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토 다카오 고토쿠인 주지스님
현지 해체-운송비용까지 모두 부담
“한일 문화유산 협력 이정표 되길”
조선 왕실 사당으로 추정되는 목조 건축물인 ‘관월당’을 한국의 품으로 돌려보낸 일본 가마쿠라시의 사찰 고토쿠인(高德院)의 주지인 사토 다카오 게이오대 교수(62)는 24일 언론 공개회에서 관월당 환수의 의미를 이렇게 강조했다. 그는 2009년부터 게이오대에서 민족학고고학을 가르치고 있다.
그는 이날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제국주의 시대 반출된 유산을 돌려보내는 것은 세계적 흐름”이라며 “관월당과 같은 문화유산은 원래의 역사적, 장소적 맥락을 떼어 놓고 볼 수 없는 법”이라고 했다. “죽은 사람의 혼을 달래거나 기도하는 곳이라는 사당의 의미를 살리기 위해서는 원래 있었던 한국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했다”고도 덧붙였다. 해외에 있는 건축유산이 비교적 온전한 형태로 반환된 것은 관월당이 처음이다.
1920년대 일본으로 넘어간 관월당은 양국 불교계 협의로 2010년 처음 반환이 거론됐으나 현지 우익의 반발 등 논란 끝에 불발됐다. 최근까지 고토쿠인의 기도처로 활용됐다. 사토 교수는 “주지로 취임한 2002년, 유엔 대사를 지냈던 삼촌이 저에게 반환을 제안한 뒤로 줄곧 한국에 돌려줄 방법을 고심했다”며 “15년 전엔 일본 우익 단체의 협박 전화를 받고 반환에 지장이 생기겠다고 판단해 보류했다”고 회상했다.하지만 2016년경 서까래나 지붕 등이 내려앉는 등 관월당이 눈에 띄게 노후화하자 사토 교수는 “더는 기다릴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한일 관계의 분위기를 살피며 적절한 시점을 기다리다가 2022년 한국 국가유산청(당시 문화재청)과 반환 협의를 재개했다. 같은 학교에 근무하던 김병철 교수, 한일 관계 연구자인 하종문 한신대 교수 등의 자문을 거쳤다.
“조사하면 할수록 아주 중요한 건물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떻게든 이 건물이 한국에 귀향할 수 있다면 더없이 다행일 것 같았고, 한국과 일본의 우호 관계를 위해서는 당연한 일이라고 느꼈습니다.”
사토 교수는 관월당의 모든 부재를 한국에 아무런 조건 없이 기증했다. 현지에서 해체한 뒤 한국으로 운송하는 비용도 고토쿠인 측이 냈다. 국가유산청이 비용 부담을 제안했는데도 “노후화 때문이 아니라 정말 소중한 문화유산이기에 돌려보내는 것”이라면서 고사했다. 앞으로 한일 문화유산의 학술 교류를 지원하기 위해서 기금 1억 엔(약 9억4000만 원)을 마련해 한국에 기부할 것이라는 계획도 전했다. “중요한 일을 마무리하게 돼 자부심을 느낍니다. 앞으로 관월당이 한일 문화유산 협력 분야에서 이정표가 되길 바랍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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