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구글에 최대 8000억원대 과징금 부과를 예고했다. 구글 플레이스토어에 입점한 게임사에 다른 앱 마켓과 같거나 더 유리한 가격 및 거래 조건을 제공하는 최혜 대우를 강제한 혐의다. 구글은 2023년에도 경쟁 앱 마켓인 원스토어에 앱을 출시하지 않는 조건으로 게임사를 지원했다가 400억원대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독점 거래 ‘강제 족쇄’ 채운 구글
공정위는 구글에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 혐의에 대한 조사 결과와 조치 내용을 담은 심사보고서를 보내고, 본격적으로 사실 관계를 따지는 심의 절차를 시작했다고 1일 밝혔다.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은 압도적 점유율 등을 이용해 가격과 거래 조건을 부당하게 정하거나 경쟁 사업자의 활동을 방해하는 행위다. 피심인의 의견 제출, 재판의 1심 격인 공정위 심의와 의결을 거쳐 제재 수위를 결정한다. 피심인은 구글 미국 본사인 구글엘엘씨와 아시아 법인 구글아시아퍼시픽피티이엘티디, 한국 법인 구글코리아다.
공정위는 구글이 넥슨, 엔씨소프트, 넷마블 등 국내외 주요 22개 게임회사에 게임 출시 시기와 각종 혜택을 다른 앱 마켓보다 유리하거나 최소한 동등하게 설정하는 최혜 대우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구글은 최혜 대우를 약속하는 ‘GVP 계약’을 게임사와 맺는 대신 게임사에 구글 플랫폼 서비스 이용 비용 등을 지원했다. 플레이스토어에서 해당 게임사 매출이 늘어날수록 지원 금액도 증가하는 방식으로 구조를 짰다.
공정위는 GVP 계약 때문에 게임사들이 다른 앱 마켓에 입점하거나 직접 앱 마켓을 만들어 게임을 유통할 유인이 줄어들었다고 지적했다. 그 결과 원스토어 같은 경쟁 앱 마켓의 사업 활동을 방해하고, 앱 마켓 시장의 경쟁을 제한했다고 판단했다.
최혜 대우를 약속한 계약이 게임사들을 플레이스토어에 종속시켜 구글과 독점적으로 거래할 수밖에 없도록 사실상 강제했다는 게 공정위의 설명이다. 국내 안드로이드 앱 마켓에서 구글 플레이스토어 점유율은 80%대에 달한다.
◇공정위 “게임사는 잘못 없다”
공정위는 구글이 최혜 대우를 통해 벌어들인 매출을 92억1777만달러(약 14조1600억원)로 추산했다.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 행위에는 관련 매출의 최대 6%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산술적으로 과징금 8496억원을 매길 수 있는 셈이다. 구글은 3년 전에도 원스토어에 앱을 출시하지 않는 조건으로 게임사를 지원했다가 과징금 421억원을 부과받은 적이 있어 가중 처벌이 예상된다.
공정위는 구글의 방어권을 충분히 보장한 뒤 전원회의를 개최해 최종 판단을 내릴 계획이다. 이르면 연내 과징금 부과액 등 제재 수위가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공정위 역사상 최대 규모의 과징금은 2017년 퀄컴에 부과한 1조311억원이다. 당시 퀄컴은 시장 지배력을 이용해 삼성전자 등에 라이선스 계약을 강제한 혐의를 받았다. 이 사건은 2023년 대법원에서 최종 확정 판결을 받았다. 구글에 매기는 과징금은 퀄컴에 이어 역대 두 번째 규모가 될 가능성이 높다.
공정위는 구글과 계약을 맺은 게임사들은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가 없다고 판단했다. 정희은 공정위 시장감시국장은 “게임사들이 지원금을 받긴 했지만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구글의 압도적 지위를 고려했을 때 계약 제안을 거절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구글을 조사하면서 외국 정부가 미국 기업을 규제하는 데 반발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의 통상 마찰 가능성은 별도로 고려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정 국장은 “미국에선 이 사안의 반독점 행위와 관련한 민사소송이 진행돼 판결이 확정됐다”며 “공정위가 이 사안을 처음 인지한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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