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연휴 영화 가이드
송혜교 복귀작 '검은 수녀들'
故김수미 유작 '귀신경찰'
B급 웃음 장착한 '히트맨 2'
한국판 '말할 수 없는 비밀'
'하얼빈' '소방관'도 계속 상영
'해리 포터' '반지의 제왕' 등
추억의 대작들 잇단 재개봉
주말과 대체공휴일까지 연속 6일을 쉬는 '황금 설 연휴'를 앞두고 다채로운 영화들이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 공포와 코미디, 로맨스를 아우르는 다양한 영화가 연초 잇달아 개봉했고, 여기에 더해 이달 '해리포터' '반지의 제왕' 등 블록버스터 영화까지 대거 재개봉하면서 극장가 라인업이 한층 풍성해진 것이다. '하얼빈' 등 지난해 말 개봉한 인기작들도 설 연휴까지 상영을 이어갈 예정이다. 이번 설 연휴 극장에서 가족들과 함께 볼 만한 영화를 모아봤다.
영화팬들 사이에서 가장 기대를 모으고 있는 영화는 지난 24일 개봉한 권혁재 감독의 신작 '검은 수녀들'이다. 희준(문우진)의 몸에 숨어든 악령이 12형상 중 하나라고 확신하는 수녀 유니아(송혜교)와 수녀 미카엘라(전여빈)가 사제가 아님에도 위험한 구마의식을 진행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한국 오컬트 영화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는 장재현 감독의 '검은 사제들'을 모티브로 만든 후속작으로, 배우 송혜교가 11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하는 작품으로 화제를 모았다.
유니아 수녀가 행하려는 구마의식은 여성에겐 금지된 행위지만 영화는 이를 뒤집는 것에서 출발한다. '사제 서품을 받지 않은 수녀는 구마의식을 행할 수 없다'는 세계 가톨릭의 내부 규정과 주변 오해의 시선 탓에 유니아와 미카엘라는 우여곡절에 휩싸인다. 그러나 희준을 구할 방법은 구마의식뿐이라고 믿는 유니아는 온몸을 바친다. 송혜교가 극에 몰입하기 위해 6개월간 흡연 연습을 하는 등 드라마 '더 글로리'에 이어 완전히 새로운 캐릭터로 등장한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검은 수녀들'과 같은 날 개봉한 영화 '귀신경찰'(감독 김영준)은 날벼락 같은 사건을 계기로 하찮지만 묘하게 쓸모 있는 능력을 얻게 된 한 경찰(신현준)의 이야기를 그린 코미디 영화다. 지난해 10월 세상을 떠난 김수미의 마지막 작품이기도 하다. 주연을 맡은 신현준과 김수미는 '맨발의 기봉이' '가문의 영광' 시리즈에 이어 이번 작품에서도 모자로 등장해 특유의 케미를 보여준다. 단순히 웃음만 주는 영화가 아니라 깊은 가족애를 느낄 수 있어 명절에 가족들과 함께 보기 좋은 영화다. 배우 정준호가 특별 출연한다.
권상우 주연의 액션 코미디 영화 '히트맨 2'(감독 최원섭)는 전편 '히트맨' 이후 5년 만에 돌아왔다. 국가정보원 인간병기 출신 웹툰작가 준(권상우)이 술김에 1급 기밀이 담긴 웹툰 '암살요원 준'을 연재한 뒤 위협적인 국정원과 테러리스트로부터 가족과 목숨을 지키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이야기다. 웹툰의 성공으로 한순간 흥행 작가가 돼 시즌2 연재를 시작하지만, 망작이 된 시즌2는 되레 준을 노리는 글로벌 악당들의 '내한 열풍'을 일으킨다. 영화는 여기저기서 그의 웹툰을 모방하는 사태를 '테러'로 지목하고 유쾌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가면서 'B급' 웃음을 터뜨린다. '히트맨 2'는 개봉 첫날인 지난 22일 관객 10만명을 기록하며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잔잔히 마음을 따뜻하게 해줄 로맨스 영화도 있다. 동명의 대만 작품을 리메이크한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이다. 기적 같은 마법의 순간을 담은 판타지 로맨스 영화로, 그룹 엑소의 도경수(디오)는 이 작품으로 첫 멜로 연기에 도전했다. 유학 중이던 피아니스트 유준(도경수)은 팔목 치료를 위해 한국에 교환 학생으로 오게 된다. 신비로운 피아노 선율에 이끌려 도착한 학교 연습실에서 유준은 정아(원진아)와 마주치고 운명처럼 끌린 두 사람은 점점 가까워진다. 하지만 정아와의 만남은 계속 엇갈리고, 유준을 마음에 품은 인희(신예은)의 갑작스러운 고백으로 세 사람은 삼각관계에 빠진다. '말할 수 없는 비밀'은 오는 27일 개봉한다.
실화를 바탕으로 지난해 12월 개봉한 영화 '하얼빈'과 '소방관'은 흥행 가도를 달리며 설 연휴에도 관객과 만난다.
1909년 중국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암살한 안중근 의사의 하얼빈 의거를 다룬 '하얼빈'(감독 우민호)은 지난 23일 기준 누적 관객 450만명을 넘어서며 극장에서 꼭 봐야 할 영화로 손꼽히고 있다. '소방관'은 2001년 발생한 '홍제동 방화 사건' 당시 소방관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김성민 감독은 작품을 위해 무려 4년간 소방관들과 동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설 연휴에는 과거 큰 흥행을 거뒀던 대작들이 다시 스크린에 걸린다. 지난 15일 나란히 재개봉한 판타지 영화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 2'(2011)와 '반지의 제왕: 두 개의 탑'(2002)이 대표적이다. 설원에서 여주인공이 "오겐키 데스카(잘 지내시나요)"를 외치는 명장면으로 유명한 영화 '러브레터'(1999)도 이달 초 재개봉했다.
그 밖에 사랑을 모르는 소년과 뱀파이어 소녀의 사랑을 다룬 공포 영화 '렛 미 인'(2008), 커스틴 던스트 주연의 '멜랑콜리아'(2012), 문소리·유승호·최민식·박철민이 목소리 연기에 참여한 애니메이션 '마당을 나온 암탉'(2011)도 최근 재개봉해 상영 중이다.
[송경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