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이 갈랐다 … 한·일 철강 국가대표 성적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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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이익률 반토막…철강 한·일전 '완패'

‘8.8% vs 3.9%.’

전자는 일본제철, 후자는 포스코의 올해 영업이익률 추정치다. 각각 한국과 일본을 대표하는 철강 기업이지만 영업이익률은 두 배 넘게 차이가 난다. 전문가들은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에 집중해 한국과 중국을 따돌린 일본 철강업계의 저력을 보여주는 수치라고 설명한다.

일본은 1980년대부터 철강산업 구조조정과 제품 고도화를 단행했다. 개별 기업의 힘으로는 과잉 공급 구조를 바꾸기 어렵다고 판단해 정부가 각 업체에서 고부가 제품 전환 및 감축 계획을 제출받고 이를 승인했다. 공정거래법상 담합 부담을 없애주면서 기업들이 자율적인 감산에 합의하도록 유도했다.

방점은 기술 혁신과 스페셜티(고부가 제품) 전환에 찍혔다. 스페셜티 관련 투자에 세제 혜택과 금융 지원 등 ‘당근’을 주는 동시에 산업 현장에 쓰이는 철강 제품의 내진 및 내화 성능 기준을 대폭 올리는 ‘채찍’도 들었다. 그렇게 고품질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기업만 남겼다. 살아남은 회사들은 ‘프리미엄 철강’을 앞세워 수출 경쟁력을 키웠다.

이런 과정을 거쳐 탄생한 제품이 일본제철의 고강도 변형철근과 구조용 H-형강 등이다. 50층 이상의 고층 건물이 늘어나는 트렌드에 맞춰 뛰어난 내구성을 자랑하는 제품을 미리 개발했다.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카에 들어가는 자동차용 초고장력강 분야에서도 경쟁사를 압도하고 있다.

감산과 시설 통폐합도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 일본은 2010년대부터 현재까지 고부가 제품 전환 과정에서 전체 철강생산량을 20% 이상 줄였다. 반면 한국과 중국의 철강 생산량은 최근까지 꾸준히 증가했다.

덩치가 커진 중국 철강 기업들을 상대하기 위해 ‘몸집 불리기’에도 나섰다. 2002년 NKK와 가와사키제철이 합병해 JFE철강이 출범했고, 2012년 일본제철과 스미모토금속이 합쳐 신일본제철(현 일본제철)로 재편됐다. 구조조정은 현재진행형이다. 성공적 구조조정의 상징인 일본제철은 2021년 3월 발표한 중장기 계획에서 경쟁력이 낮은 라인을 축소, 이전 혹은 폐지하기로 한 뒤 그대로 진행했다. 이를 통해 비축한 체력을 바탕으로 미국 철강산업의 상징인 US스틸을 손에 넣었다.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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