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럽조사, 계엄前 구도로 되돌아가
“尹대통령 탄핵에 찬성” 57%
“나는 보수” 응답 34%로 늘어
국민의힘 정당 지지율이 39%로 더불어민주당 정당 지지율(36%)보다 3%포인트 높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17일 나왔다. 12·3 비상계엄 선포 사태 이후 24%포인트까지 벌어졌던 국민의힘과 민주당 간 지지율 격차가 오차범위 내에서 뒤집힌 것이다. 국민의힘 지지율이 민주당보다 높게 나온 것은 5개월여 만이다.한국갤럽이 14∼16일 전국 성인 10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전화조사원이 무선전화 인터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국민의힘 지지율은 39%로 전주보다 5%포인트 올랐고, 민주당 지지율은 36%로 전주와 같았다. 지난해 12·3 비상계엄 사태와 같은 달 14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인 2024년 12월 3주 차 조사에서는 국민의힘 지지율이 24%, 민주당 지지율은 48%였다. 한국갤럽은 “양대 정당이 비상계엄 사태 이전의 비등한 구도로 되돌아갔다”고 평가했다.
정당 지지율 역전은 보수 결집 효과로 풀이된다. 이번 조사에서 자신의 이념 성향을 보수라고 답한 응답자는 338명으로 전체 응답자 1001명 중 33.8%였다. 중도(278명), 진보(262명)보다 많아진 것. 비상계엄 직후인 지난해 12월 2주 차 조사에서 전체 응답자(1002명) 가운데 자신이 보수라고 밝힌 응답자가 245명으로 24.5%에 그쳤으며 진보는 330명, 중도는 326명이었다.
윤 대통령 탄핵에 대해선 응답자 중 57%가 찬성했고, 36%는 반대했다. 탄핵 찬성이 전주보다 7%포인트 하락했지만 여전히 60%에 육박한 것이다.장래 정치지도자 선호도에선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31%로 가장 높았고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이 7%, 홍준표 대구시장과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각 6%, 오세훈 서울시장 4% 순이었다.
뒤집힌 여야 지지율… 정치권 “조기 대선땐 51대49 싸움”
[현직 대통령 첫 구속영장]
갤럽조사도 오차내 지지율 역전… 40대 민주 지지율 1주새 53→43%
탄핵 찬성 57%에도 與지지율 상승… 중도층 44%가 “지지 후보 없다”
與 “우리가 잘해서 그런 것 아니다”… 野 “과도한 표현 자제” 언행 주의보
“조기 대선은 이미 51 대 49의 구도로 바뀌었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의 정당 지지율이 역전된 여론조사 결과가 잇따라 공개되자 정치권에선 이 같은 해석이 나왔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발동과 탄핵 정국에서 추락했던 여당 지지율이 거대 야당의 독주에 대한 비판 여론과 ‘반(反)이재명’ 정서 확산의 반사효과로 상승하면서 쉽게 우위를 점치기 어려운 혼전 양상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비상계엄을 거치며 확산하는 음모론 속에 극심해지고 있는 정치적 양극화와 정치적 불확실성이 다가올 대선 정국의 중대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보수 결집 속 40대도 일부 민주당서 이탈한국갤럽이 14∼16일 전국 성인 10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전화 조사원이 무선전화 인터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결과에 따르면 국민의힘 지지율은 모든 연령에서 일제히 상승했다.
전주 60대 이상에서 주로 상승했던 국민의힘 지지율은 이번 조사에선 40대에서 36%로 전주보다 14%포인트, 50대에서 32%로 6%포인트 올랐다. 반면 40대 응답자의 민주당 지지율은 53%에서 43%로 10%포인트 하락했다. 민주당 핵심 지지층인 40대 일부가 민주당에 등을 돌리면서 국민의힘 지지율 상승 동력이 더욱 커진 셈이다.
이념 성향에선 보수층의 국민의힘 지지율이 79%로 전주보다 6%포인트, 중도가 28%로 4%포인트 높아졌다. 지역별로도 전주와 지지율이 같았던 광주·전라를 제외하면 모든 지역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이 상승했다.
정치권에선 여야 정당 지지율 ‘크로스(cross·역전)’ 현상에 대해 거대 야당에 대한 비판 여론 확산을 꼽는다. 이번 조사에서 윤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다는 응답은 57%로 여전히 60%에 육박하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국민의힘 지지율이 상승하고 있는 모순적인 현상은 민주당에 대한 실망감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을 지낸 최재성 전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탄핵소추안에서 내란죄를 제외하는 등의 모습은 비상한 상황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정치적 스케줄에 맞추려는 듯한 느낌을 줘 중도층 이탈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 때와는 달라진 정치 환경도 정당 지지율 역전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보수 정당의 분열이 대선 참패로 이어졌다는 학습효과와 함께 야당의 이른바 ‘이재명 단일 체제’에 대한 거부감으로 보수층이 빠르게 결집하고 있다는 의미다. 한국갤럽은 이날 보고서에서 “국민의힘 지지도는 정치적 이벤트가 있을 때 두드러지는 특징을 보였다”며 “비상계엄 이후 현재까지의 정당 양상은 8년 전 탄핵 정국과 확연히 다르다”고 지적했다.
● 중도층 44% “지지 후보 없다”정당 지지율 역전이 대선 국면에 미칠 영향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정권 심판론’을 잠재울 만큼 여당 지지율 상승이 지속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또 조기 대선 국면이 본격화된 이후에도 여당이 결집된 보수 지지층을 모두 흡수할 만한 대선 후보를 낼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는 지적도 나온다.이날 발표된 조사에선 ‘현 정권 교체를 위해 야당 후보가 당선되는 것이 좋다’는 응답자는 48%로, ‘현 정권 유지를 위해 여당 후보가 당선되는 것이 좋다’는 응답자(40%)보다 많았다.
하지만 여야 정당 지지도가 오차범위 내로 좁혀지면서 극심한 정치적 양극화 속에 여야의 극단 대치 정국에 피로감을 느끼는 중도층의 표심이 대선 판도를 가를 열쇠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날 장래 정치 지도자 선호도에서는 이 대표가 31%를 기록해 가장 높았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3주 차 조사에서 37%였던 것을 감안하면 한 달 만에 6%포인트 하락했다. 이어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이 7%, 홍준표 대구시장과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각각 6%, 오세훈 서울시장은 4%로 뒤를 이었다. 하지만 특정 후보를 꼽지 않은 ‘의견 유보’가 36%에 달했다. 특히 중도층에선 절반에 가까운 44%가 지지하는 후보가 없다고 답했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에 따르면 이 대표는 이날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피의자 윤석열에 대한 과도한 표현은 삼가는 게 좋겠다”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지지율 상승은 우리가 잘해서가 아니라 민주당이 잘못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조권형 기자 buz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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