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차산업은 모래밭 위에서 카드 성(城)을 쌓는 작업과 닮은데가 있다. 자동차 1대에 들어가는 부품만 2~3만개인데 이를 받는 공급망은 전 세계에 퍼져있다.
이렇게 생산되는 차량은 한국에서만 하루 1만대가 넘는다. 같은 모델이라도 190개 수출국별로 특색을 달리해야 하고, 환경, 안전 규정도 맞춰야 한다. 부품, 조립, 수출, 규제 중 하나만 삐끗해도 생산이 중단되고 카드 성은 우수수 무너진다.
국내 최대 완성차업체 현대차 발밑이 위태롭다. 가장 크게 흔들리는 모래밭은 부품 시장이다. 공급망 리스크가 커지며 현대차 글로벌 공장에서 쓰는 부품값은 지난해 84조원으로 5년 새 45% 뛰었다. 올해는 고유가 여파로 단가가 더 빠르게 오르고 있다. 반면 중국산 부품 평균가는 국내 대비 30% 싸다. 기술 수준도 상당 부분 국내산을 따라잡았다. 중국산 자동차 저가 공세도 한몫했다.
상하이에서 찍는 테슬라 ‘모델Y’은 올 들어 경쟁 차종인 현대차 ‘아이오닉5’ 보다 3배 많이 팔렸다. 최대 전기차업체 BYD는 현대차를 턱밑 추격 중이다. 어떻게든 차량 가격을 낮춰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현대차 내연기관차 부품 국산화율은 95%에 달한다. 최근 이 회사 최고 경영진은 “필요하면 중국 협력사를 통해 부품을 조달하는 방안을 검토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문제는 중국산을 늘리면 중국 공급망에 예속될 위험이 커진다는 점이다. 국내 부품 생태계 먹거리가 줄고, 브랜드 가치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도 난제다. 어느 선까지 중국 부품을 늘려야 타격을 최소화할 수 있을지 복잡한 방정식을 풀어야 한다. 공급망 리스크와 구조적 생산 격차 문제가 맞물렸다.
이런 땐 정부가 출렁이는 모래밭을 다져줄 필요가 있다. 국내 생산 차량에 비례해 일정 부분 법인세를 공제해주는 정책에서 시작하는게 합리적이다. 국내 생산 고비용 충격을 분산하면서 고용과 부품 생태계를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 정책 처방 시기가 늦어지면 중국산 파도에 현대차 카드성은 흔적도 없이 무너져 버릴 공산이 크다.
[김정환 산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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