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환 덕신EPC 회장
거푸집 일체형 건물 바닥재
데크플레이트 업계 첫 美 진출
인건비까지 줄일 수 있어 장점
잡부서 시작 건자재기업 일궈
실종아동찾기 등 해마다 진행
이달 덕신 KLPGA서 캠페인
건물 바닥은 철제 거푸집 위에 액체 상태의 콘크리트를 부어 굳혀 만든다. 이때 거푸집 역할을 하는 데크플레이트는 콘크리트를 받쳐주며 철근과 함께 고층 건물 하중을 견딘다. 약 7000억원으로 추산되는 국내 데크플레이트 시장에서 약 30%의 점유율을 유지하는 1위 업체는 덕신EPC다. 덕신EPC는 지난 2월 미국 엠코어 반도체 공장에 자사의 '스피드데크'를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해 화제가 됐다. 거푸집 설치·해체 공정을 생략한 일체형 데크플레이트로, 까다로운 미국의 UL 인증을 획득했다.
서울 양천구 서울사무소에서 만난 김명환 덕신EPC 회장은 "우리의 목표는 단순한 미국 진출이 아니다"며 "미국 내에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해 일체형 데크플레이트 분야에서 글로벌 1위를 공고히 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덕신EPC는 미국 진출을 위해 10여 년 전부터 미국 UL 인증 획득을 준비했고, 국내 업계 최초로 이 인증을 받았다. 미국 내 인허가나 보험 가입, 화재안전성 검증에 UL 인증이 통용되다 보니 건축자재나 전기제품 등에선 UL 인증이 필수다. 김 회장은 "오래전부터 일기장에 '해외 수출기업'의 꿈을 적으며 UL 인증 획득, 현지 법인 설립까지 공을 들였다"고 했다. 인건비가 높아 공사기간 단축이 절실한 미국에서 스피드데크 가치가 극대화될 것으로 확신했기 때문이다. 시공은 6월 시작해 10개월간 진행한다.
김 회장은 실제 현장에서 공사기간 단축 효과가 확인되면 다른 프로젝트 수주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는 "텍사스와 조지아 샘플 시공 당시 현지 엔지니어들이 간편한 시공과 작업 효율에 놀라더라"며 "일체형 데크플레이트는 기존 방식 대비 인건비를 약 20% 절감하고, 공기를 30% 이상 단축할 수 있다"고 말했다.
덕신EPC 제품은 미국에서 주로 사용하는 폼데크보다 원가가 높고, 철강 관세도 붙어 가격 경쟁력은 높지 않다. 하지만 제품 가격이 비싸더라도 공사를 빨리 끝내면 인건비에서 유리하다. 김 회장은 "이제껏 건축자재는 물류비용 때문에 내수상품에 머물렀지만, 어려워도 해외에서 돌파구를 만들어나가 보자는 마음으로 밀어붙이고 있다"고 했다.
회사는 또 미국 조지아주 애선스에서 연간 250만㎡ 데크플레이트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 용지를 확보해 착공을 앞두고 있다. 미국 현지 공장이 생기면 물류비용이 크게 줄어들어 원가경쟁력이 높아진다.
1951년생으로 올해 74세인 김 회장의 최종 목표는 미국 증시 상장이다. 그는 "미국은 한국보다 10배 큰 시장"이라며 "회계부터 꼼꼼히 준비해 7년 후 나스닥에 등록하는 게 목표"라고 공개했다. "미국이 되는 시장이라면 빨리 가야 한다. 중국산 제품이 따라오더라도 그때는 우리가 성공한 다음일 것"이라는 말에는 노장 현역의 자신감이 느껴졌다.
덕신EPC는 지난해 1064억원의 매출을 냈다. 2023년 2180억원에 비하면 매출이 급감했지만, 올해는 화성·용인 반도체 공장 등 대형 프로젝트들을 맡아 실적 반등이 예상된다. 지난달에는 삼성전자 평택 P5와 복합동 공급계약으로 약 400억원 규모 공사를 수주했다.
김 회장은 스물여섯 살에 상사에서 허드렛일과 심부름을 하는 잡부로 일을 시작해 맨손으로 건자재 기업을 일궜다. 발목 힘줄이 끊어지고도 목발을 짚고 출근한 그의 성실함을 높이 산 사장이 "넥타이 매고 출근하라"고 했다고 한다. 폐결핵과 영양실조에 걸려가며 30개월 만에 사업자금 300만원을 모아 회사의 전신인 '덕신상사'를 세웠다. 그는 이후 더 많은 사람을 고용하기 위해 상사 대신 공장 운영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는 "어린 시절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었기에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이 꿈을 포기하지 않도록 돕고 싶다"고 말했다. 그가 세운 무봉장학재단은 2019년 이후 약 2000명의 어린이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해왔다. 오는 24일 열리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덕신EPC 대회에서는 실종아동찾기 캠페인을 진행한다. 이번 캠페인은 경찰과 공공기관, 가족이 함께 참여하는 공공캠페인으로 진행된다. 대회 기간 충주 시내 곳곳에는 현수막이 게시된다.
김 회장은 "우리의 스피드데크가 글로벌 표준이 돼서 어딜 가든 덕신 제품이 깔린 건물을 볼 수 있게 하는 게 제1 목표라면, 까다로운 고객에게 믿음을 주는 기업이 되는 게 두 번째, 어린이들의 꿈을 지원해주는 따뜻한 기업이 되는 게 세 번째 목표"라고 말했다.
[이유진 기자 / 사진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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