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FC 선수들이 26일(한국시간) 제다의 킹 압둘라 스포츠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사우디아라비아 알힐랄과 ACLE 8강전에서 0-7로 대패, 4강 진출이 좌절된 뒤 그라운드를 돌며 팬들에게 인사를 전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광주FC의 첫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여정은 뜨거웠다. 8강에서 도전은 멈췄으나 충분히 강한 인상을 남겼다. 그러나 K리그의 한계도 분명히 드러났다. 특히 막대한 자금을 바탕으로 압도적 전력을 구축한 서아시아와의 격차는 당분간 좁힐 수 없다는 냉정한 현실을 새삼 확인할 수 있는 무대였다.
이정효 감독이 이끄는 광주는 26일(한국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의 킹 압둘라 스포츠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알힐랄(사우디)과 대회 8강전에서 0-7로 대패해 4강행이 좌절됐다. 요코하마 마리노스(일본)를 7-3으로 격파하는 등 대회 리그스테이지를 4승2무1패로 통과한 광주는 16강에서 비셀 고베(일본)를 물리치며 8강에 안착했으나 다음은 없었다.
도·시민 구단 최초로 ACL 무대 8강에 오른 광주에게 알힐랄은 너무 강했다. 압도적 전력차는 패기와 야망으로 넘기엔 버거웠다. 당장 축구 몸값 매체 ‘트란스퍼마르크트’가 추산한 시장가치만 엄청난 차이가 있다. 알힐랄은 1억8000만 유로(약 2950억 원)으로 140억원대 광주와 비교하기 어렵다.
알렉산드르 미트로비치, 주앙 칸셀루, 후벵 네베스, 칼리두 쿨리발리, 세르게이 밀린코비치 사비치, 야신 부누 등 슈퍼스타들을 총동원한 알힐랄은 전반전에만 3골을 몰아치며 승부를 끝냈고, 후반전에도 4골을 추가하며 명성을 지켰다.
그럼에도 광주를 질타할 수 없다. 몸값 20배 차이의 상대에게도 꼬리를 내리지 않은 공격축구로 최대치 성과를 냈다. 이 감독도 “더 발전시키고 개선할 부분이 많았지만 동기부여가 됐다. 앞으로의 성장에 자양분이 됐다. ‘기죽지 마’라고 얘기하고 싶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광주는 한뼘 자랐지만 한국축구에겐 행복한 상황이 아니다. K리그 경쟁력에 또 의문부호가 붙었다. 특히 광주만 유일하게 리그 스테이지를 통과한 K리그 팀이란 것을 감안하면 앞날이 밝지만은 않다. K리그1 챔피언 울산 HD도, 코리아컵 우승팀 포항 스틸러스도 모두 좌절을 맛봤다. ACLE 리그 스테이지는 일본 J리그와 중국 슈퍼리그, 동남아시아와 경쟁하는데도 참담한 결과가 따랐다.
서아시아까지 범위를 넓히면 더 심각해진다.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등 ‘오일 머니’를 앞세운 팀들과 경쟁은 더 이상 불가능하다. 돈의 힘이 무섭다는 것은 알힐랄이 증명했다. 현역 유럽 국가대표들이 대거 중동 무대에서 뛰는 데는 이유가 있다.
반면 K리그는 너무 제한이 많다. 영건의 성장을 이유로 고수해온 22세 이하(U-22) 의무출전은 프로스포츠에 어울리지 않는 규정이다. 잘해야 출전해야 하는 데 나이를 무기로 기회를 잡는 것은 또 다른 차별을 가져오고, 장차 성장에도 악영향을 준다.
외국인 선수 보유한도와 해외 골키퍼 금지 조항을 푸는 것도 진지하게 고민할 때가 됐다. K리그1은 외국인 선수를 최대 6명을 보유할 수 있고 4명만 투입할 수 있지만 ACLE는 이미 외국인 선수 제한을 삭제했다. 선발 11명 중 9명을 외국인 선수로 내세운 알힐랄은 정말 극단적인 케이스이지만 K리그도 탄력적인 운영을 검토할 시기다. 돈 없는 팀을 위해 모두 투자를 줄일 이유는 전혀 없다. 이대로면 K리그는 ACLE 우승은 물론, 클럽월드컵을 항상 ‘남의 잔치’로 지켜봐야 한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