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통장 규모 月4조원 달해
현금·우대금리 혜택 내걸고
시중銀 수급자 유치 경쟁 치열
시중은행이 국민연금 수급자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연금 수령자들이 국민연금을 입금받는 통장은 대표적 저원가성 예금이다. 금리가 0.1% 내외로 낮아 많이 확보할수록 이익률을 높이기에 유리하다.
은행들이 최근 들어 골든시니어를 고객으로 유치하는 데 주력하고 있어 연금통장 마케팅에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9일 우리은행은 내년 첫 국민연금을 받는 1962년생 고객을 대상으로 '젊은 그대 1962' 이벤트를 전개한다고 밝혔다. 우리은행은 이번 행사를 통해 1962년생 고객 5만명에게 선착순으로 이마트 상품권 5000원권을 제공한다. 우리은행은 연금을 이체하는 고객에게 최대 5만원의 현금 캐시백을 비롯해 시니어W클래스 멤버십 무제한 이용, 연금 수령 고객 전용 수신 금리우대 등 여러 혜택을 제공한다.
연금통장 마케팅을 펼치는 것은 우리은행뿐만이 아니다. 하나은행은 오는 19일까지 국민연금을 처음 받은 고객에게 5만원의 현금을 돌려주는 이벤트를 하고 있다. 모든 응모자에게는 적금 0.5%포인트 우대금리 혜택도 준다.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 또한 각각 조건에 따라 최대 5만원의 현금을 돌려주는 연금통장 개설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주요 은행이 연금통장 시장에서 경쟁하는 것은 내년 신규 수령 고객을 유치함과 동시에 타행 수령 고객을 포섭해 수신금액을 늘리기 위해서다. 국민연금공단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연금 수급자는 현재 687만명에 달하며 내년에 처음 수령하는 사람은 57만명 수준이다. 대표적 국민연금인 노령연금 수령액이 1인 평균 월 62만원임을 고려하면 시중은행의 연금통장으로만 월간 전체 4조원이 오가는 셈이다.
연금통장은 저원가성 예금이기 때문에 은행의 예대마진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된다. 일반적으로 은행은 연금통장에 월급통장과 마찬가지로 0.1%대의 금리를 부여한다. 낮은 원가로 확보한 자금은 경쟁 은행 대비 대출금리를 설정하는 데 도움이 된다. 특히, 요즘처럼 금융당국이 은행의 '이자 장사'를 경계하는 분위기에선 저원가 수신이 더 중요하다는 평가다.
아울러 국민연금 수령 고객은 은행의 비이자이익 부문에 기여할 수 있다. 국민연금 수령계좌가 생활비 통장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아, 해당 계좌를 카드나 보험 등 다양한 상품과 연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은퇴하는 베이비부머 세대는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부유한 시니어로 분류돼 은행은 고액 자산 고객 유치를 위해서라도 연금통장 마케팅에 힘을 쏟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최근 들어 각 은행은 시니어 전문 조직을 신설하는 등 고령 자산가를 공략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며 "연금 수령 통장을 통해 확보한 고객들을 프라이빗 뱅킹 서비스로 적극 연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창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