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 부양과 원·달러 환율 시장 안정을 위해 국민연금이 해외주식을 일부 팔고 그 자금을 국내에 투자하면 어떠냐는 제안이 정치권에서 나왔다. “국민연금의 막강한 자금력을 주식·환율 방파제로 쓰자”는 생각이지만, 수익률 제고와 안정적 운용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하는 국민연금 기금 운용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발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임광현 더불어민주당 의원(비례대표·사진)은 12일 SNS에 “‘코리아 디스카운트(국내 증시 저평가)’를 해소하고 환율 방어를 위한 긴급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며 “국민연금이 해외 부분의 수익 일부를 실현해 국내에 투자한다면 얼마나 좋겠나”라고 했다. 임 의원은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의 수익성 원칙과 자산배분 전략에서 벗어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경제위기 극복과 수익률 제고를 위한 ‘국민연금 역할 확대’를 제안한다”고 했다.
하지만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임 의원의 제안이 현실성도 떨어지고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라고 비판이 나왔다. 임 의원은 해외주식 비중을 낮추고 국내 비중을 늘리자는 제안이지만 연금 지급을 위해 주식을 언젠가 팔아야 한다는 점에서 국내 주식비중 확대가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9월 기준으로 국민연금은 국내주식에 12.7%, 해외주식에 34.8%를 투자하고 있다.
한 펀드매니저는 관계자는 “언뜻 들으면 단기 수급으로 증시 부양에 도움이 될 것 같지만 중장기적으로 다시 매도가 나와 수급 악화를 초래해 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며 “연금 수익률 하락 등의 부작용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다른 관계자는 “기금 운용 포트폴리오는 각 국가의 경제 규모, 성장성 등을 두루 고려해 짠다”며 “국내 증시 부양을 위해 수익률이 높은 해외 주식을 팔고 국내에 투자하자는 건 단순하고 근시안적인 제안”이라고 했다.
배성수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