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신수정]12년 만에 꺾인 편의점 매출… “장기불황의 늪 코앞에 왔다”

2 weeks ago 13

신수정 산업2부 차장

신수정 산업2부 차장
올해 1분기(1∼3월) 편의점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4% 감소했다. 경기 체감 온도계로 불리는 편의점의 분기 매출이 줄어든 건 12년 만에 처음이다. 고물가와 경기 불황에도 매년 성장해 온 편의점의 첫 역성장은 현재 내수 경기가 얼마나 위태로운 상황인지를 잘 보여준다.

한 편의점업계 관계자는 “올해 1분기 매출 실적을 두고 업계에서도 충격이 크다”며 “편의점은 즉흥적으로 생각이 난 물건을 구매하는 곳이라 다른 유통업체보다 소비 심리에 더 민감하다”고 했다. 편의점은 ‘계획 소비’보다는 가볍게 들러서 1000원대 물건을 사는 ‘충동 소비’가 많은 곳인데 이러한 소비마저 줄어든 것을 두고 유통업계는 장기 불황의 늪이 코앞까지 다가온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 소비자심리지수는 지난해 12월 88.4로 떨어진 이후 올해 4월까지 5개월째 100을 밑돌고 있다. 이 지수가 100을 하회하면 소비에 비관적이라는 응답이 더 많다는 뜻이다. 올해 1분기는 편의점 외에도 롯데, 신세계, 현대백화점 등 주요 백화점 3사 매출 모두 전년 대비 줄었다.

전반적으로 오프라인 유통업계가 부진한 가운데 마트 업계 1위인 이마트 정도만 양호한 실적을 냈다. 한 푼이라도 아끼려는 소비자들이 가격 경쟁력 있는 대형마트로 몰렸기 때문이다. 의류, 잡화 등 다른 품목과 달리 먹고사는 문제와 직결된 식품은 소비를 크게 줄이기 힘든 필수재다.

내수 부진이 이어지면서 자영업자 수도 계속 줄고 있다. 지난달 자영업자 수는 전년 동월 대비 6000명 줄어든 561만5000명으로 집계됐다. 직원을 둔 자영업자는 지난해 10월부터 7개월 연속 줄어든 반면 ‘나 홀로 사장님’은 올해 2월부터 지난달까지 석 달째 늘었다.

소비 심리 악화로 인한 내수 부진은 고용 악화로 이어지고 이는 경기 둔화에 영향을 미친다. 문제는 이러한 내수 부진이 단기에 해결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백화점, 대형마트, 편의점 등 500개 소매유통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들의 절반(49.8%)은 내년 이후에나 소비 시장이 회복될 것으로 봤다. 2027년, 2028년 이후에나 나아질 것으로 전망한 곳들도 각각 11.2%, 16%나 됐다.

장사가 너무 안 돼서 외환위기와 팬데믹 때보다 더 힘들다고 호소하는 자영업자들이 많다. 고통스러운 건 내수 침체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자뿐만이 아니다. 물가는 급등했는데 소득은 제자리여서 가처분소득이 줄어든 월급쟁이들의 생활도 팍팍해졌다. 그나마 버티고 있던 편의점까지 침체에 빠지자 유통업계는 최악의 소비 절벽이 상당 기간 지속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내수 침체를 방어할 소비 촉진책부터 자영업자 지원책, 산업 활성화를 위한 규제 개혁 등 경기를 살리기 위한 구조적인 중장기 대책까지 할 수 있는 일은 다 해야 한다. 소비의 불씨가 꺼지면 되살리는 데 더 큰 비용과 시간이 든다. 향후 경기 전망은 소비 회복 여부에 달린 만큼 새 정부가 출범하면 내수 살리기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관련 정책을 속도감 있게 펴 나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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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수정 산업2부 차장 cryst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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