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에 진정한 봄이 왔을까.
매번 용두사미(龍頭蛇尾)에 그쳤던 래리 서튼 전 감독의 야구와는 다르다. 김태형 감독 체제 2년차 시즌 롯데가 시즌 초반 부진을 빠르게 떨쳐내고 공동 2위로 도약했다.
롯데는 6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의 원정 경기서 7-4로 승리, 시즌 3연승을 내달렸다. 동시에 29경기서 16승 1무 12패를 기록한 롯데는 삼성 라이온즈와 함께 리그 공동 2위로 올라섰다.
지난 4월 18일 이후 이후 다시 한번 2위를 찍으면서 1위 LG 트윈스를 4경기 차로 뒤쫓고 있는 롯데다. 최근 10경기 8승 2패로 4위 한화 이글스와 함께 리그에서 가장 좋은 흐름을 이어가고 있는 모습이기도 하다.
2년째 재현될 조짐이었던 ‘봄야구의 악몽’은 완전히 녹아 사라졌다. 시즌 초반만 해도 김태형 감독의 첫 시즌이었던 2024년 3~4월의 성적과 비슷한 부진 양상이 반복됐다. 실제 롯데는 개막 2연전을 LG에게 내리 패한 것을 시작으로 15경기서 단 5승(1무 9패)을 올리는데 그쳤다.
승률이 0.357에 그치면서 리그 순위도 9위까지 추락했다. 시즌 극초반이긴 했지만 지난해 극심한 3~4월 부진 이후 힘들었던 시즌 초반을 보냈던 것을 고려하면 우려가 컸다.
실제 시즌에도 롯데는 개막 이후 4월까지 8승 1무 21패(승률 0.276)에 그치면서 최하위의 수렁에 빠졌다. 이후 5월 승률 0.565, 6월 승률 0.609로 확실하게 반등했지만 좀처럼 탄력을 받아서 다른 팀을 제치고 치고 나가지 못했다.
그러다 결국 여름이 시작되자 힘에 부쳤는지 7월 6승 14패 승률 0.300을 기록, 월간 승률 최하위로 떨어지면서 사실상 이른 시기부터 가을야구 경쟁에서 멀어져버렸다. 그 이후에도 롯데가 좋은 야구를 펼치며 선전했던 기간이 꽤 많았음에도 추락했던 시기의 승패 마진을 끝내 복구하지 못하면서 다시 한 번 가을야구에 실패했다.
하지만 올해 롯데는 시즌 초반의 슬럼프에서 빠르게 벗어나면서 시즌 초반부터 선두권 경쟁을 펼치고 있다는 점이 가장 고무적이다. 동시에 이 모습은 서튼 전 감독 시절 보여줬던 ‘봄에만 강했던 롯데’의 모습과는 다른 지속가능한 가능성들도 보이고 있다.
사실 미국 출신의 서튼 감독이 롯데의 사령탑 지휘봉을 잡았던 시즌 롯데는 ‘봄데(봄에만 잘하는 롯데)’라는 달갑지 않은 별명을 얻었다. 시즌 도중 2군 감독에서 승격했던 2021시즌을 제외한 2022시즌과 2023시즌 롯데가 봄까지 좋은 성적을 올리고 이후 추락하는 양상을 반복했기 때문이다.
2022시즌 롯데는 4월까지 2위를 질주했고, 2023시즌 5월에는 선두로 치고나가기도 했다. 이런 롯데의 뜨거운 봄의 질주에 롯데 팬들도 많은 응원을 보냈다. 2023년은 특히 ‘기세’라는 표현이 일종의 ‘밈’이 됐을 정도로 롯데의 야구는 파죽지세의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롯데는 2022시즌 8위, 2023시즌 7위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올해도 이맘때쯤 롯데의 성적 양상은 2022시즌과 2023시즌과 비슷하다. 하지만 시즌 초반 팀의 어려움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다시 회복하는 모습은 ‘실패를 통해 배움을 얻은 팀’의 저력을 느껴지게 하는 면이 있다.
무엇보다 일시적인 상승세나 일부 선수들의 컨디션이 ‘미친’ 활약이 아닌 팀 전체의 전력이 단단해진 것이 눈에 띈다. 먼저 투-타 각 포지션과 주요 보직에서 ‘제 역할 해줘야 할’ 핵심적인 선수들이 맹활약 중이다. 거기다 새롭게 팀에 합류한 선수들, 부진과 부상 등으로 헤맸던 베테랑 선수들, 그리고 2020년대 이후 수년간 단단하게 자리 잡기 시작한 유망주들이 나란히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선발진에선 박세웅이 다승 단독 선두인 5승(1패)을 수확하며 평균자책 2.87의 성적으로 선발 로테이션을 이끌며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지난 시즌 다소 부진했던 마무리 투수 김원중은 12경기서 8세이브 평균자책 1.32의 철벽투를 펼치며 리그 구원 공동 선두를 달리고 있다. 불펜에선 트레이드로 올 시즌 전 두산에서 롯데로 이적해 합류한 정철원이 리그 단독 선두에 해당하는 9홀드로 활약 중이다.
또한 정철원과 함께 건너온 내야수 전민재는 타율 1위(0.379)의 깜짝 활약을 펼치며 롯데의 새로운 트레이드 히트 상품으로 거듭날 기세다. 지난해 안타 신기록을 세웠던 레이예스와 베테랑 전준우의 컨디션도 점차 올라오고 있다. 무엇보다 시즌 초반 다소 부침이 있었던 지난해 롯데 타선의 핵심 ‘윤나고황(윤동희·나승엽·고승민·황성빈)도 점차 컨디션을 끌어올리며 점차 폭발력을 높여 가고 있다. 어느덧 팀 타율(0.284)도 1위로 올라선 롯데의 모습이다. 지난해 타선의 또 한 명의 리더였던
수년간 롯데의 가장 큰 약점이었던 안방 문제도 지난 2시즌 동안 FA 먹튀 수준이었던 유강남이 서서히 부진의 터널을 벗어나는 모습이다. 3년 전 FA 80억원 대형 계약을 맺었던 유강남은 지난 2년간 부진과 부상으로 제 몫을 하지 못했다. 지난해는 52경기 타율 0.191에 그치면서 주전 자리를 빼앗기기도 했었다. 그랬던 유강남이 올해는 24경기서 타율 0.322/출루율 0.406/장타율 0.475의 깜짝 활약을 펼치는 중이다. 건강한 주전 포수 유강남은 롯데가 간절히 바랐던 모습이기도 했다.
이처럼 롯데의 주요 포지션의 선수들과 보직에서 여러 선수들이 리그의 리더로 떠오르는 등 동시다발적으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 서튼 전 감독 체제 롯데의 봄 야구와는 다른 점이다. 또한 좋은 분위기서 부상 선수들이 발생하면서 어이 없는 추락이 이어졌던 당시와는 달리 오히려 시즌 초반 발생한 어려움에서 탈출하며, 지난해 좋은 시기 보여줬던 끈기 있고 저력 있는 야구가 빠른 시기 다시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 올해 롯데의 야구를 다시 한 번 기대하게 만드는 요소들이다.
[김원익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