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김준일]與, 중도 대신 강경보수 밀착… 대선 승리 경험 모두 잊었나

22 hours ago 2

김준일 정치부 기자

김준일 정치부 기자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처음 도입됐던 2020년 21대 총선 국면에서 정치권 관계자들이 꽤 흥미롭게 지켜보던 지점이 있었다. 장외집회에서 강경 보수 세력으로부터 열렬한 지지를 받던 자유통일당의 원내 진입 여부를 두고서다. 자유통일당은 총선 전 광화문 집회 참여에 소극적이던 자유한국당(21대 총선 미래통합당을 거쳐 현 국민의힘)을 대신한다며 강경 보수 지지층에 손짓했다. 비례정당 투표에서 득표율 3%만 넘기면 1석을 얻을 수 있는 상황에서 강경 보수 지지층이 정말 미래통합당을 이탈할지가 보수진영의 관심사였다.

하지만 투표함을 열어본 결과 자유통일당의 비례정당인 기독자유통일당은 비례정당 투표에서 1.83%의 득표율을 얻는 데 그쳤다. 당시 미래통합당 관계자는 이 같은 결과를 보고 “강성 보수층 역시 전략적 투표를 우선으로 한다”고 분석했다. 태극기부대로 불리던 강경 보수 세력도 힘을 합쳐 문재인 정부에 대항하는 게 당시의 가장 큰 숙제라고 보고 미래통합당을 떠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보수 지지층의 전략적 투표 성향을 확인한 미래통합당은 이후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체제 아래에서 국민의힘으로 당명을 바꾸고 외연 확장에 사활을 걸었다. 김 위원장은 중도 실용 노선을 반영한 정강정책을 채택하고 광주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아 무릎을 꿇었다. 당시에도 ‘명분 없는 좌클릭’ ‘민주당 사람이 당을 망친다’라는 당내 불만이 없지 않았지만 끊임없는 중도층 구애로 2021년 4·7보궐선거에서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자리를 탈환했다.

이어진 이준석 지도부도 이 같은 국민의힘의 중도 외연 확장 기조를 계승했다. 보수정당 대표로선 이례적으로 업무 개시일에 광주를 찾으며 서진 정책에 한층 더 힘을 실었다. 당원 배가 운동을 통해 국민의힘을 외면하던 청년층을 당에 유입시켰다. 꾸준한 외연 확장은 당의 2022년 대선과 지방선거 승리로 나타났다.

그랬던 국민의힘이 이제는 승리의 경험을 모두 잊은 건지 중도층은 관심 밖인 듯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과 그로 인한 탄핵 국면이라는 그 어느 때보다 쇄신이 요구되는 시기에 다시 강경 보수층만을 바라보는 모습을 감추지 않는다. 40명이 넘는 여당 의원들은 한남동 호위무사를 자처했다. 이들은 “법 시스템 파괴를 막기 위해서”라는 명분을 내세웠다. 하지만 중도층 눈에는 직무 정지 중에도 “반국가 세력과 끝까지 싸우자”고 독려한 윤 대통령의 메시지와 겹쳐 보일 뿐이다. 당내에서 암묵적 금기로 여겨졌던 장외집회에 얼굴을 비치는 의원들을 이젠 어렵지 않게 보게 됐다.

정치권에선 조기 대선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작금의 정치 상황을 볼 때 조기 대선은 진영 간 격렬한 경쟁이 될 것이란 게 중론이다. 어느 쪽이 중도층을 더 많이 포섭하느냐가 대선 결과를 가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조기 대선이 치러지면 국민의힘은 중도층 포섭 측면에서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경기를 시작해야 한다. 강경 보수에 매몰될수록 중도층 이탈은 동전의 양면처럼 따라온다. 국민의힘은 강경 보수의 ‘고마운’ 전략적 투표를 여러 차례 경험했다. 국민의힘이 거리에 선 강경 보수에게 보답하는 건 당장 이들에게 듣기 좋은 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잠시 거리를 두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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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일 정치부 기자 ji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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