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출신인 송기호 변호사(사진)를 대통령실 국정상황실장에 임명했다. 국정상황실장은 경찰과 국가정보원 등 치안·정보 기관에서 올라오는 각종 정보를 취합해 대통령에게 보고하며 국정 운영을 총괄하는 자리다. 1급 비서관급 자리지만 대통령에게 수시로 보고하기 때문에 요직 중의 요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주로 대통령 측근이 임명된다. 문재인 정부 때는 윤건영 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초대 국정상황실장을 맡았다.
13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송 신임 실장은 이날부터 본격적으로 업무를 시작했다. 송 실장은 국제법과 통상에 밝은 인사라는 평가가 많다. 전남 고흥 출신으로 서울대 무역학과를 졸업했다.
민변에서는 국제통상위원장을 지냈고, 이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일 때 법률특보를 맡았다. 일본 정부가 2023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시작했을 때 민주당 원내대책단 부단장을 지냈다. 당시 국제법 분야 전문성을 발휘해 당 차원의 대응 방안 마련을 주도했다. 최근에는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정책에 대응하는 당내 통상안보 태스크포스(TF)에서도 일했다.
송 실장은 지난해 총선 때 서울 송파을 지역구에 출마해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에게 졌다. 이 대통령이 전문성을 갖추고 험지에서 묵묵히 지역구를 다져온 송 실장을 상당히 신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실 근무 첫날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관련 경제안보 긴급점검 회의에 참석한 송 실장에게 “잘 부탁드린다. 상당히 노가다(고생하는) 자리”라고 말했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등 굵직한 다자외교 무대를 앞두고 이에 대비해야 하는 국가안보실 1·2·3차장 인선은 이날도 이뤄지지 않았다. 1차장은 국방·안보, 2차장은 외교정책을 다루고 3차장은 경제안보 등을 담당한다. 장관급인 외교안보특별보좌관도 공석이다. 일각에서는 ‘친미파’ ‘동맹파’로 분류되는 위성락 국가안보실장과 ‘자주파’인 이종석 국정원장 후보자 세력 간 파워게임에 대통령실 외교안보라인 구성이 늦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통령실 성평등가족비서관에는 정정옥 전 경기도여성가족재단 대표가 내정됐다. 보건복지비서관에는 진석범 전 경기복지재단 대표 등이 거론되고 있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