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을 뜻하는 영어 ‘salary’는 라틴어 ‘salarium’에서 유래한 말이다. 소금(sal)과 관련된 보수 또는 소금값을 가리키는 단어다. 당시 보상은 오늘날처럼 노동 시간을 분 단위로 계산하는 방식이 아니라, 복무에 대한 포괄적 대가의 성격이 강했다.
이후 임금 지급은 근대 산업화와 함께 노동의 양과 시간을 더 세밀하게 측정하는 방향으로 발전해 왔다. 하지만 실제 근로 시간에 상관없이 시간 외 근로 수당 등을 기본급이나 수당에 미리 포함해서 일정액으로 지급하는 이른바 ‘포괄임금제’는 위 방향에서 비켜서 있다.
포괄임금제 폐지 입법 동향
포괄임금제는 법이 만든 제도가 아니다. 판례가 실무적 필요에 의해 예외적으로 좁게 인정해 온 약정이다. 대법원은 ①근로 시간 산정이 곤란하고, ②근로자에게 불이익이 없으며, ③정당하다고 볼 사정이 있을 때만 이 약정이 유효하다고 거듭 확인한 바 있다. 이 엄격한 요건을 갖추지 못하면 약정은 무효가 되며, 기업은 실제 근로 시간을 재산정해 수당을 추가 지급해야 한다.
포괄임금제는 본질적으로 실제 시간을 측정하지 않는 방식이다. 기본급과 수당을 묶어 구별하지 않는 ‘정액급제’, 수당을 정액으로 정해두고 추가 정산을 하지 않는 ‘정액수당제’가 모두 여기에 해당한다. 반면 ‘고정OT제’는 이와 구별된다. 매달 일정 시간 분의 연장수당을 미리 지급하되, 실제 노동 시간이 이를 초과하면 반드시 그 차액을 정산하기 때문이다.
포괄임금제 규제 관련 근로기준법 개정안 중 2025년 12월30일 노사정 공동선언(실노동시간 단축 공동선언)을 반영한 유력안은 김주영 의원이 2026년 2월13일 대표로 발의한 개정안이다. 이에 따르면 포괄임금제를 금지하고, 정산 의무가 있는 고정OT제는 인정하고 있다.
즉 임금을 한 덩어리로 묶어 끝내는 관행을 차단하고, 꼼꼼히 측정하여 정산하는 방식만을 합법으로 인정하겠다는 의미다. 나아가, 위 법안에는 근로 시간 기록도 사용자의 의무도 규정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포괄 임금 오남용 방지 지도 지침' 발표
포괄임금제 폐지 관련 법 개정이 이뤄지기 전이지만, 고용노동부는 2026년 4월 ‘공짜 노동 근절을 위한 포괄 임금 오남용 방지 지도 지침’을 발표하고 기획 감독에 나서고 있다.
위 지침에 따르면 사용자는 임금대장 및 임금 명세서에 기본급과 각종 수당 등을 구분하여 기재해야 한다. 기본급과 제 수당을 구분하지 않거나(정액급제), 연장근로수당·야간근로수당 또는 휴일근로수당을 구분하지 않고, 제 수당을 포괄해(정액수당제) 산정·지급해서도 안 된다.
또한, 현장에서 활용되는 ‘연장근로수당·야간근로수당 또는 휴일근로수당을 항목별로 구분하여 수당별 정액으로 지급하기로 하는 약정’ 또한 당사자 간 합의가 존재하고 근로기준법에 위배되지 않는 등 엄격한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개정된 법이 아닌 행정지침만으로 위와 같이 해석할 수 있는지 다소 쟁점이 될 부분이 있으나, 기획감독 등의 절차에서 불이익을 당하지 않기 위해서 기업으로서는 가능하면 이를 준수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른바 ‘공짜 노동’을 근절하자는 취지에 정면으로 맞설 명분은 없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모든 노동을 시계의 눈금처럼 정확히 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영업이나 출장, 연구개발처럼 업무의 시작과 끝이 모호한 직무에까지 획일적인 잣대를 적용할 경우, 오히려 불필요한 노사 분쟁을 유발할 우려도 상존한다.
포괄임금제 폐지 현실화...기업의 3가지 대응 방향은?
어쨌거나 포괄임금제 폐지는 이미 현실로 다가왔다. 이에 대해 기업이 취해야 할 대응 방향은 명료하다.
우선, 리스크를 진단해야 한다. 현행 임금체계를 전수 조사하여 현재 제도가 정액급제인지 고정OT제인지 분류하고, 법과 행정지침이 정한 요건에 부합하는지 검토해야 한다. 이를 통해 과거 3년간의 잠재적인 체불 리스크 규모를 가늠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임금체계를 재설계해야 한다. 포괄 임금 폐지를 전제로 기본급과 수당을 명확히 하고 필요하면 고정OT제를 운용하되 초과분에 대해서는 철저히 정산해야 한다. 아울러 근로 시간 산정이 본질적으로 어려운 직군은 간주근로시간제, 재량근로제 등을 활용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 임금체계 개편 과정에서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등의 절차도 거쳐야 할 경우가 많다.
또한, 근로 시간 기록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사용자가 근로 시간 기록을 갖추지 못하면 근로 시간 관련 쟁점에서 불리하게 판단될 가능성이 높다. PC-OFF 제도나 전자 근태 관리 시스템을 도입해 객관적 데이터를 확보하고, 자발적인 체류와 실제 업무를 명확히 가르는 '연장근로 사전 승인 기준'을 정착시키는 것도 바람직하다.
임금의 출발점은 소금이라는 포괄적 대가였을지 모르나, 이제 모든 노동은 정밀한 시간의 눈금 위에 놓이게 되었다. 그 눈금을 기업이 먼저 객관적으로 새겨 둔다면 방어의 근거가 되지만, 방치한다면 법적 추징의 잣대로 돌아온다. 결국 같은 기록이라도, 누가 먼저 체계적으로 재어 두었느냐가 다가오는 분쟁의 결과를 가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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