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새나던 쓰레기 더미가 향기로운 화단으로 변신한 걸 보니 동네를 더 아름답게 가꿔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인근 주민 김도원 씨)
지난달 30일 서울 구로구 고척1동 2마을마당에서는 ‘우리동네 마을정원 식재행사’가 열렸다. 우리동네 마을정원은 구로구가 쓰레기 상습 무단투기 지역을 자연 친화적인 정원으로 꾸미는 주민참여형 사업이다.
구로구에는 번듯한 아파트 단지보다 노후 다세대·빌라 밀집 지역이 적지 않다. 좁고 어두운 골목에 무단투기한 쓰레기로 악취가 진동하고 도시 미관이 망가지는 등 주민 불편이 컸다는 설명이다. 이렇게 쓰레기 더미가 주기적으로 쌓이는 상습 무단투기 지역만 구로구에서 총 100곳이 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쓰레기 처리로 골머리를 앓던 구로구는 주변 환경 개선으로 주민 행동 변화를 유도하는 실험에 들어갔다. 마침 올해 4·2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장인홍 구청장은 어느 동네에 살고 있든 걸어서 15분 내 꽃과 초목을 즐길 수있도록 하겠다는 ‘15분 정원’을 공약했다. 이 공약과 연계해 쓰레기 무단투기 지역을 15분 정원으로 바꿔보자는 게 장 구청장의 아이디어였다.
비용 부담도 크지 않다. 예를 들어 고척 2마을마당에 에메랄드그린·남천·수국·자산홍 등을 심은 35㎡ 규모 화단을 조성하는 데 1000만원가량 투입됐다. 이런 식으로 지금까지 구로동·고척동·오류동·신도림동 등에서 총 8곳의 마을정원이 탄생했다. 구는 올해 관련 예산으로 9000만원을 책정해놨다.
‘정원관리 실명제’를 도입해 인근 주민(마을정원사)이 직접 유지 관리를 맡도록 해 추가 비용 부담도 최소화했다. 마을정원사는 구로구 정원지원센터에서 약 두 달간 관련 교육을 이수하면 자격을 취득할 수 있다. 구는 내년에도 관련 예산을 늘려 마을정원사 활동비를 지원하는 등 주민 참여를 확대할 방침이다.
장 구청장은 “쓰레기 상습 무단투기 지역을 주민이 함께 조성한 정원으로 바꿔내 도시 미관을 개선하고 정원문화를 정착해 나갈 것”이라며 “앞으로도 지속적인 주민 참여를 통해 더 많은 마을정원이 만들어지길 기대한다”고 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