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산인 줄 알았는데 전부 호주산”…흑염소 원산지 단속에 유전자 검사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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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염소 취급업소 등 140곳 특별점검
사철탕집 업종 전환 늘자 원산지 집중 단속
유전자 분석 첫 도입…외국산 둔갑 차단
원산지 위반 신고 땐 최대 2억 원 포상

“현재 표시만 보면 손님들은 국내산과 호주산을 함께 사용하는 걸로 오인할 겁니다.”

16일 오후 서울 송파구의 한 흑염소 전문점. 서울시 민생사법경찰국과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단속반이 메뉴판에 적힌 ‘흑염소 국내산, 호주산’을 가리키며 업주에게 말했다. 단속반이 냉장고에 보관된 염소고기 거래명세서를 확인하자 모두 ‘염소(호주산)’으로 표시돼 있었다.

업주는 당황한 표정으로 “올 1월 개업할 때는 국내산도 사용할 계획이라 메뉴판에 함께 적어뒀는데 단가 문제 등으로 지금은 호주산만 쓰고 있다”며 “표시를 바꾸겠다”고 말했다.

● 메뉴판부터 냉동창고까지 불시 점검

2027년 2월 개식용 전면 금지를 앞두고 흑염소 등 대체 보양식 소비가 늘어나자 서울시가 원산지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서울시 민생사법경찰국은 15일부터 다음 달 3일까지 흑염소·오리고기 등을 취급하는 업소 140여 곳을 대상으로 특별 점검을 진행한다.

서울시에 따르면 개 식용 금지를 앞두고 흑염소 수요는 계속 늘고 있다. 농촌진흥청이 지난해 8월 발표한 여름철 농식품 소비 조사에서도 “최근 1, 2년 사이 복날 먹은 보양식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닭 요리라는 답은 80.0%에서 74.3%로 5.7%포인트 감소한 반면 장어는 3.3%포인트, 오리는 1.7%포인트, 염소는 1.3%포인트 증가하며 보양식이 다변화하는 추세를 보였다.김태섭 서울시 민생사법경찰국 식품안전수사팀장은 “개식용 금지 정책이 발표된 이후 기존 사철탕집들이 흑염소 전문점으로 업종을 전환하는 사례가 많다”고 전했다.

이날 4명의 단속반은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흑염소 전문점들을 불시에 둘러봤다. 단속은 메뉴판과 원산지 표시판, 거래명세서와 영수증 원본을 대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단속반은 고기의 보관 상태도 살핀다. 이날도 냉장고에 보관된 삶은 고기와 급속냉동실의 원육을 확인했다. 김 팀장은 “국내산은 갈비 등 부위별로 포장되는 경우가 많고 수입산은 통으로 들어오는 경우가 많아 보관 형태만 봐도 안다”며 “다만 육안만으로 확신하긴 어려워 반드시 구매 영수증 등 관련 서류를 함께 확인한다”고 설명했다.단속반은 원산지를 혼동되게 표기한 업주에게 “원산지 표시 위반 여부에 대한 확인이 필요해 추후 사무실에 출석해 한 차례 더 조사를 받으셔야 한다”고 안내했다. 김 팀장은 “원산지 미표시는 과태료 대상이지만 허위표시나 혼동표시는 형사처벌 대상”이라며 “업주들이 생계 문제를 호소하며 반발하는 경우가 많아 현장 설득이 가장 어렵다”고 말했다. 단속반은 이날 원산지 표기뿐 아니라 영업신고증과 사업자등록증도 함께 확인했다.

● “국산 맞다” 우기면 DNA로 검증

서울시는 올해 전국 지자체 최초로 흑염소 유전자 분석도 도입했다. 일부 업주가 서류 확인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외국산을 국내산이라고 주장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단속반은 지난주 손님으로 위장해 여러 업소를 돌며 염소탕을 구매한 뒤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에 분석을 의뢰했다. 연구원은 시료에서 DNA를 추출해 축산과학원 등이 구축한 재래 흑염소 유전자 데이터베이스와 비교하는 방식으로 검사를 진행했다. 검사 대상 21건은 모두 재래 흑염소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김 팀장은 “원산지 표시 위반이 의심될 경우 적극 제보를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신고는 서울시 민생침해 범죄신고센터와 스마트폰 앱 ‘서울 스마트 불편신고’,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1588-8112)을 통해 할 수 있다. 원산지 표시 위반을 결정적 증거와 함께 신고하면 최대 2억 원의 포상금을 받을 수 있다.

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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