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예의 경계 허물다...2025 청주공예비엔날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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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개국 1300여 명의 작가 참여…역대 최대 규모로 선보이는 공예의 확장성
현대 트랜스로컬, 성파스님 특별전 등 다양한 볼거리
11월 2일까지 60일 대장정 잇는다

지난 4일부터 60일간의 대장정을 시작한 청주공예비엔날레 2025. 올해로 27회째를 맞는 이번 행사는 메인 전시장인 문화제조창 본관을 비롯해 다양한 부대 전시가 열리고 있다. 72개국 1300여명의 작가 작품 2만5000점이 전시돼 역대급 규모로 진행중인 이곳을 지난 10일 찾았다.

올해 비엔날레의 특징은 '공예'의 범위가 무한히 확장했다는 점이다. 강재영 예술감독은 "나라마다 생각하는 공예의 범위가 다른데, 한국은 근대 이후에 만들어진 공예에 갇혀있는 것 같았다"며 "이번 비엔날레를 통해 공예의 확장성을 추구했다"고 설명했다.

청주공예비엔날레 2025 메인 전시장을 찾은 관객들. 이솔 기자

청주공예비엔날레 2025 메인 전시장을 찾은 관객들. 이솔 기자

'세상 짓기'라는 테마 아래 열린 이번 메인 전시에는 16개국 140명의 300여점의 작품이 소개됐다. 이 공간은 총 4개 섹션으로 구성됐는데 동선에 따라 공예가 수공예로부터 설치미술의 영역까지 확장하는 양상을 띤다. 보편 문명으로 공예, 탐미주의자를 위한 공예, 모든 존재자를 위한 공예, 그리고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공예라는 하부 주제를 지닌 공간을 지나면 아주 작은 오브제부터 대형 설치물까지 볼수 있다. 지난 10일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 내외도 이곳에 들러 채림 작가의 옻칠 회화 작품인 '아리랑 칸타빌레'(보편 문명 공예)와 강신우 작가 등 80여 명이 경북 의성의 산불 재해로 만든 '검은산: 재에서 태어난 130개 지팡이'(지속가능한 미래 공예) 등 작품을 보며 관심을 보였다.

청주공예비엔날레 메인 전시장 내 채림 작가의 대표 연작 '아리랑 칸타빌레'. 옻칠과 유화, 수목, 수채, 파스텔 등 이질적 기법이 혼합돼 있다. 한지, 삼베, 색동, 조각보 등 전통 섬유를 병치해 눈길을 끈다. 이솔 기자

청주공예비엔날레 메인 전시장 내 채림 작가의 대표 연작 '아리랑 칸타빌레'. 옻칠과 유화, 수목, 수채, 파스텔 등 이질적 기법이 혼합돼 있다. 한지, 삼베, 색동, 조각보 등 전통 섬유를 병치해 눈길을 끈다. 이솔 기자

다만 메인 전시장에서 너무도 다양한 의미를 축적한 작품이 전시되고 있는 건 장점이자 단점이기도 했다. 인류 문명의 모태인 공예에서 건축, 회화, 디자인까지 발전한 경로를 보여줬다고 하지만 산발적인 느낌은 지우기 어려웠다.

대형 섬유 조각보가 설치된 청주공예비엔날레 2025 메인 전시장. 이솔 기자

대형 섬유 조각보가 설치된 청주공예비엔날레 2025 메인 전시장. 이솔 기자

메인 전시장 옆에는 초대국가전도 열렸다. 올해에는 태국을 주빈국으로 맞이해 나라의 역사와 함께 발전해 온 독특한 공예문화를 만날 수 있다. '유연한 시간'이라는 주제로 태국 공예의 뿌리부터 현대 공예까지 작은 규모지만 비교적 알차게 꾸려졌다. 라탄으로 짜올린 불상들은 가벼운 소재가 전하는 묵직한 울림을 전했다.

현대자동차가 후원하는 '현대 트랜스로컬 시리즈'로 선보이는 특별전 '엮음과 짜임'도 방문객의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번 특별전은 휘트워스 미술관과 공동기획으로, 인도 국립공예박물관과 하스트칼라 아카데미와 협력해 이뤄졌다. 이 공간에서는 '섬유공예와 커뮤니티'를 주제로 한국과 인도의 작가가 각국의 나라를 방문해 교류하고 공동으로 연구한 결과물을 신작으로 내놨다.

현대 트랜스로컬 시리즈 전시장의 정연순 작가의 월인천강. 이해원

현대 트랜스로컬 시리즈 전시장의 정연순 작가의 월인천강. 이해원

인도의 전통 직조 방식과 한국의 한산 모시 직조 방식의 공통점, 또한 각국의 노동집약적인 섬유 공예의 유사점 등 리서치 트립을 통해 작가들이 느낀 '발견의 희열'도 느낄 수 있다는 게 특징. 서로 다른 지역의 공동체 속 문화를 가교 삼아 협력해 섬유 공예의 독특한 물꼬를 텄다.

문화제초장을 지나 구름다리 너머 자리한 '동부창고'에서도 뜻깊은 전시가 마련됐다. '성파선예전: 명명백백'은 대한불교조계종 종정 성파스님의 삶과 수행 예술의 세계를 조명하는 자리. 특별전 때문인지 불교에 귀의한 방문객들의 발걸음이 지속됐다. 전시 타이틀인 명명백백은 꾸밈없이 순수한 본질을 선언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기도 하다.

공예의 경계 허물다...청주공예비엔날레 2025

길이 100미터, 높이 3미터에 이르는 순백의 한지가 전시 공간의 벽을 감싸고 있고 공간 안에는 컬러풀한 색감의 작품이 대조를 이룬다. 깜깜한 공간 내 옻칠 공예가 내뿜는 다양한 색깔은 밤하늘의 별처럼 반짝인다. 이 외에도 청주공예비엔날레에선 어린이비엔날레, 공예스튜디오 체험, 청주 일대 박물관, 미술관, 갤러리 연계 프로젝트 등 다양한 연계 프로그램이 동반 운영되고 있다. 올해 청주공예비엔날레는 11월 2일까지 열린다.

청주=이해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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