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너무 무분별하게 내줬고, 직거래가 늘어나면서 중개사들이 잇따라 휴·폐업에 나서고 있다.”
김종호 한국공인중개사협회장은 23일 서울 중구에 있는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취임 이후 첫 기자 간담회를 열고 최근 들어 부동산 공인중개업소의 휴·폐업이 늘어나는 이유에 대해 이같이 답했다.
먼저 공인중개사의 과잉 배출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1985년 제1회 시험 도입 이후 지난해까지 35번의 공인중개사 자격취득시험이 치러졌는데 누적 합격자만 55만1879명에 달한다. 매년 약 1만5000명의 합격자가 나온 셈이다. 다만 55만명 가운데 지난달 기준으로 활동하는 중개사는 11만1632명이다.
중개업소 신규 등록은 지속해서 감소하고 있다. 2020년엔 2만6612건의 신규 등록이 있었지만, 2021년엔 2만5438건으로 전년 대비 4.6% 줄더니 △2022년 2만2274건(전년비 14.2% 감소) △2023년 1만8276건(전년비 21.9% 감소) △2024년 1만5475건(전년비 18.1% 감소) 등이다. 반면 휴·폐업은 2020년 이후 2만건 이상 꾸준히 유지되고 있다.
김 협회장은 "수급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며 "적절 인원이 배출돼야 공인중개사의 질이 향상하지 않겠나"라고 설명했다. 다만 방안은 국토교통부와 논의한다는 계획이다.
부동산 직거래가 증가한 점도 중개업소 업황을 악화시키는 요인이다. 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주거용 부동산의 직거래 비중은 19.5%를 차지했다. 5건 중 1건은 직거래인 셈이다. 특히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연립·다세대는 36.1%, 단독·다가구는 50.6%로 높은 수준이다.
김 협회장은 "직거래는 거래 단계에서 안정성이 확보되지 않아 계약금이나 중도금을 떼이는 피해에 노출돼 있다"며 "전세사기와 더불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공인중개사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방안도 내놨다. 국민 재산권 보호 측면에선 △직거래 피해 예방·안심 거래 캠페인 전개 △전세 사기·불법 중개 신고센터 상시 운영 △거래사고 예방을 위한 '이상 거래 시스템 고도화 사업' 추진 등이다.
그는 “직거래 주의 알림 시스템을 도입하고 피해사례 공유 플랫폼을 구축해 경각심을 제고할 것”이라며 “전국 19개 시도에 ‘전세 사기, 불법 중개 피해상담·신고센터’를 설치하고 상시 운영해 정부의 구제 기관에 연결하는 등의 방안도 계획 중”이라고 말했다.
공인중개사 전문성 강화 측면에선 △KARIS 부동산가격지수 생산·서비스 본격화 △전자계약 활성화 △공인중개사의 분양 대행 업무 법제화 △공인중개사의 권리금 계약서 작성 법제화 △대회원 법률지원 서비스 강화 등이다.
김 협회장은 “KARIS 지수를 현장에서도 활용해 전문성을 높이고, 전자계약을 활성화해 보안과 편리함 등을 동시에 잡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중개사들이 분양 대행 업무를 수행하고, 권리금 계약서를 작성할 수 있도록 법제화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공인중개사협회는 이런 방안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선 법정단체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법정단체는 한국공인회계사협회, 대한변리사회, 한국공인노무사회, 대한변호사협회, 대한법무사회 등이 있다.
그는 “국민의 입장에서 본다면 협회가 법정단체가 됐을 때 전세 사기 등 불법 행위에 대한 감시 기능이 강화되면서 현장 중개사들이 국민 재산권을 침해하는 행위를 막을 수 있다”며 “단일협회가 되면 정부의 부동산 중개 정책 수립이 쉽고 정부 정책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인중개사 입장에서 보면 회원간 갈등을 해소할 수 있어 중개 시장이 선진화할 수 있다”며 “국민 재산을 다루는 국가자격사로서 책임감을 고양하고 전자계약 활성화 등 양질의 대국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협회장은 그러면서 “국민의 부동산거래 안전을 책임지는 전문자격사 단체로서 공정하고 전문성을 갖춘 기관으로 거듭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