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지도에선 상상도 못했다…토종앱 '숨 막히는 디테일'

4 days ago 8

카맵, 주변 전문가 상담 기능 추가
티맵, 팝업스토어 등 '핫플' 정보 제공
네이버지도, 개인화·실시간 정보 확대
하이퍼로컬 서비스로 성장 기반 구축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구글 지도'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기능을 국내 토종 지도 애플리케이션(앱)들이 연달아 선보이고 있다. 차별화된 지역 기반 서비스로 하이퍼로컬 시장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구글이 한국의 고정밀 지도 반출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토종 앱이 차별화된 서비스로 경쟁력을 확보하고 국내 시장 리더십을 이어갈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전문가·팝업·실시간 도로 통제 정보까지 '모두' 제공

10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맵은 주변 전문가를 찾을 수 있는 '전문가 프로필'에 최근 예약, 문의 기능을 추가했다. 카카오맵에서 전문가를 검색하고 채팅으로 예약부터 상담까지 한 번에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전문가 프로필 카테고리에 들어가거나 검색창에 관련 키워드를 검색해 '발견' 탭을 누르면 해당 전문가 리스트가 나온다. 예를 들어 심리상담, 에어컨 수리, 인테리어, 용달 등 키워드를 검색하면 발견 창에 현재 위치를 기반으로 주변 전문가 리스트가 제공되는 식이다. 동네 전문가와 주민을 연결하는, 대표적인 하이퍼로컬 전략 사업 중 하나다.

전문가 프로필을 누르면 전문가의 활동 위치, 사진, 사업 자격증 등을 알 수 있다. '톡디지털가드' 표시를 통해 공식 검증된 자격증이 있는지도 직관적으로 확인 가능하다.

앞서 카카오맵은 1초 간격으로 10㎝ 단위의 버스 움직임을 보여주는 '초정밀 버스' 기능도 도입했다. 지역 기반 서비스 확대를 위해 일상 속 편의기능을 강화한 것이다.

카카오맵 관계자는 "위치 기반 라이프 플랫폼으로 소소하면서도 편리한 기능들을 제공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카카오의 장점인 이용자간의 소통을 카카오맵에서도 구현하기 위해 전문가 프로필 기능을 고도화했다"고 설명했다.

카카오맵이 지난 31일 전문가 프로필 기능에 채팅으로 예약과 문의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했다. 사진=카카오맵

카카오맵이 지난 31일 전문가 프로필 기능에 채팅으로 예약과 문의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했다. 사진=카카오맵

경쟁업체들도 같은 전략을 취하고 있다. 티맵은 지난 21일 '가볼만한 곳'을 개편했다. 벚꽃명소와 전국 팝업스토어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한다. '어디갈까' 탭에서 현 위치 기준 5㎞부터 최대 30㎞까지 범위를 설정해 명소, 팝업스토어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현재 몇 대의 차량이 해당 장소로 이동 중인지 알려주고 주차장 정보와 팝업스토어의 개장 기간도 확인 가능하다.

지역 기반 서비스를 강화하는 이유는 이용자 수를 늘확대하고 체류시간을 늘릴 기반을 마련할 수 있어서다. 티맵에 따르면 가볼만한 곳 개편 이후 어디갈까 탭 내의 장소탐색률이 2.2배 증가했다. 위치 기반 서비스를 개편한 지 한 달도 안 된 기간에 이룬 성과다.

티맵은 계속해서 병원, 쇼핑 등 위치 기반 정보를 확장할 계획이다.

티맵이 지난 2일부터 전국 팝업스토어 정보를 실시간 제공하고 있다. 사진=티맵

티맵이 지난 2일부터 전국 팝업스토어 정보를 실시간 제공하고 있다. 사진=티맵

네이버는 AI 기반 장소 추천 시스템 '에어스페이스'로 개인화된 위치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검색창에 '홍대 맛집' 등을 검색하면 이용자의 성별, 연령, 플레이스 활동을 기반으로 선호할 만한 장소를 추천한다.

지난 4일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결정 당일엔 시위 영향을 받는 도로 구간과 예상 통제 시간을 표시해 눈길을 끌었다.

"관광객 지도 정보는 '1대 2만5000'으로 충분"

빠니보틀과 충주맨이 싱가포르 구글 아태지역 본사에서 구글 직원들과 한국 고정밀 지도 데이터 반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빠니보틀 채널 영상 갈무리

빠니보틀과 충주맨이 싱가포르 구글 아태지역 본사에서 구글 직원들과 한국 고정밀 지도 데이터 반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빠니보틀 채널 영상 갈무리

토종 앱들이 지역 기반의 차별화된 서비스로 경쟁력을 강화하는 사이 구글은 2007년과 2016년에 이어 올해 또다시 한국 정부에 1대 5000 축적의 고정밀 지도 데이터 반출을 요청해 관련 업계가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보안 등의 이유로 한국에 데이터서버를 두면 제공할 수 있겠다는 입장인데 구글은 안정적인 서비스 운영을 이유로 이를 거절했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던진 관세 폭탄이 변수로 떠올랐다. 상호관세 적용이 불가피하다는 배경을 설명하면서 한국의 디지털 무역장벽이 언급된 것. 구글 지도 반출 문제가 이에 포함되면서 상호관세 협상카드의 하나로 지목되기 시작했다.

구글은 여론전에도 뛰어들었다. 최근 구독자 241만명을 보유한 여행 유튜버 '빠니보틀'과 지자체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충주맨'을 싱가포르 구글 아태지역 본사로 초대해 한국의 고정밀 지도 데이터 반출에 관해 언급한 것. 빠니보틀은 "국내 사업 보호 때문에 그랬다고 해도 인정할 수 있는데 이제는 풀어줘도 (괜찮지 않을까)"라며 "개인적으로 내비게이션은 카카오맵을 쓴다. 카카오가 충분히 유용하기 때문에 경쟁하는 분야가 달라질 것 같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국내 업계는 구글의 지도 반출 요구와 별개로 하이퍼로컬 서비스를 향후 지속가능한 사업 모델로 앞세워 계속해서 고도화해 나갈 예정이다. 지도 앱 내 입점을 통한 광고나 결제 수수료 등 수익원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하이퍼로컬 전략은 여행이나 한 달 살기 등 낯선 곳에서도 자세한 위치 정보를 얻게 해 이용자들의 필요사항을 다양하게 충족시킨다"며 "위치 기반 정보로 많은 사람들이 유입되고 앱은 그만큼 이용 경험을 쌓아 더욱 안정적이고 고도화된 비즈니스 모델을 선보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수빈 한경닷컴 기자 waterbe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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