들은 ‘남북 핵균형’ ‘핵 잠재력 확보’ 등 핵 관련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경선 후보 등은 ‘한반도 비핵화’라는 당내 기조를 의식한 듯 관련 공약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후보는 24일 외교·통상 전략 구상을 담은 정책 비전인 ‘든든한 동맹 성장하는 대한민국’을 발표하면서 “농축·재처리를 포함해 우리의 평화적 핵 활동에 어떤 장애도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을 추진해 우라늄 농축과 핵연료 재처리 등을 실질적으로 보장받아 우리나라도 일본 수준만큼의 핵 잠재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홍준표 국민의힘 후보는 핵 담론에서 가장 적극적이다. 이성배 홍준표 캠프 대변인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식 핵 공유와 주한미군 전술핵 재배치를 적극 검토하고 필요하면 독자 핵 개발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홍 후보는 지난 17일 비전 발표회에서 “앞으로 남북 핵균형과 강한 힘을 바탕으로 무장평화를 공고히 하겠다“며 “한·미 핵 공유, 자체 핵 개발 가능성을 탐색해 핵에는 핵으로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강조했다.
김문수·안철수 후보는 핵 잠재력 확보의 또 다른 방안인 ‘핵 추진 잠수함(핵잠)’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공언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핵잠 건조 현장을 시찰한 사진이 공개되면서 국민의힘 주자들이 핵잠 개발 관련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후보들은 모두 핵 관련 공약에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재명 후보 캠프 관계자는 통화에서 “핵과 관련한 공약은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해 구상하고 있다”고 했다. 김동연·김경수 후보는 핵무장 자체에 대해 모두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당내에선 전반적으로 비핵화에 대한 의제가 강한 것을 우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전날 “국민의힘 경선 후보 핵무장 공약은 나라를 망치는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하지만 민주당 내부에서도 핵무장에 대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민주당 소속의 한 국방위원은 “핵 공약은 내더라도 당내 경선이 끝난 뒤에 발표될 가능성이 높다”며 “당내 일각에선 핵 잠재력 확보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고 전했다.
각 당의 경선이 끝나고 본선이 시작되면 핵무장 관련 논의가 본격화할 가능성도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이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사드) 배치와 자체 핵무장 담론에 대해 적극적으로 언급한 게 일부 표를 가져왔다“고 설명했다.
배성수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