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 대량조제 여부 쟁점
자생 “불송치 전례” 반박
경찰이 자생한방병원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선 가운데 이번 수사의 핵심 쟁점으로 자동차보험 한방 첩약 청구 구조가 떠오르고 있다.
환자별 증상에 맞춰 개별 처방·조제해야 하는 첩약을 사전에 대량 조제한 뒤 자동차보험 수가로 청구했는지가 관건이다.
13일 매일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은 4대 손해보험사(삼성·DB·현대·KB)의 고소 내용을 기반으로 자생한방병원이 최근 4년간 한약 처방 등을 통해 수백억 원의 보험금을 부당 청구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경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한약 처방 내역과 진료기록 등을 확보해 보험금 청구 과정에 위법 소지가 있었는지 들여다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교통부 고시상 자동차보험에서 첩약은 환자의 증상과 질병 정도에 따라 개별 처방·조제하는 경우 인정된다. 그러나 보험업계는 일부 한방병원이 원외탕전원을 통해 첩약을 일괄 사전조제한 뒤 이를 환자별 맞춤 첩약으로 청구하는 행태가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실제 서울 소재 한 한의원이 원외탕전원에 의뢰한 20첩 기준 거래금액은 약재비와 탕전료를 포함해 총 2만8330원이었다. 1첩당 제조 원가는 1416원 수준이다.
반면 자동차보험에서 인정하는 첩약 진료수가는 1첩당 7360원이다. 사전 대량조제 한약을 맞춤 첩약으로 청구했다면 원가 대비 5배 이상 높은 수가가 적용된 셈이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한지아 국민의힘 의원은 의료비 누수를 초래하는 일부 한방병원의 기업형 대량 조제 관행에 대한 제재 근거가 부족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법적 쟁점은 사전에 대량 조제한 한약을 약사법상 ‘조제’로 볼 수 있는지다. 특정 환자 개인 처방이 아니라 불특정 다수 환자를 위해 사전에 대량 생산·보관한 경우 약사법상 조제가 아닌 의약품 ‘제조’로 볼 소지가 있다. 의약품 제조는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가 필요하다.
유사 판례도 있다. 울산지법은 환자 진료 없이 미리 조제한 첩약을 처방해 8600만원을 편취한 혐의로 징역 1년 2월을 선고했다. 부산지법 서부지원도 10첩으로 탕전한 첩약을 20첩으로 청구해 3억5000만원을 편취한 사건에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다만 자생한방병원 측은 관련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자생 측은 “과거 비슷한 고소·고발에도 불송치 처분이 내려졌다”며 “관련 법령과 의료기준에 따라 환자 개인별 처방전에 근거해 한약을 조제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경찰 수사 결과에 따라 이번 사건은 향후 자동차보험 한방 첩약 수가 체계 전반으로 논란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한편 자동차보험 한방진료비는 꾸준히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자동차보험 한방진료비는 1조6972억원으로 양방진료비 1조1142억원을 크게 웃돌았다.
4년 전인 2021년 1조3066억원과 비교하면 약 4000억원 증가했다. 이 가운데 첩약 진료비는 지난해 2440억원으로 전체 한방진료비의 14.4%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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