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진전문대 3년전 최초 개설
인생2막 준비 중장년층 인기
“심판자격증 따려고 입학했죠”
구미대 파크골프지도과 대박
정시·수시에서 600여명 지원
경남거창 소재 한국승강기대
제주에 직접 파크골프장 조성
강원도 철원에서 간호사로 근무 중인 유정실 씨(58)는 지난해 대구에 있는 영진전문대에 입학했다. 일주일에 한 번 수업을 듣기 위해 유씨는 매주 토요일 오전 5시에 일어나 왕복 8시간이 걸리는 대구로 등교를 한다. 유씨가 먼 거리도 마다하지 않고 영진전문대에 입학한 건 바로 파크골프를 배우기 위해서다.
영진전문대는 2022년부터 전국 최초로 파크골프경영과를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유씨는 “학우들을 만나는 설렘과 파크골프를 배운다는 기쁨 때문에 등하교 거리는 걸림돌이 될 수 없었다”며 “파크골프 지도사 자격증과 심판자격증을 취득하고 싶다”고 말했다.
전문대학들이 학령인구 감소 등으로 학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파크골프 학과가 새로운 인기를 끌고 있다. 파크골프 저변이 확대되고 인기가 급상승하면서 관련 학과가 개설된 전문대학에 중년 학생들이 몰려들고 있는 것이다. 전문대학들은 대부분 정원 외 모집을 통해 성인학습자 전형으로 학생들을 모집하고 있는데 매년 수백 명이 몰려들면서 수업 공간 부족 등을 토로할 정도다.
17일 영진전문대에 따르면 지난해 파크골프경영과에서 수업을 들은 학생은 240명에 달했다. 이 중 상당수는 대구 시민이 아니라 서울, 인천, 경기 등 수도권을 비롯해 강원, 부산, 경남, 전남 등 전국 각지에서 온 학생들이다.
서울에 거주하고 있는 박인서 씨(57)도 지난해 영진전문대 파크골프경영과에 입학했다. 박씨는 방송사 공채 탤런트, 연극인을 거쳐 현재 연극놀이 지도자로 활동 중인데 파크골프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영진전문대에 지원했다고 한다. 박씨는 “야외에서 시간과 장소, 금전에 크게 구애받지 않으면서 건강하고 건전하게 즐길 수 있는 것이 파크골프”라며 “전문적으로 교육을 받고 싶어서 입학했다”고 말했다.
파크골프경영과에서는 파크골프교육지도사, 파크골프경기기록사, 파크골프협회 1급 자격증 등을 취득하는 데 필요한 이론과 실기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들 자격증을 취득하면 파크골프와 관련된 다양한 분야로 진출할 수 있다는 게 학교 측 설명이다.
구미대 역시 파크골프 덕분에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다. 이 대학의 파크골프지도과가 2025학년도 입시에서 학생을 모집하는 데 대박을 터트렸기 때문이다. 구미대 파크골프지도과는 성인학습자 전형으로 학생을 모집했는데 올해 입시에서 수시와 정시를 모두 합쳐 600여 명이 지원했다. 성인학습자의 경우 정원에 제한이 없다. 등록하면 누구나 수업을 들을 수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구미대는 대규모 학생을 수용할 수 있는 수업 공간을 마련하고 있다.
구미대 파크골프지도과에 학생들이 몰려드는 이유는 구미가 갖춘 교육 여건 때문이다. 구미는 낙동강 주변으로 경북도 22개 시군 중 가장 많은 225홀의 파크골프장을 보유하고 있다. 그만큼 이론과 실기를 병행하기에 좋은 조건을 갖춘 곳이다. 구미대 관계자는 “파크골프지도과의 인기가 다른 대학에도 입소문이 나면서 벤치마킹을 하기 위해 방문하고 싶다는 문의가 쏟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파크골프가 인기를 끌자 파크골프장을 직접 짓는 대학도 등장했다. 경남 거창에 있는 한국승강기대는 현재 파크골프장을 갖춘 협동수업교육장을 제주에 조성하고 있다. 아울러 선샤인융합학부 내에 파크골프학과를 신설해 올해 1학기부터 첫 수업에 나설 계획이다. 현재 정원 내 모집의 경우 40명을 선발하는데 지원자가 400명 넘게 몰렸다. 정원 외 모집까지 더하면 수백 명이 올해부터 파크골프학과에서 수업을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승강기대 관계자는 “파크골프학과 신입생 모집에 많은 지원자가 몰려 전국적으로 불고 있는 파크골프 열풍을 실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한국승강기대는 파크골프와 제주 관광을 연계하는 교육 프로그램도 준비하고 있다. 제주에 위치한 파크골프 수업장과 제주 관광 인프라스트럭처의 시너지를 노리겠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