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간 빠니보틀 "이제는 괜찮지 않을까"…말 나온 이유는

3 days ago 5

사진=여행 크리에이터 빠니보틀 유튜브 영상 갈무리

사진=여행 크리에이터 빠니보틀 유튜브 영상 갈무리

"우리 기업과 정부, 국내 사용자들이 축적하고 일궈놓은 데이터를 사실상 공짜로 가져다 쓰겠다는 말 아닌가요?" 구글의 국내 지도 반출 요구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국내 지도 반출 자체를 반대한다기보단 구글이 법인세도 국내에서 벌어가는 만큼 내고, 서버도 한국에 둬야 한다는 것"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트럼프 '패키지 딜' 언급에 '지도 반출' 촉각

11일 업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을 제외한 국가들에 90일간 관세를 10%만 적용한다면서 비경제 분야를 포괄하는 '패키지 딜'을 예고했다. 정보기술(IT) 업계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이후 국내 지도 반출 문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유럽연합(EU)이 상호관세 완화를 위해 '미국 공산품 무관세'를 제안하자 "관세는 큰 부분이지만 거기엔 다른 큰 부분이 있고 그것은 (비관세 무역) 장벽"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말하는 '비관세 무역 장벽'에는 한국의 위치정보 데이터도 포함된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이 공개한 '2025 국가별 무역장벽보고서'엔 한국이 세운 무역 장벽 중 하나로 지도 데이터를 국외로 반출하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있는 점이 언급됐다.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정부에서 이를 포괄하는 비관세 장벽을 언급할수록 국내 지도 반출 문제도 자연스럽게 딸려나오는 모양새다. 미국 컴퓨터·통신산업협회(CCIA)도 한국 정부에 고정밀 지도 데이터 반출을 요구하는 데 힘을 보탰다.

하지만 국내 업계는 구글이 요구하는 '1대 5000 축적'의 고정밀 지도는 굳이 필요하지 않다고 본다. 1대 2만5000 축적 지도로도 구글이 국내에서 지도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1대 5000 지도는 일반적으로 도시계획이나 사회간접자본(SOC) 건설 등에 활용될 정도의 고정밀 데이터다. "해외 관광객을 위해 지도 데이터가 필요하다"는 구글 주장대로면 1대 5000 지도를 쓰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다.

일반 사용자 대상으로 한 지도 서비스의 경쟁력은 축적 정밀도보다 관심정보(POI)와 최신화 여부에 따라 좌우된다. 지도 정밀도만 높아진다 해서 서비스 개선으로 이어진다고 장담할 수 없다.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 지도와 카카오맵을 구글 지도보다 많이 사용하는 이유는 구글 지도보다 정밀해서가 아니라 POI 정보 확보와 최신화가 잘 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구글 지도 애플리케이션. 사진=로이터·연합뉴스

구글 지도 애플리케이션. 사진=로이터·연합뉴스

구글, 유튜버 앞세워 '지도 반출' 필요성 강조

하지만 구글의 공세도 만만치 않다. 미국 정부와 현지 업계 지원을 받고 있을 뿐 아니라 국내 유명 유튜버를 앞세워 여론전에도 적극 뛰어들었다. 구글은 구독자 241만명을 보유한 여행 크리에이터 '빠니보틀'을 싱가포르에 있는 구글 아태지역 본사로 불러 국내 지도 반출 관련 사안을 주제로 다뤘다.

빠니보틀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한 영상에서 "국내 사업 보호 때문에 그랬다고 해도 인정할 수 있는데 이제는 풀어줘도 (괜찮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영상에 같이 나온 유튜브 관계자는 "외국인들이 우리나라에 왔을 때 처음 써보는 앱을 까는 게 되게 솔직히 심리적 허들이 높지 않나"라며 "K 관련 한류, 음식 그리고 이런 것들로 유명해져서 많은 인바운드 관광객들이 들어오고 있는데 그 경험이 지도 하나 때문에 이어지지 못하는 게 민망할 때가 있더라"라고 했다.

구글은 국토지리정보원에 1대 5000 축적 고정밀 지도 데이터를 자사 해외 서버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일단은 패키지 딜의 예시로 방위비 분담금 등 안보 관련 사안을 우선 언급하고 있지만 언제든 디지털 무역 장벽이 협상카드 중 하나로 지목될 가능성이 있어 업계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국내 지도 서비스들이 충분히 경쟁력을 갖추고 있고, (미국 측이) 요구하는 데이터도 지도 서비스만을 목적으로 하는 게 아닌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국내에서 요구하는 최소한의 조치들이 선행되고 나서야 반출이 논의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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