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 인터뷰
한국 사회 갈등, 민주화 이후 최대치
기후위기·재정고갈 등 세대간 불공정성이 문제
대선·총선 연도 맞춰야…극단적 여소야대 해결
‘선명성’보다 ‘균형점’ 찾는 게 정치인 덕목
“국민은 균형감 있는 정치인보다는 선명한 정치인을 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정치인의 덕목은 균형점을 찾아가는 데 있습니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으로서 당을 이끄는 청년 정치인,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34·경기 포천가평)의 신조다.
12·3 계엄사태와 대통령 탄핵 국면을 거치며 한국 사회는 극심한 정치적 혼란을 겪었다. 정국은 이제 조기 대선을 앞두고 다시 한번 술렁이고 있다. 문제는 보수 대 진보, 국민의힘 대 더불어민주당, ‘친윤석열’ 대 ‘친이재명’의 극단 대립이다. “나라가 두 개로 쪼개졌다”는 지적도 심심찮게 나온다.
향후 대한민국의 30년을 이끌 젊은 청년들의 생각이 궁금해지는 이유다. 특히 국회의 30·40세대 정치인들은 분열된 사회의 봉합책이 뭐라고 보고 있을까. 매일경제는 최근 김용태 의원을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나 그의 의견을 들어봤다.
국민의힘 최연소 지역구 의원인 김 의원은 때로 당론의 반대편에 서면서 균형감을 추구하려고 애쓰고 있다. 22대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에서는 청년세대의 목소리를 대변할 계획이다. 그는 최근 여야가 합의한 연금개혁안에 소신 있는 반대표를 던져 주목 받기도 했다.
김 의원은 “청년 세대가 연금 제도에서 공정하게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구조개혁과 자동조정장치를 반드시 도입해야 한다”며 “그래서 연금개혁안에 반대표를 던졌다”고 밝혔다.
사회갈등 수준 ‘민주화 이후 최대치’
세대 간 불평등 문제 얽혀 갈등 다변화
―사회분열이 심각하다. 갈등의 수준을 어느 정도라 진단하나.
▷‘민주화 이후 최대치’라고 생각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에도 최악이라고 느꼈지만, 현재 윤석열 대통령 탄핵 과정에서는 더 극단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정치권에서 ‘내전 상황’, ‘체제 전쟁’이라는 표현을 서슴없이 쓰잖나. 심리적으로 굉장히 분열되어 있다고 본다.
―세대, 지역, 젠더 등 여러 갈등이 얽히며 복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구체적으로 어떤 갈등이 문제라고 보는가.
▷동의한다. 특히 젠더 갈등은 2030 세대의 정치 성향을 좌우할 정도로 영향력이 커졌다. 특히 기후 위기 대응에서는 세대 간 불공정성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기성세대의 결정이 젊은 세대에게 불이익으로 이어지는 탓이다. 지난해에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이 헌법 불합치 판정을 받기도 했다. 앞으로 70·80대가 됐을 때 환경의 영향을 받을 10·20대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추경 문제도 마찬가지다. 당장 예산을 쓸 수는 있지만, 지금의 2030 세대가 나중에 기성세대가 됐을 때의 재정 고갈 문제 등도 세대 간 정의의 굉장히 중요한 이슈 같다.
정치인, 진영 논리에 매몰되지 말아야
개헌논의 추진할 적기는 바로 지금
―정치인들이 사회 통합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나.
▷정치인들이 진영 논리에 매몰되지 않고 국민 전체를 향한 통합적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내야 한다. 여야 모두 극단적 지지층의 목소리에만 편승하면 갈등을 해소할 수 없다. 정치인 스스로 절제하고 균형을 잡아야 한다.
―정치 구조 개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87 헌법 체제’가 끝났다고 본다. 이제 다당제나 중대선거구제 등 정치 구조 개혁을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를 같은 해에 치르는 방안을 제안하고 싶다. 그러면 극단적 여소야대 상황 만큼은 피할 수 있지 않을까. 거야가 192석이고, 여당이 108석이다 보니까 사실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면 여당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니 지금이 바로 개헌 논의를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시점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도 개헌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밝힐 필요가 있지 않을까.
―국민의힘 지도부로서 사회 통합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나.
▷집권 여당은 정책적으로 사회 통합에 이바지할 책임이 있다. 젠더, 세대 갈등 등 개인이 느끼는 문제들을 해소할 수 있는 실질적인 정책적 대안을 제시하고, 이를 통해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통합적 국가 비전을 구체화해야 한다.
―구상 중인 청년 정책이 있나
▷교육위원회에서 활동하며 ‘유보 통합’이 중요하다고 느꼈다.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통합해 ‘영유아 학교’를 만들고 교사들의 처우를 공정하게 맞추는 것이 핵심이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남북통일보다 유보 통일이 어렵다는 말도 나온다. 보수 정권이냐 진보 정권이냐를 가리지 않고 역대 정권이 추진하려 했다가 모두 실패한 정책이기 때문이다. 유치원 교사와 어린이집 교사라는 직역 간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이걸 합치는 데 매우 많은 예산과 시간이 든다. 이런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지만 더디더라도 천천히 이뤄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연금개혁, 구조개혁·자동조절장치 도입 필요
청년층에 정치적 효능감 줘야
―최근 국민연금 개혁안에 반대표를 던진 이유는
▷모수 개혁에만 초점이 맞춰져 구조개혁이 빠졌다. 이러면 장기적으로 청년 세대가 불이익을 받을 수밖에 없다. 청년들에게 공정한 연금 제도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구조 개혁과 자동 조절 장치를 반드시 도입해야 한다고 생각해 반대표를 던졌다.
―청년층의 정치 참여를 독려할 방안이 있다면
▷정치에 효능감을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같은 상황에선 청년 세대뿐 아니라 국민 전체가 효능감을 느끼기 어렵다. 여야 간 극단 대립으로 정치 혐오가 커지고 있고, 나를 대변해 줄 수 있는 국회의원이 양 진영중 한쪽에 속해 있어 탄핵 찬반을 중심으로 부딪히고 있는 상황 아닌가. 이런 상황에서는 정치 효능감보다는 정치 혐오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젊은 나이에 정치에 입문하게 된 계기는.
▷공동체에 보탬이 되고 싶었다. 가장 영향을 많이 받은 것은 미국 드라마 ‘웨스트윙’. 마틴 신이라는 배우가 연기하는 바틀렛이라는 대통령이 나온다. 고등학생 때 저런 정치인이 있으면 가상의 인물이지만 국민이 행복하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현실 정치에 들어와서는 쉽지 않다. 이렇게 갈등이 격화된 시대에서는 지지층들도 균형점을 잘 찾는 정치인보다 선명한 정치인을 원하는 것 같다. 다만 저는 정치인으로서 균형점을 찾아가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 덕목이라고 본다.
21대 대통령을 선출하는 6·3 전당대회를 앞두고, 국민의힘은 보수 지지층의 이탈을 막는 동시에 중도층의 표심까지 확보해야 하는 쉽지 않은 과제를 안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민의힘 지도부이자 국회 연금특위 위원으로 활동 중인 김 의원은 한국 정치를 이끌어나갈 핵심 구성원 중 한 명이다. ‘선명함’보다는 ‘균형’을 추구하는 정치인 김 의원, 그가 앞으로 한국 정치에서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