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측이 청구한 체포적부심 기각
중앙지법 판사 “청구할 이유 없다”
尹 진술거부-조사불응 명분 사라져
공수처, 바로 구속영장 청구 검토
12·3 비상계엄 선포와 관련해 내란 우두머리(수괴) 혐의로 체포된 윤석열 대통령 측이 청구한 체포적부심이 16일 기각됐다. 그간 윤 대통령 측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적법한 수사기관이 아니다”라며 수사에 불응해 왔지만, 이제는 거부할 명분이 사라졌다는 법조계 분석이 나온다. 공수처는 조만간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한다는 방침이다.이날 소준섭 서울중앙지법 형사32단독 판사는 “이 사건 청구는 이유가 없다고 인정된다”며 윤 대통령이 청구한 체포적부심을 기각했다. 윤 대통령을 대신해 참석한 변호인단은 이날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체포적부심에서 “공수처가 관할권이 없는 서울서부지법에서 발부받은 체포영장은 불법”이라며 윤 대통령을 석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수처는 법원이 2차례나 체포영장을 발부한 것을 근거로 적법한 체포라고 반박했는데, 법원이 공수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윤 대통령에 대한 구금은 유지됐지만 체포적부심이 진행되면서 공수처 수사도 늦춰지게 됐다. 공수처가 체포적부심 재판부에 수사기록 등을 보낸 때부터, 체포적부심 결론이 나고 기록이 반환되기까지 시간은 체포 기한(48시간)에 포함되지 않는다. 공수처가 16일 법원에 보낸 기록은 오후 2시 3분경 접수됐다. 공수처는 당초 이르면 16일 윤 대통령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이날 오후 11시 16분경 체포적부심 결과가 나오면서 기록을 다시 받아올 때까지 구속영장 청구 시기도 그만큼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윤 대통령 측은 공수처가 16일 오전으로 통보한 2차 피의자 조사에 대해 ‘건강상 이유’로 연기를 요청했다. 공수처가 이를 받아들여 오후 2시에 출석하라고 재차 통보했지만, 윤 대통령 측은 “건강이 좋지 않고 어제 충분히 입장을 얘기했다”는 취지로 최종 불응했다.공수처는 윤 대통령이 진술을 계속 거부할 경우 조사 실익이 없을 수도 있다고 보고 윤 대통령에 대해 바로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실제 윤 대통령은 15일 공수처로 압송돼 이재승 차장검사의 피의자 조사가 시작되자 비상계엄의 정당성과 내란죄가 성립하지 않는 이유 등을 일방적으로 발언한 후 모든 진술을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공수처 검사에게 “계엄은 판검사가 판단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오직 대통령만이 판단할 수 있는 통치행위”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 공수처 내란수사-체포집행 인정… 尹 버틸 명분 사라졌다
[尹대통령 체포]
尹측 체포적부심 기각, 수사 탄력
중앙지법서 2시간 심문 진행… 심문 기간은 체포기한서 제외
尹은 경호 등 문제로 참석 안해
서울중앙지법은 윤 대통령이 15일 청구한 체포적부심 사건을 형사32단독 소준섭 판사에게 배당했고, 소 판사는 16일 오후 5시부터 2시간가량 심문을 진행했다. 현직 대통령이 수사기관에 체포된 것도, 법원에 체포적부심을 청구한 것도 헌정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체포적부심은 체포가 부당하다며 법원에 석방을 요청하는 제도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체포적부심을 위해 수사기관이 법원에 증거 및 수사기록을 제공한 시점부터 체포적부심 결론 후 돌려받을 때까지의 시간은 체포 기한(48시간)에서 제외된다. 15일 오전 10시 33분 체포영장이 집행된 윤 대통령의 체포 기한은 17일 오전 10시 33분까지였다. 하지만 체포적부심이 진행되면서 기록이 오고 가는 시간만큼 늘어나게 됐다. 체포적부심 결론은 심문 종료 후 24시간 안에 내야 하는데, 심문 종료 후 4시간여 만에 결론이 났다.
통상 체포적부심 심문에는 피의자가 직접 출석해 체포의 부당함을 법관에게 직접 설명하는 경우가 많다. 다만 서울구치소에 구금 중인 윤 대통령은 경호상 문제 등을 고려해 참석하지 않았고, 변호인단인 배진한, 김계리, 석동현 변호사가 참석했다. 공수처는 수사팀 부장검사 1명과 평검사 2명 등 3명이 심문에 참석했다.
윤 대통령 측과 공수처는 심문에서 이른바 ‘전속 관할’ 문제 등을 쟁점으로 공방을 펼쳤다. 윤 대통령 측은 “공수처는 대통령에 대한 기소권이 없고, 공수처법을 따져볼 때 공수처가 기소권이 없는 사건은 서울중앙지법이 전속관할을 가진다”며 공수처가 서울서부지법에서 발부받은 체포영장이 불법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공수처는 서울서부지법이 윤 대통령의 주소지(한남동 대통령 관저) 관할 법원으로 정당한 관할권이 있고, 두 차례나 체포·수색영장이 발부됐다는 점 등을 들어 체포가 적법하다는 주장을 펼친 것으로 전해졌다.
양측은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권에 대해서도 맞섰다. 윤 대통령 측은 공수처법에 적시된 고위공직자범죄 중 내란죄가 없다는 점을 들며 “수사권이 없는 불법 수사”라는 주장을 했다. 반면 공수처는 공수처법상 수사 가능 범죄인 직권남용의 관련 범죄로 내란 혐의를 수사하고 있는 만큼 문제가 없다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한다.윤 대통령의 체포적부심을 맡은 소 판사는 서울 출신으로 고려대 법대 재학 중이던 2012년 54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2015년 사법연수원 44기 수료 후 육군 법무관과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등을 거쳐 2020년 법관으로 임용됐다. 소 판사는 12·3 비상계엄 선포 사건과 관련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수감 중)이 일반인 접견과 편지 수·발신을 허용해 달라며 제기한 ‘수사기관의 구금에 관한 처분 취소·변경 준항고’ 사건을 맡아 기각 결정을 내린 바 있다. 2023년에는 ‘더불어민주당 돈봉투 전당대회’ 사건과 관련해 윤관석 전 의원이 검찰의 압수수색이 위법하다며 제기한 준항고 사건을 기각하기도 했다.
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손준영 기자 ha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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