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지난해 하반기 수도권 주요 분양단지 40곳, 2만6000여 가구를 대상으로 청약 실태를 점검한 결과, 390건에 달하는 부정청약 사례가 적발됐다.
경기 용인에 거주하던 A씨는 지난해 과천의 한 아파트 일반공급 청약에 당첨됐다. 남편, 세 자녀와 모친, 시어머니까지 7명이 함께 산다고 신고해 청약 가점을 높인 결과다. 그러나 A씨 집에서 중·고등·대학생인 세 자녀와 모친, 시모까지 다 같이 거주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정부가 조사한 결과 모친과 시모는 위장전입이던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 부부가 아닌 B씨는 C씨와 공모해 인천 아파트에 신혼부부 특별공급으로 청약하고는 당첨되자 혼인신고를 했다. 계약 후 법원에 혼인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해 미혼자 신분을 회복한 이들도 정부 점검에서 적발됐다. 24점에 달한 무주택기간 점수가 당첨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지만, 당국은 이를 위장이혼으로 판단했다.
국토교통부는 이같은 공급질서 교란행위 390건을 적발해 경찰청에 수사 의뢰했다고 29일 밝혔다. 2023년 하반기(154건)와 작년 상반기(127건)의 적발 건수를 합친 것보다 100건 이상 많은 교란행위가 적발됐다. 적발 사례는 본인 및 직계존속 위장전입을 비롯해 위장결혼·이혼, 청약자격 조작, 불법 전매 등 다양했다.
가점제 부양가족 수 점수나 노부모 특별공급 청약자격을 얻기 위해 직계존속을 위장전입한 형태가 243건으로 가장 많았고, 해당 지역 거주자 또는 무주택 세대 구성원 청약 자격을 얻기 위해 실제 거주하지 않으면서 해당 지역에 전입한 청약자 위장전입 유형도 141건에 달했다. 이들은 주택은 물론 공장, 창고, 모텔로도 전입신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혼특공 당첨을 위해 허위로 혼인신고를 하거나 청약 가점을 높이기 위해 주택을 소유한 배우자와 허위로 이혼하고 청약하는 위장 결혼 및 이혼도 2건 있었다. 신혼특공 부적격 사유를 치유하기 위해 혼인관계 증명서를 위조하거나 시행사와 공모해 청약자격을 조작하는 '위조 및 자격조작'이 2건, 분양권을 넘겨주는 조건으로 전매제한 기간 중 프리미엄을 받은 뒤 전매제한 기간이 지난 이후에 매매계약서를 작성한 '불법 전매'도 2건씩 적발됐다.
국토부는 직계존속의 위장전입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건강보험 요양급여내역'을 징구한 결과 부정 청약 적발 건수가 예년에 비해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건강보험 요양급여내역에는 의료시설의 명칭과 연락처가 기재돼있어 실거주지 확인이 가능하다. 적발 사례가 주택법 위반으로 확정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과 함께 계약취소 및 10년간 청약 제한 조치가 취해진다.
정수호 국토부 주택기금과장은 "앞으로는 직계존속 및 30세 이상 직계비속에 대한 건강보험 요양급여내역 제출을 의무화해 전체 분양단지에 대한 부정청약 검증시스템을 더욱 촘촘하게 구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