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밥 한그릇 뚝딱… ‘남장 여자’ 너스레에 사극 재미 솔솔

4 hours ago 2

채널A ‘체크인 한양’ 주말극 돌풍
주인공 김지은 털털한 연기 한몫
‘바람의 화원’ ‘성균관 스캔들’ 등
남장 여자 주인공의 인기 이어가

채널A 드라마 ‘체크인 한양’은 조선시대 가상의 여각인 용천루에 수습 사환으로 들어간 ‘남장 여자’ 홍덕수(김지은)의 좌충우돌을 맛깔나게 그려냈다. 채널A 제공

채널A 드라마 ‘체크인 한양’은 조선시대 가상의 여각인 용천루에 수습 사환으로 들어간 ‘남장 여자’ 홍덕수(김지은)의 좌충우돌을 맛깔나게 그려냈다. 채널A 제공
“사나이∼홍덕수!”

조선 최고이자 최대 여각(旅閣) ‘용천루’. 수습 사환 ‘홍덕수’(김지은)는 말끝마다 자신을 “사나이”라 부른다. 실은 자신이 여성이란 정체를 숨기고 있다는 걸 들키지 않기 위해서다.

덕수는 의심을 피하고자 ‘아재’처럼 행동한다. 국밥을 먹을 때면 그릇 밑바닥까지 싹싹 비운 뒤 “시원하다”고 외친다. 밥을 남긴 동료들에겐 “왜 이렇게 깨작거리냐”고 면박을 준다. 시비 거는 이들에게도 “사내답게 한 번 붙든가”라고 외친다. 난관이 닥쳐도 굵은 목소리로 호탕하게 껄껄거린다. “사내라면 도전을 마다하지 않지! 하하!”

‘남장 여자 사극’ 열풍이 다시 한 번 불고 있다. 지난해 12월 21일부터 방영 중인 채널A 드라마 ‘체크인 한양’은 최고 시청률 3%를 기록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한양의 MZ세대(밀레니얼+Z세대)’라 할 수 있는 4인방의 파란만장한 사랑과 성장을 세밀하게 그려냈다는 호평이 많다. 여기에 남장 여자 사극의 마력이 감칠맛을 더했다는 의견이다.

남장 여자가 주인공으로 등장한 사극들. 위부터 차례로 ‘성균관 스캔들’(박민영), ‘연모’(박은빈), ‘구르미 그린 달빛’(김유정). KBS 제공

남장 여자가 주인공으로 등장한 사극들. 위부터 차례로 ‘성균관 스캔들’(박민영), ‘연모’(박은빈), ‘구르미 그린 달빛’(김유정). KBS 제공
남장 여자는 한국 사극 드라마에서 꽤나 역사가 깊은 소재다. 배우 문근영이 천재 화가 신윤복을 연기했던 ‘바람의 화원’(2008년)이나 배우 박민영이 성균관 유생으로 분한 ‘성균관 스캔들’(2010년) 등은 당대의 화제를 모았다.

남장 여자 사극은 여성이 사회활동을 하기 어려운 시대적 장벽을 뛰어넘고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는 극적 쾌감이 크다. 또 자연스럽게 퀴어 코드를 녹여 내는 효과도 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성차별이 심한 과거가 배경인 사극에서 남장 여자는 성적으로 억압된 상황을 해소하는 역할”이라며 “남자 주인공과 처음엔 우정을 쌓다가 정체가 들통난 뒤 ‘로맨스’로 자연스레 나아가기에도 적합하다”고 분석했다.

물론 남장 여자 사극이라고 다 흥행에 성공한 건 아니다. 여성 주인공이 성 정체성을 숨기려는 과정에서 겪는 여러 촌극을 얼마나 맛깔나게 살려 내는지가 성공 여부를 판가름한다. ‘체크인 한양’은 배우 김지은이 자칫 과하고 어색하게 보일 수 있는 상황을 적절한 완급 조절로 자연스럽게 소화한 점이 높이 평가 받는다. 김지은은 지난해 12월 제작발표회에서 “최대한 인물을 재미있게 살리기 위해 노력했다”며 “특히 친구들과 있을 때 막무가내로 뻔뻔하게 나가는 부분을 웃기게 살려 보려 했다”고 했다.

남장 여자 캐릭터는 대체로 전통 사극보다 대체 역사물인 ‘퓨전 사극’에서 더 빛난다. 시청자가 확실하게 작품을 ‘허구’로 받아들인다는 안전장치가 마련돼 누가 봐도 여성처럼 보여도 그러려니 하며 웃어 넘길 수 있다.

조선 시대에 남장 여자 왕이 있었다는 상상에서 시작된 ‘연모’(2021년)나 남장 여자 내시를 그린 ‘구르미 그린 달빛’(2016년)에서 각각 배우 박은빈, 김유정의 ‘어여쁜’ 외모가 도드라지는데도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체크인 한양’ 역시 조선 시대에 궁중만큼 거대한 여각이 존재했다는 ‘판타지’ 설정 덕인지, 시청자들은 김지은에게 ‘멋쁨’(멋지고 예쁘다)이란 수식어를 붙이며 환호를 보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드라마 ‘정년이’가 남성 역까지 모두 여성 배우들이 맡는 여성 국극을 다룬 것처럼, 남장 여자 사극은 앞으로도 다양하게 변주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김성수 대중문화평론가는 “시청자들은 조선 시대가 배경인 ‘체크인 한양’을 보며 현대 사회에도 여전히 사라지지 않는 ‘유리천장’을 떠올린다”며 “시대를 기민하게 반영하는 대중문화 콘텐츠에서 남장 여자라는 서사는 끊임없이 사랑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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