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전형적 확신범” VS 尹측 “대통령 고유 통치행위”…치열한 공방

2 days ago 9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체포된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가 열린 18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 인근 도로에서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2025.01.18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체포된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가 열린 18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 인근 도로에서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2025.01.18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피의자가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

19일 새벽 2시 50분경 서울서부지법 차은경 부장판사는 12·3 비상계엄 선포 사건의 내란 우두머리(수괴) 혐의 피의자인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이 같이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구속영장을 청구한 17일까지만 하더라도 영장심질심사에는 출석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18일 오전 서울구치소에서 김홍일 전 방송통신위원장 등 변호인단을 접견한 후 직접 법정에 출석해 자신이 선포한 비상계엄의 정당성을 주장하겠다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18일 오후 1시 26분경 윤 대통령을 태운 법무부 교정본부의 호송 차량이 대통령경호처의 경호를 받으며 서울서부지법으로 출발했다. 윤 대통령은 오후 1시 54분경 서울서부지법에 도착했고, 오후 2시부터 헌정사 최초로 현직 대통령에 대한 영장실질심사가 시작됐다.

“전형적 확신범” VS “대통령 고유 통치행위”

공수처는 이날 주임검사인 차정현 수사4부장을 비롯해 수사팀 검사 6명이 참석했고, 윤 대통령 측에선 대통령 본인과 8명의 변호사가 출석해 치열한 공방을 펼쳤다.

공수처는 프리젠테이션(PPT)을 통해 비상계엄의 발동 요건인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의 징후나 사회질서가 극도로 혼란됐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또 국무위원들 다수가 반대했음에도 윤 대통령이 불법적으로 비상게엄을 선포했다면서 내란 혐의가 소명된다는 주장을 펼쳤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이 증거 인멸, 도주 우려, 재범 위험성이 농후하다며 구속 필요성을 강하게 주장했다고 한다. 올 1월 1일 자필 서명 편지를 통해 극렬 지지자들의 결집을 호소해 체포영장 집행 방해를 선동한 점, 최근 텔레그램을 탈퇴했다는 상황 등을 증거인멸 우려의 이유로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이 2차계엄을 실행하려 했다면서 ‘전형적인 확신범’으로 재범위험성이 크다는 점도 역설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 측도 준비해 간 PPT를 제시하며 체포 및 수사의 불법성 등을 주장했다. 윤 대통령 측은 현직 대통령으로서 관저에 머물면서 주거가 뚜렷하고, 증거를 인멸할 정황도 없다면서 공수처의 주장을 반박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공수처의 현직 대통령에 대한 내란 혐의 수사권을 인정할 수 없고, 공수처의 1심 관할법원이 서울중앙지법이라는 점에서 서울서부지법으로의 영장 청구가 전속 관할 위반이란 점 등을 주장했다.

4시간 50분 심사…45분간 尹 직접 발언

양측이 70여분씩 각자의 주장을 펼친 뒤 피의자인 윤 대통령이 오후 4시 35분경부터 40분간 직접 재판부에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윤 대통령은 국내 정치 환경 등이 비상사태에 준한 상황이었다면서 비상계엄 선포는 대통령의 고유한 통치행위이자, 헌법적 결단이란 점 등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비상조치권 행사로 형사상 내란 행위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심사가 종료되기 전 5분 가량도 발언권을 얻어 입장을 밝히는 등 이날 심사장에 45분 간 직접 재판부를 향해 발언했다.

영장심사는 4시간 50분 만인 저녁 6시 50분경 종료됐다. 윤 대통령은 자신이 타고 온 법무부 호송차량에 탑승해 다시 서울구치로소 돌아가 결과를 기다렸다. 이후 차 부장판사는 약 8시간의 숙고 끝에 19일 오전 2시 50분경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윤 대통령 측은 19일 입장문을 통해 “발부 사유는 ‘피의자가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음’ 단 한 줄이다. 찾고 찾아도 사유를 찾을 길이 없자, 그나마 핑계가 되는 사유를 내놓았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체포영장, 적부심 기각 이어 구속영장까지

법조계에서는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에 이어 체포적부심이 기각되고, 구속영장까지 법원이 발부하면서 공수처의 수사권 논란이나 전속관할 법원 논쟁이 사실상 해소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그동안 공수처가 서울서부지법에서 발부받은 체포영장은 불법이라고 강조해왔다. 하지만 서울중앙지법도 윤 대통령 측이 제기한 체포적부심을 기각했고, 체포영장과 다른 판사가 심사한 구속영장까지 발부되는 등 공수처의 수사와 영장 청구가 문제가 없다는 취지의 판단이 연달아 나왔다.

특히 법원이 윤 대통령의 혐의가 어느 정도 소명됐다고 판단한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하려면 증거인멸 우려 외에도 피의자의 범죄 혐의가 어느 정도 소명돼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혐의 소명’은 본 재판에서의 유무죄 판단 기준인 ‘혐의 입증’보다는 문턱이 낮다는 점에서 당장 유무죄를 판단하기엔 이르다는 반론도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윤 대통령 측은 재판에서도 각종 수단을 총동원할 것”이라며 “공수처와 검찰이 잘 협조해서 보강수사를 빈틈없이 하고 공소 유지를 잘 해나가는 것이 관건”이라고 했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최미송 기자 cm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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