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예스24 선정 이달의 경제경영서
강제 구독의 시대, 전호겸 지음, 베가북스 펴냄
연평균 18%씩 성장한 구독시장
애플·삼성·LG까지 앞다퉈 진출
유튜브·온라인쇼핑 필수되며
서비스 선택권 뺏긴 소비자들
원치 않는 AI 기능까지 구독
가격 인상도 묵묵히 받아들여
‘유튜브 프리미엄, 넷플릭스, 구글원, 쿠팡의 와우 멤버십, 밀리의서재, 네이버플러스···’
통장에서 매달 꼬박꼬박 돈을 빼가는 구독 서비스를 5~10개 정도 이용하는 일은 더 이상 드문 일이 아니다. 소유에서 경험으로 우리의 소비 방식이 근본적으로 변하면서 구독 서비스는 이제 개인의 일상이 됐고 거의 모든 산업으로 뻗어나갔다. 넷플릭스, 티빙, 유튜브 같은 미디어 서비스뿐만 아니라 자동차, 가전, 식품, 패션, 건강관리, 반려동물, IT 서비스까지 월정액으로 서비스를 주고받는 시대가 됐다. 여기에 인공지능(AI)이 결합하면서 소비자의 행동을 예측하고 취향을 반영하며, 때로는 나보다 나를 더 잘 이해해 먼저 필요한 것을 제안하는 맞춤형 구독 서비스로 진화하고 있다.
전호겸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구독경제전략연구센터장 겸 연구교수는 미국 빅테크 ‘매그니피센트7(Magnificent 7·M7)’과 한국의 삼성·LG·쿠팡·네이버의 구독 모델을 분석해 한 권의 책으로 엮어냈다. M7이라 불리는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아마존, 엔비디아, 테슬라, 메타는 구독 모델을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클라우드, AI, 자동차, 데이터 서비스에까지 확장하며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도 구독 모델을 핵심 먹거리로 삼고 뛰어들었다.
AI 기반 서비스 역시 구독 모델이 가장 중요한 수익원이다. 챗GPT를 개발한 오픈AI의 사례만 보더라도 2024년 10월 기준 전체 매출의 75%가 월정료를 내는 소비자 구독에서 발생하고 있다.
구독 경제 시장의 성장세도 가파르다. 글로벌 투자은행 UBS는 구독 경제 시장이 연평균 18% 성장하며 2025년에는 1조5000억달러(약 2084조원)까지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S&P가 전망한 2028년 생성형 AI 시장 규모 363억5810만달러의 40배가 넘는 규모다. 심지어 구독 경제 시장은 구글, 메타 등 글로벌 플랫폼 기업들의 주요 수익원인 디지털 광고 시장의 2배에 달한다. 물론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구독 경제와 AI의 결합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문제는 구독이 선택이 아니라 점차 강제가 되고 있는 현실이다. 책 제목이 ‘강제 구독’에 방점이 찍힌 이유다. 유튜브는 2023년 12월 국내 프리미엄 요금을 1만450원에서 1만4900원으로 42.6% 인상했다. 쿠팡 또한 작년 8월 와우 멤버십 요금을 4990원에서 7890원으로 58.1% 인상했다. 큰 폭의 인상에도 소비자들은 떠나지 않았다. 대체할 만한 서비스를 찾기 어렵기 때문에.
소비자는 원치 않는 AI 기능까지 함께 구독해야 한다. 기업들은 AI 연구 개발비를 소비자 부담으로 전가하고 있다. MS는 올해 1월 M365에 생성형 AI기능 ‘코파일럿’을 강제 포함하며 월 구독료를 3달러 인상했다. 한국에서는 개인용 기준으로 월 8900원에서 1만2500원으로 구독료가 40.4% 올랐다.
생성형 AI 서비스가 구독 모델에 집착하는 이유는 일반적인 텍스트와 광고를 명확히 구분하기 어려워 광고 수익 모델에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이른바 ‘네트워크 효과’가 없어 언제든지 구독을 취소하고 다른 서비스로 이동할 수 있다. 네트워크 효과란, 카카오톡이나 에어비앤비처럼 플랫폼이 사용자를 확보할수록 가치를 키우고 더 많은 사용자를 끌어들이는 구조를 가리킨다. 네트워크 효과가 없다보니 오히려 후발 주자가 선발 주자를 따라잡기 쉽다.
구독 서비스는 앞으로 더 정교하게 진화할 전망이다. 소비자의 라이프 스타일 전반을 관리하는 ‘라이프 구독 모델’로 변할 가능성이 크다는 진단이다. AI챗봇과 로봇이 인간과의 정서적 관계를 형성하면서 초개인화된 서비스와 지속적 구독 모델을 강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제 기업도 개인도 구독 경제에 대해 한 번 깊이 돌아봐야 할 때다. 구독경제에 대한 진지한 접근 없이는 기업의 생존과 성장이 쉽지 않다. 반면 개인은 범람하는 구독 경제 서비스 중에 어떤 것이 ‘강제 구독’인지를 냉철하게 판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