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까지 턴다?"…집단소송법 '소급 폭탄'에 헌법 논란 확산

4 days ago 5

사진= 곽규택 의원실 제공

사진= 곽규택 의원실 제공

다수 피해 구제라는 명분 속에 추진되는 집단소송법을 둘러싸고, 국회와 학계에서 "헌법 위배 가능성과 소송 남발 우려"를 동시에 제기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집단소송법 제정안, 법리적 쟁점과 오남용 방지 대책' 세미나에서 여권과 일부 학계 인사들은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논의 중인 법안이 소급입법 금지 원칙에 반할 수 있다고 지적하며 제도 설계의 전면 재검토를 요구했다.

곽규택 국민의힘 의원은 개회사에서 "불특정 다수 피해자를 신속히 구제할 제도 마련은 필요하다"면서도 "법 시행 이전 사안까지 소급 적용하는 것은 헌법상 원칙에 정면으로 어긋난다"고 비판했다. 이어 "적용 범위를 제한 없이 열어둘 경우 사실상 모든 민사 분쟁이 집단소송으로 확대될 수 있다"며 남소 가능성을 우려했다.

이날 세미나는 곽 의원과 자유기업원이 공동 주최했으며, 최준선 성균관대 로스쿨 명예교수가 좌장을 맡고, 한석훈 연세대 겸임교수가 발제자로 나섰다. 권재열 경희대 로스쿨 교수, 강영기 고려대 로스쿨 연구교수 등은 토론자로 참여했다.

발제에 나선 한 교수는 현재 국회에 발의된 집단소송 관련 법안이 10건이 넘는다며 "다수·소액 피해를 기존 개별소송으로는 구제하기 어렵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미국식 '옵트아웃' 모델을 전면 도입할 경우 부작용이 클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 교수는 "집단소송은 배상 효율성은 높지만 기판력 확장, 소송 지연, 고비용 구조 등 구조적 한계를 갖는다"며 "특히 변호사 중심 소송 구조가 형성되면서 남소와 합의 남용 문제가 해외에서도 반복돼 왔다"고 말했다.

대안으로는 유럽·일본식 '단체소송(옵트인)' 모델이 거론됐다. 이는 1단계에서 책임 여부를 판단한 뒤, 피해자들이 개별 참여해 배상을 받는 방식으로, 남소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고 재판 구조가 단순하다는 평가다.

특히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것은 '소급 적용' 문제다. 발제와 토론에서는 집단소송법을 과거 사건에까지 적용할 경우, 이미 종료된 법률관계에 새로운 책임 구조를 부과하는 '진정소급'에 해당할 수 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한 교수는 "집단소송은 단순 절차법이 아니라 배상 규모와 권리관계에 실질적 변화를 초래한다"며 "소급 적용 시 법적 안정성과 신뢰 보호 원칙을 훼손할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토론에선 기업 부담 문제도 제기됐다. 권재열 교수는 "과징금·징벌적 손해배상과 결합될 경우 기업 존립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며 "특히 집단소송 제기 사실만으로도 주가 하락 등 시장 충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자유기업원 측 역시 환영사에서 "기업이 예측 가능한 경영 환경 속에서 활동해야 하는데, 집단소송제가 정치적 압박 수단으로 작용할 경우 경영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집단소송제는 일부 피해자가 승소하면 동일 피해를 입은 전체에 판결 효력이 미치는 제도로, 국내에서는 2005년 증권 분야에 한정해 도입됐다. 최근 개인정보 유출 등 대규모 피해 사건이 잇따르면서 전면 확대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다만 이날 세미나에서는 피해 구제 확대라는 공익과 법적 안정성 사이의 균형이 핵심이라는 데 의견이 모였다. 제도 도입 자체보다 적용 범위, 절차 설계, 소급 여부 등을 둘러싼 입법 정교화가 향후 쟁점이 될 전망이다.

김유진 기자 magiclam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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