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로 '유심' 준다더니…"재고 없다네요" SKT 고객들 '분노'

유심(USIM) 해킹 사고에 대한 SK텔레콤의 ‘어설픈 대응’에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유심 카드를 확보하지도 못한 채 2300만 가입자 전원에게 무료 교체를 발표해 전국 대리점 등 현장에서는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급기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27일 긴급 지시를 내리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중심으로 관계 부처는 이번 사건에 따른 국민의 불편과 불안이 조속히 해소될 수 있도록 유심 보호 서비스 가입·교체 등 해당 사업자가 취한 조치의 적정성을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역풍으로 바뀐 파격 조치

SK텔레콤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해킹 공격에 따른 유심 일부 정보의 유출 정황을 신고(지난 20일)한 지 닷새 만인 25일 유심 무료 교체를 발표했다. 해킹 사실을 확인한 즉시 의심 장비를 격리했고, 유심 무단 복제 등 피해 신고 사례가 없다는 것을 확인했음에도 가입자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선제 조치였다.

하지만 SK텔레콤이 해킹 공격을 받은 사실을 법정 시한인 24시간을 넘겨 신고했다는 사실이 확인되고 SNS를 통해 ‘괴담’에 가까운 소문이 확산하면서 불안감은 계속 커지고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유심 공급 업체가 이재명 대선 후보의 지역화폐를 제공하는 업체이고, 이를 통해 SK텔레콤이 정치 자금을 제공하려는 것이라는 말까지 나오는 지경”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SK텔레콤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소문에 떠도는 업체는 SK텔레콤의 4개 유심 제조사와 무관하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이 지나치게 경직된 대응으로 일관해 화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영상 대표가 직접 나선 25일 대국민 사과를 위한 기자회견에서도 SK텔레콤은 사고 원인 및 피해 가능성과 관련해 “조사 결과가 나와야만 알 수 있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역대급 과징금 ‘괴담’까지 나와

재고를 확보하지 못한 채 유심 무료 교체를 발표한 것도 역풍으로 번지고 있다. 공식 교체일은 28일부터라고 발표했지만 막상 현장에선 주말을 이용해 유심을 교체하려는 사용자가 대리점에 몰려 혼란이 빚어졌다. 일부 대리점에서는 일찌감치 ‘유심 재고 없음’이라는 표시를 문밖에 붙여 이용자의 불안을 키웠다.

이에 대해 SK텔레콤 관계자는 “유심 제조사에 물량을 급히 요청하는 등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조치를 하고 있다”며 “전국 모든 대리점에 고르게 유심을 공급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해명했다. 이어 “인원이 몰려 당일 교체가 불가능하면 현장에서 예약한 뒤 교체 서비스를 받을 수도 있다”고 안내했다.

전문가들은 SK텔레콤이 ‘과학적 근거’에 입각해 불안감을 해소할 만한 해명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이번에 해킹된 장비는 4G(LTE), 5세대(5G) 고객이 음성 통화를 이용할 때 단말 인증을 수행하는 서버로 추정된다”며 “사용자들은 이미 유심 정보가 유출됐다고 가정할 경우 유심안심보호서비스 가입만으로도 휴대폰 무단 복제나 보이스피싱의 위험에서 100% 벗어날 수 있는 것인지 궁금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지희 기자 mymasa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