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무역정책 설계 라이트하이저 강연
라이트하이저 전 대표는 불균형 무역으로 미국 중산층이 어려워지고 1%만 부를 축적하게 됐다며 “저렴한 TV를 사게 하는 것보다 미국 노동자들이 직업을 가지고 공동체와 가족을 돌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힘주어 말했다.
28일(현지 시간) 미국의 상호관세 발효를 차단한 현지 법원의 판단에 대해선 “(트럼프 무역 정책에) 중대한 장애물”이라면서도 “판결이 유지되더라도 관세 전쟁은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트럼프 행정부가 미국의 무역법 301조, 122조 등 새로운 대안을 찾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그는 “무역법 301조로 중국에 모든 관세를 부과한 후 수많은 소송에 휘말렸지만 모두 승소했다”며 “머지않아 불공정하고 미국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여러 국가에 대해 301조에 따른 (품목) 관세가 부과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날 축사에 나선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통상 환경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철저히 준비해 나가겠다”고 밝혔고, 김범석 기획재정부 장관 직무대행 1차관은 “민관이 힘을 합쳐 국가 총력전을 펼쳐야 한다”고 당부했다. 임광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회도 필요한 정책적 지원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말했고,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은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하고 치고 나가느냐에 따라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美, 불공정 무역 국가에 301조 기반 품목별 관세 부과할 것”
[2025 동아국제금융포럼]
“美법원 상호관세 중단 결정했지만… 대통령에 관세부과 명백한 권한 있어
中, 美이익 빼가는 ‘공격적인 적국’
자유무역 존재 안해… 공정무역을”
29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트럼프 2.0과 한국 경제, 관세전쟁과 저성장 위기’를 주제로 진행된 ‘2025 동아국제금융포럼’에서 연사로 나선 라이트하이저 전 대표는 “앞으로 더 많은 품목별 관세를 보게 될 것”이라며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은 지속될 것임을 시사했다.
● “법에 따라 대통령도 관세 권한 명백”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 정책 설계자로 꼽히는 라이트하이저 전 대표는 “준비된 강연을 시작하기 전에 먼저 몇시간 전에 벌어진 이야기를 하고 싶다”며 국제무역법원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근거한 상호관세 및 보편관세는 중단해야 한다고 결정한 것을 언급했다. 그는 “대통령은 법령에 따라 불공정한 관행에 대응해 관세를 부과할 명백한 권한이 있다”며 “나의 후임자인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가 그 일을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편관세 10%가 사라져도 미국 무역법 301조, 122조에 따라 백악관과 USTR이 관세 부과에 나설 것이란 의미다.
미국의 무역법 301조는 불공정 관행을 근거로 교역국의 여러 품목에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조처로, 트럼프 1기 정권 당시 라이트하이저 전 대표의 주도로 대(對)중국 관세 부과의 근거로 활용됐다. 라이트하이저 전 대표는 “(국제수지가 악화될 때 부과할 수 있는) 무역법 122조로도 (보편 관세처럼) 10%를 150일 동안 부과할 수 있다”며 “나는 301조를 사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머지않아 여러 국가에 대한 301조 관세가 부과될 것이 거의 확실하다”고 힘줘 말했다. 그는 백악관은 법원의 결정을 예상하고 있었다며 “자신들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다른 법령을 검토하는 절차에 착수한 것으로 보인다”며 “불공정하고 미국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산업 정책 수준을 기준으로 한다”고 말했다.
● “반도체와 의약품 산업엔 관세+정책 필요”라이트하이저 전 대표는 이날 미국이 세 가지 커다란 도전에 직면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불균형한 무역 구조, 중국의 위협, 전략 산업 육성이다.
그는 불균형한 무역 구조와 관련해 중국 한국 등이 산업 (지원) 정책을 통해 과잉 생산을 유도했고, 잉여 생산물을 미국에 수출하며 지난 수십 년간 무역에서 이익을 독점해 왔다고 주장했다. 다른 국가들이 보조금, 통화 정책, 자국 기업 보호 규제, 수입 제한 등 다양한 ‘비관세 장벽’으로 자국 산업을 보호해 불균형이 생겼으니 미국은 관세로 대응해야 균형이 맞아떨어진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라이트하이저 전 대표는 “불공정한 무역 구조로 미국의 부가 해외로 빠지고, 일자리가 사라지고, 결국 중산층이 몰락했다”고 부연했다.
그는 또 중국을 ‘공격적인 적국(aggressive adversary)’이라고 지적하며 중국이 지난 수십 년간 ‘만성 흑자’를 축적하고 있을 뿐 아니라, 산업 스파이와 해킹 등 여러 가지 방식으로 미국의 부를 빼돌리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그는 “이는 미국뿐만 아니라 한국 등 민주주의 국가들에 실존적 위협”이라고 했다.
관세가 불균형한 무역 구조나 중국 견제에는 효과적이지만 전략 산업 육성은 복합 처방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라이트하이저 전 대표는 “반도체나 의약품에 관세를 부과하면 모든 공장이 미국에 오겠나, 적어도 일부 보조금과 연구 지원 등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강연에서 ‘자유무역’ 대신 ‘공정무역’이 필요하다고 거듭 역설했다. 그는 “자유무역은 실제 세계에 존재하지 않는다. 남들보다 조금 더 이득을 얻고 싶은 것이 인간의 본성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균형에 기반한” 새로운 무역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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