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저장성 이우시에서 무역중개업을 하는 장 모 씨(가명)는 15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미국측과 이메일을 주고받고, 전화로 중국 업무 처리를 하느라 24시간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12일 미국과 중국이 추가 관세를 90일 간 115%포인트씩 낮추기로 전격 합의하면서 미국 수입업체 측의 주문이 갑자기 늘어난 탓이다.
이번 합의로 꽉 막혔던 미중 무역의 숨통이 터진 모양새다. 다만 90일 이후 다시 관세가 오를 수도 있다는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중국 제조업체들은 멈췄던 공장을 다시 돌리는데 여념이 없고, 유예기간 동안 최대한 재고를 확보하려는 미국 수입업체들은 주문을 쏟아내며 물류 대란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신규 주문량은 6월 말 쯤 선적 가능”지난 4월 미국의 대(對)중 관세가 본격화자 중국의 대미 수출액 21% 급감했다. 미국 수입업체들이 관세 부담을 이유로 선적을 연기하고 주문을 취소하면서 일부 중국 제조 공장들은 생산을 멈춰야했다. 장 씨는 “관세 인하 합의 이후 항구나 공장 창고에 쌓여있던 재고부터 처리하고 있다”면서 “12일 이후 받은 신규 주문은 컨테이너 확보가 어려워 6월 말이나 배에 실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컨테이너 데이터 분석 업체 비지온에 따르면 미국과 중국이 관세 인하를 합의한 12일을 전후로 중국에서 미국으로 향하는 컨테이너 예약이 227% 급증했다고 로이터통신이 14일 전했다.
예년에 비해 주문량 자체도 크게 늘었다. 이우시에서 주로 수출하는 잡화, 생필품의 경우 미국 수입업체들이 1개월 단위로 일정 수량을 자동 주문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품목에 관계없이 3개월 치 물량을 한꺼번에 주문하고 있다.90일의 유예 기간 동안 미중 협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다시 관세가 오를 수 있다는 불안감에 미국 수입업체들이 최대한 재고를 확보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장 씨는 “미국 거래처들은 향후 미중 합의에 대해 낙관적으로 보는 편이지만, 몇 개월 동안 오락가락하는 트럼트 행정부의 정책에 대한 학습효과가 생긴 것 같다”고 설명했다.아예 중국을 찾아오는 미국 바이어들도 늘고 있다. 통상 중국 현지의 중개상을 통해 거래를 하지만, 물량 확보와 납기일 내 생산이 가능한지 등을 점검하고 직접 나서는 것. 이우시의 다른 무역중개상은 “미국 거래업체가 이달 26일 중국에 올 테니 공장과의 미팅을 잡아달라고 연락이 왔다”고 말했다.
중국 제조업체들도 덩달아 바빠졌다.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밤샘 작업은 물론 직원을 추가로 고용하는 곳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공장들은 관세 추가 인상에 따라 계약이 취소될 위험이 있다는 이유를 들며 총 납품액의 30% 수준이던 계약금을 50%까지 높여 요구하고 있다는 게 현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 30% 추가 관세에 운임료 상승은 부담
수입업체들은 마냥 즐거울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미국이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추가 관세를 145%에서 30%로 낮췄지만, 기존 품목별 관세를 고려하면 실질 관세는 60~70% 수준이다. 최종 소비자 가격을 높이지 않고서는 마진 감소를 감내해야한다.
전통적인 여름 성수기까지 겹치면서 물류비 상승도 예고됐다. 운송업체들은 15일부터 1 FEU(40피트 크기의 컨테이너)당 1000~2000달러의 태평양 횡단 추가 요금을 부과한다고 밝혔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3일 보도했다. CNN은 “향후 90일 동안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엄청난 주문 폭주를 보게 될 것이고, 이에 따라 몇 달 동안 운송비도 급등할 것”이라고 전했다.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좋아요 0개
- 슬퍼요 0개
- 화나요 0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