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할인 전 가격에 수수료 부과한 쿠팡이츠에 약관 시정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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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10.13 12:31 수정2025.10.13 12:31

서울시내 한 음식점에 붙어있는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 스티커. 사진=뉴스1

서울시내 한 음식점에 붙어있는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 스티커. 사진=뉴스1

쿠팡이츠가 할인 전 가격을 기준으로 수수료를 계산하는 약관을 뒀다가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권고를 받았다. 중개수수료는 거래를 중개하는 서비스에 대한 대가로 실제 거래금액을 기준으로 부과해야 한다는 게 공정위의 판단이다.

공정위는 13일 이런 내용의 쿠팡(쿠팡이츠)·우아한형제들(배민)의 입점업체 이용약관 심사 결과를 발표했다.

약관 심사 결과 공정위는 배달앱 내 노출거리를 제한하는 조항 등 총 10개 유형의 불공정 약관조항을 시정하고, 쿠팡이츠의 수수료 부과 기준조항에 대해서는 60일 이내 시정(삭제 또는 수정)할 것을 권고했다. 만일 권고에 따르지 않으면 위원회 의결을 거쳐 시정명령을 할 수 있다.

해당 조항에 따르면 쿠팡이츠 입점업체는 할인 행사의 중개·결제수수료를 소비자가 실제 결제한 '할인 후'가 아닌 '할인 전' 판매가를 기준으로 부담해야 한다. 입점업체가 자체 부담으로 쿠폰 발행 등 할인행사를 진행하면 실제로 발생하지 않은 매출에도 수수료를 내야 하는 불공정 조항이라고 공정위는 판단했다. 배민·요기요 등 대부분 배달앱은 할인 후 가격을 기준으로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

쇼핑몰 쿠팡도 할인 후 금액을 기준으로 수수료를 부과한다. 이같은 약관에 따라 쿠팡이츠로서는 수수료율을 인상한 것과 같은 효과(추가 이익)를 얻는다고 공정위는 봤다.

예를 들어 정가 2만원에 입점업체 부담 할인 5000원인 상품의 중개수수료율을 7.8%로 가정한다면, 중개수수료는 할인 전 가격 기준 1560원, 할인 후 가격 기준 1170원이다. 다른 배달앱보다 390원의 중개 수수료를 추가로 징수하는 셈이다. 수수료율로 계산하면 실질 수수료율은 10.4%로 올라가게 된다.

공정위는 이런 조항이 약관법에서 규정하는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 '예상하기 어려운 조항'에 해당한다고 봤다.

김문식 공정위 시장감시국장은 "쿠팡이츠는 1500만명에 달하는 와우회원을 기반으로 배달앱 시장에서 상당한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고 있어서 입점업체는 쿠팡이츠 사용이 사실상 강제되고 있다"며 "입점업체는 할인행사 비용에 할인금액에 대한 수수료까지 이중의 부담을 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쿠팡이츠는 연합뉴스에 "서비스 초기부터 동일한 중개수수료 산정 방식을 유지해왔으며, 입점 업체에게 이러한 방식에 대한 정보를 사전에 충분히 명시하고 고지하였다는 사실을 향후 공정위 절차에 따라 성실히 소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공정위는 가게 노출거리를 일방적으로 제한하는 조항 등 쿠팡이츠와 배민의 다른 불공정 조항 10개 유형을 적발해 자진 시정을 유도했다. 배달앱에서 가게가 노출되는 거리는 넓어질수록 더 많은 주문을 받을 수 있어서 입점업체의 이익과 직결된다.

다만, 악천후나 주문 폭주 등으로 정상적인 배달이 어렵다면 노출거리 조정이 필요할 수도 있지만 이들 업체 약관에는 노출거리를 제한할 때 통지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았다. 공정위는 입점업체의 예측가능성이 보장되지 않으므로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두 플랫폼은 노출거리 제한 사유를 구체적으로 정비하고, 제한 시 주문접수채널 등을 통해 입점업체에 통지하도록 약관을 시정하기로 했다. 또한 일방적인 대금 정산 보류·변경 조항은 시정했다. 대금 정산 유예 사유를 구체화하고, 유예되는 경우 입점업체의 소명 기간을 연장해 이의제기 절차 보장을 강화했다.

계약 종료 시 사업자가 입점업체 판매대금의 일부를 예치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을 삭제하고, 플랫폼의 귀책 사유로 정산 절차가 조정되는 경우 지연이자 지급 의무를 명시하는 등 약관을 바꾸기로 했다.

이외에도 고객에게 불리하게 약관이 되는 경우 고객이 그 내용을 명확히 알 수 있도록 충분한 기간을 두고 개별 통지하도록 했고, 사업자의 책임을 일률적으로 면제하거나 축소하는 조항에 대해 사업자의 고의나 과실이 있는 경우 그 책임을 지도록 시정하기로 했다.

또한, 입점업체가 작성한 리뷰를 배달앱이 일방적으로 삭제할 수 있도록 규정한 조항에 대해 이의제기 등 절차적 권리를 보장하도록 했다.

광고료 환불 기한을 부당하게 제한하거나, 입점업체의 과도한 보상 의무 및 부당한 비용 부담 의무를 규정하고 있는 조항을 삭제하기로 했다.

공정위는 음식 배달시장 규모가 확대되며 입점업체의 수수료와 광고비 부담도 커진다는 지적에 중소벤처기업부와 협업을 통해 약관 조항을 점검했다.

공정위는 "이번 조치로 불공정 계약 관행을 개선하고, 배달앱 사업자의 책임을 강화해 입점업체들이 입게 될 피해나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신용현 한경닷컴 기자 yong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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